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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Mar 11. 2022

레스토랑 드 가이아

지구를 기억하는 레스토랑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지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과거보다 훨씬 많이 듣고 사는 요즘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지구에서의 삶이 한순간에 무시무시한 어떤 것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걸 체감하기도 했다. 부모님이 늙어가시는게 애틋하듯이 허약해지고 있는 지구가 분명히 애틋한 건 맞는데 메세지가 스토리보다 앞에 나와서는 뭔가 슬픔을 강요하고 공포를 강요하는 환경 이야기는 거부감이 든다. (당연한 이야기인가....ㅎㅎㅎ) 분명히 나를 품어주는 지구에 대해 사랑을 전할 마음은 있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메세지보다는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내세우고 싶고 그러다 보니 쉽게 입을 열 수 없는 어려운 소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굿모닝 미드나이트'와 '목소리를 드릴께요'를 가볍게 만났다. 지구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애틋하게 다가올 수 있다니... '굿모닝 미드나이트'는 욕조에 들어 앉아서 읽었는데 바로 지금 지구에 살고 있는 나의 처지가 너무 감사하고 아늑하고 행복한 것이다. 위기의 지구에 대한 묘사를 개인의 감정을 클로즈업하며 차분하게 읍조리니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더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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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대한 이야기가 망설여졌던 또 하나의 이유는 가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뭔가 입으로 머리로만 하는 이야기 말고 손과 발로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방안을 찾지 못해 묻어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NFT 세계를 만났고 NFT 작업은 바로 판매대에 올라가는 작품들인만큼 기부 활동 등으로 참여적인 환경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좋은 플랫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차후 그림책도 염두에 두고 있는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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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은 이렇다. 지구가 쫄망한 2580년 쯔음에 우주의 어느 아무개 별에 마지막 지구인 정예 무리가(예술가, 과학자, 철학자, 자본가, 요리사) 떠다니다가 정착하게 되고 그 지구인들은 자신이 경험한 지구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지구를 기억하는 파인 레스토랑을 차린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구의 아름다움을 재료로 하여 식사를 차려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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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이름은 파인 레스토랑 느낌으로다가 '레스토랑 드 가이아'. 스타벅스처럼 가이아 여신을 마스코트로 사용하고 파인 레스토랑의 상차림처럼 예술적인 지구의 모습이 연출되어 식탁에 올라오고 인간들이 지구에서는 공짜로 누렸던 그 모든 아름다움들이 아주 사치스럽고 비싼 식사로 바뀐다는 설정이다. 여기서 요리는 말 그대로 요리라기 보다는 어떤 경험을 나타낸다. 눈 위에서 뒹굴었던 경험, 봄비를 맞았던 경험, 벚꽃놀이를 즐겼던 경험, 석양을 바라봤던 경험 등등등을 코스 요리로 구성해 내는 것이다.

코스 요리 구성을 위해 파인 다이닝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 탐식수필이라는 책에서는 음식이 가지는 복합적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파인 다이닝에 빠질 수 없는 플레이팅 기술에 대해서도 살펴봤는데 이 플레이팅에는 여느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나름의 공식이 존재하고 있어서 이걸 바로 흡수해서 내 방식대로 이미지화하는건 꽤 어렵게 느껴져서 작업에 있어 자유로운 태도를 유지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일단은 내 방식대로의 장면 구성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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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이라는 식사 형식 자체가 어떤 서사를 갖고 진행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이야기나 서사보다는 이미지를 여러가지로 풀어내는데 집중하고 싶다. 구체적인 줄거리를 먼저 풀어보려하면 반드시 말이 꼬일 것이고 어떤 틀에 갖혀버릴 것이다. 대신에 내 머릿 속에 있는 이미지 재료들을 1차적으로 넓게 아무렇게나 신나게 NFT 작업으로 펼쳐 놓은 후 차분하게 모으고 재창작해서 2차적으로 그림책의 형태로도 만들어 보고 싶은 내 꿈과 소망이 가득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은근히 내 능력치에 비해 이야기 규모가 크고 그림도 커서 실패할지도 모르고 이렇게 시작도 전에 떠드는게 용두사미 꼴 날까봐 미리 조잘거리는게 부끄럽지만 실패하면 어때!!! 내 실패에 아무도 관심 없다!!!!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배움이 있는 작업이 될거라 생각하니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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