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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May 21. 2019

검은 사슴

한강 작가의 팬입니다.

나는 영화는 한국영화보다 외국영화를 좋아하는 반면 소설은 한국소설을 외국소설들보다 훨씬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한강 작가의 소설을 정말로 사랑한다. 가끔씩 내 마음이 빈곤하고 못남을 직면하고 초조해질 때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주변에 적막이 깔리면서 초조한 마음이 차분하게 내려앉는다.



우울빨이라는 속어도 있듯이 너무 슬픈 이야기는 작위적이기 쉽다. 거기다가 슬픔 가득했다가 마지막에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너무 통속적이어서 공감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강 작가의 소설은 절망의 바닥을 지긋지긋할 정도로 파고들어간다. 자주 느끼지만 전혀 쿨하지 못한 것이 촌스럽기도 하다.



이 '검은 사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적막하고 쓸쓸하고 주인공들이 다 너무 불쌍하다.  하지만 주인공들에게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고 위안을 안겨주기보다는 그 절망적인 모습 그대로를 가만히 지켜봐 주는 작가의 시선이 마음을 시리게 만든다. 허약하고 가난하고 초라한 것들을 향해서 살얼음판을 건너듯이 살금살금 다가가는데  그 조심스러운 관찰을 전하는 문장들이 마음에 찰떡같이 달라붙는다.



나는 그다지 슬픔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현실에서는 슬픈 이야기들은 그냥 외면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담스럽고 무섭다. 그래서 너무 슬픈 정서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강 작가의 이야기들이 나를 끌어당기는 건 내가 외면하고 싶은 삶의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두려움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느린 속도의 이야기 진행과 인내심 가득하게 관찰하는 묘사들 그리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다 읽고 난 후에는 가슴에 뭉글뭉글한 슬픔으로 남고 이런 여운이 삶에 대한 애정도 한껏 끌어올려준다. 



감사합니다 강이 언니. 아이러브유쏘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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