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좋아한다. 제멋대로 만든 듯한 영화의 선선한 공기를 특히 좋아하고, 치밀하지 않은 듯한 대사들이 당황스러우면서 생각하게 만들고 또 웃기다. 영화 만드는 노동은 치밀하지 않을 수 있어도 이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세는 모르긴 몰라도 평생 동안 닦았겠지.
그런데 이번 영화는 너무 생각이 많아져서 약간 머리가 아팠다. 감독과 배우의 인생도 머리가 아파졌겠으니 진짜 인생을 갈아 넣은 영화구나 싶다.
특히나 술자리에서 서로 속내를 이야기하는 장면들에서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둘의 관계가 영화의 요소이기에 보는 나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진짜 사랑, 가짜 사랑이 따로 있는 것 같다가도 없는 것 같고, '나' 답게 사는 것이 모든 것에 우선될 정도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그렇게 인생에 중요한 요소인가 싶다가도 주변의 시선 속에서 살았던 사람에게는 그럴 수 있겠다 싶고, 모든 소중한 인연이 연인의 관계로 귀결되어야 하나 하다가 연인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 싶고, 사실 내가 사랑을 잘 모르기는 하지 싶고...그러다가 요즘 나의 스승님 붓다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서 행복하니?
그럼 그 예민한 언니에게서 행복이 보이기나 하나 행복이 도대체 뭐냐 하는 질문이 돌아올 것 같고 나는 붓다의 가르침을 활용해 그 예쁜 언니에게 못된 잘닌척을 할 것 같다.
언니 나는 예술도 필요 없고 사랑도 필요 없고 잔잔하게 반짝이는 가을 하늘 같은 마음 그 자체가 행복인 거 같아.... 우리 행복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