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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Nov 14. 2019

호모 데우스

훌륭한 이야기꾼이 주는 상쾌한 자극



사피엔스는 읽지 않았고 호모 데우스를 읽었다.

이미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서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그것은 지나친 우려라는 두 가지 입장이 이미 널리 알려진 터라 초입부에서는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이 아저씨 엄청난 이야기꾼이다. 소설보다 재밌게 빨려 들어가는데 내가 또 역사적 지식이 많이 부족한 무지렁이라 비판적 거리 따위 없이 책 대부분의 이야기에 설득당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본주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었다.

아. 진짜 우리는 너무 자아에 대해서  집착하고 있는 게 사실 아닌가. 나만 해도 그림 그리는 나는  지독한 나르시스트다. 나의 취향 나의 감각 나의 의식 나의 기분 나의 강점 나의 단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표현하려고 한다. 자폐증이란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그런데 이것들이 사실은 그냥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라니.  그럼 인간도 소나 돼지나 개나 다름없는 포유류일 뿐이고 내 자아가 오늘 내가 먹은 돼지의 존재랑  다름이 있는가.

인문학이 답답하게 들리고 세상이 달라 보인다. 자아만 커다랗고 무지렁이인 나한테는 꽤 충격적인 자극이다. 이 아저씨의 말이 재미있고 지적인 뻥일 수는 있지만 현시대를 정말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꼰대는 아닌 거다. 그래서 이 아저씨의 충고를 잘 들어보려고 한다.

첫째로 SNS를 우습게 보지 않는 것. (아저씨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나는 나의 현 입장에서 필요함으로 받아들였다.) 둘째로 나 아닌 다른 생명의 감정도 헤아려볼 것. 꽤 죄책감이 들어서 음.. 채식을 시도하려 요리 책도 샀으나... 절제하는 잡식 포유류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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