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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Apr 26. 2018

요목 : '전략적 직관'의 세계

The creative spark in human achievement

"추정 재무제표*등 기타 예측들은 어떤 도박을 할지 결정하는 방법이 아니라 베팅을 경제적인 용어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재무, 경제학, 통계학의 도구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도박을 하는 공식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전략적 직관은 우리에게 그러한 방법을 알려준다. 그러나 통상적인 방법이 아니다. PC 혁명의 모든 전략가들은 이전에 효과가 있었던 요소들을 결합했다. 섬광 같은 통찰력이 찾아오는 순간에는 우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윌리엄 더건, 2008)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은 당시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경영학 부교수가 이름 지은 단어이다. 영어 번역물을 창작하는 번역가들의 겪는 고충일 거라 예상하는 것 중 하나로 영어가 한국어로 바뀌면서 본래 영어 단어가 가지고 있던 뉘앙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영어로 말하면 별 것도 아닌 의미의 단어를 직역하면 전문용어로 탈바꿈되어서 대중들이 느끼기에는 거창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7의 감각'이라는 한국어 별칭은 영화에서 비롯된 '식스 센스' 다음의 감각이라는 건지 더욱 못마땅스럽다.



'Strategic' 자체는 군사나 경영 분야의 공식적인 용어가 맞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를 따라가면 전략적 직관은 처음 세운 전략(의식적인 노력)의 방향과 달리 새로운 통찰력을 갑자기 얻게 되는(무의식적인 발로) 것을 표현하므로 섬광적 통찰력(Flash Insight)이나 원서의 부제와 같이 창의적 번뜩임(Creative Spark)이라고 명명하는 게 좋을 듯싶다. 물론 이 경우는 원서의 용어 자체를 바꾸는 것에 해당하는 거고 번역의 탓을 논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제7의 감각'이라는 한국어 제목은 다른 출판 저작 제목의 무속신앙의 용어와 겹치는 개념이라서 바뀌었으면 좋겠다.



연관 요소들의 조합인 '시스템 사고'와 이 '전략적 직관'은 전문가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전문가의 저주'(전문가들의 경험과 데이터베이스 지식을 토대로 편향적인 결론을 내리는 직관의 범실)와 달리 사전에 근본 원인과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전략적 직관과 달리 전문가 직관은, "그 문제가 전문가의 지식 구조와 행동 특성에 잘 어울릴 때 가능하다. 이러한 틀이 유지되는 상황, 즉 예측 가능한 시장에서 전문가들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이른바 그들의 촉이 문제의 해결을 보장할 수 있고 이것을 말콤 글래드웰의 오래된 저작의 제목인 블링크(Blink)*라고 불린다." (윌리엄 더건, 2008)



서두가 길었는데, 해킹이라는 기술을 토대로 어떻게 시대에 맞춰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전략적 직관이라는 개념을 화두로 던졌다. 그리고 앞서 '시스템 사고'의 개념은 문제를 단순 인과관계에서 밝히지 않고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전 분야의 큰 그림을 가지고 원인을 파악하는 사고 습관이다. 산불이 단순히 어디가 발원지인지만 파악해서 불이난 곳을 진압하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바람이 불을 끈 방향으로 바뀌어 오히려 불이 더 크게 일으켜진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이 번지는 방향과 반대편에서 맞불로 초동 조치한 뒤에 불길이 사그라들도록 해서 진압을 나서는 경우가 시스템 사고로 접근한 한 예이다. 여기서 예상치 못하게 불이 더 크게 번지는 상황을 보고 난 다음에 어떻게 해야겠구나라는 문제 해결의 혜안을 가질 수 있는 통찰력이 이 책에서 전하는 '전략적 직관'의 개념이다.



지난 35년 동안 MBA 학위를 따면서 배운 전략의 구상은 미국의 마이클 포터의 <경쟁 전략>에서 나온 경쟁전략 모델을 수립하는 과정을 통해 업계 분석, 경쟁사 분석, 경쟁 우위를 예상했다고 한다. 반면 불확실한 미래 세계를 위한 전략은 일단 산불이 어떻게 나는지 상황을 지켜보고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 이후부터 수립하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미 준비해 놓은 게 있어서 그 문제 분석을 하는데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섬광이 스친다면(사실은 이미 준비된) 성공에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그 예로 빌 게이츠가 한 일이다. 알테어(Altair, 인텔의 8080 CPU를 탑재해서 미국의 MITS에서 시연한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 모델명)가 PC 매거진의 표지에 커버되기 전에는 컴퓨터가 점점 더 작아지고 새로운 인텔 칩이 그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대다수의 컴퓨터 전문가가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테어 컴퓨터 사진이 잡지에 실린 것을 본 알렌이 게이츠를 불러서 그것을 보게 했을 때 같은 뭔가가 번뜩였던 그들의 분석에는 소프트웨어가 모든 소형 컴퓨터에 쓸모 있는 새로운 사업이 될 것임을 보였다. 그렇다고 게이츠는 분석을 통해 전략을 얻지 않았다. 즉 그가 대규모 소형 컴퓨터 시장에서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독점하기 위해 베이직과 알테어 컴퓨터를 결합할 수 있었던 것은 분석 덕분이 아니었고 전략 자체는 뭔가 번뜩인 혜안에서 비롯하였다.


그들이 남달랐던 것은 역사 속에서 정확한 예들을 가져다가 머릿속에서 결합했다는 점과 그들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결단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윌리엄 더건, 2008)


분석-직관-분석의 순서는 마이클 포터의 분석-직관의 방법처럼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해킹을 하려고 계획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실수로 일어난 디버깅 오류로 인해 프로그램의 실행 모드를 얻게 되는 경우는 '전략적 직관'이 작동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결국 해킹을 의도하고 시스템 취약점을 알게 된 게 아니라, 큰 차이가 없는 수치 하나(증권사의 과실로 공매도와 같은 구실의 장가를 조작할 수 있게 만든 사건도 '팻 핑커(Fat Finger)'라는 조작의 부주의로 터졌었다.)로 컴퓨터 메모리의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해킹의 단초가 이 전략적 직관의 발생 경위와 비슷하다.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 그다음에 큰 꿈을 꾸고 열심히 노력하라,
그리고 그대로 반복하라.


즉 전략적 직관의 메커니즘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다 받아들이지 않고 아이디어 하나가 떠오르고 난 후에는 또 다른 아이디어들이 차지하게끔 놔둔다. 이것들을 모두 한꺼번에 비교하는 게 아니라 마음 가는 대로 하나씩 비교한다. 다른 아이디어를 거부할 수 도 있고, 나의 아이디어보다 다른 것이 더 마음에 들 수 도 있다. 나의 것과 다른 이의 아이디어를 결합할 수 도 있고, 결국 모든 아이디어를 거부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윌리엄 더건, 2008)



중요한 건 이 번뜩이는 통찰력은 준비한 자만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당시 소형 컴퓨터(H/W)가 가정용으로 상업화되기 이전부터 베이직이라는 S/W를 자신의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존의 범용 컴퓨터(PDP-8)를 이용해 코딩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인텔의 8008 마이크로 프로세서(CPU)가 나오자 이 칩에 호환이 가능한 베이직을 개발하는데 미쳐있었다. 그 당시 뛰어난 개발자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어도 잡지의 표지 모델을 보고 적어도 이 컴퓨터에 내가 개발을 시도했었던 BASIC 소프트웨어를 탑재시켜야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었다. 게이츠와 알렌은 그들의 예상보다 이르게 상용화된 알테어 소형 컴퓨터를 보고 '아니, 우리도 모르게 8008 칩을 탑재한 소형 컴퓨터가 벌써 출시하다니!'라고 말하면서 서둘러 개발에 착수했었다. 운이 좋게도 그 잡지의 모델, 알테어 컴퓨터는 MITS에서 소프트웨어도 없이 서둘로 공개했었기에 그들의 착수 타이밍은 적절했다. (혹자는 빌 게이츠가 시대를 잘 타고났다거나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어림도 없는 꿈이었다고 평하지만,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갔다는 것 자체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운 것일 뿐이다.)



PC 혁명에서 성공한 케이스는 이후 구글부터 애플 그리고 우버, 에이앤비까지 수두룩하다. 이 이론의 저자는 다만 이들의 성공을 처음부터 전략에 기초해서 이룬 게 아니라 하다 보니까 어쩌다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것을 끝까지 추진한 결과의 보상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시대의 흐름과 이슈)에 대해서 계속 주시만 하다가 그것이 이전의 자신들이 노력했었던 곧 통제할 수 있었던 부분과 서로 맞아떨어지면 이 지점에서 저자가 말하는 '전략'이 개입되고 이 전략 자체는 저자가 명명한 '전략적 직관'에서 나왔다고 증명한다.



그렇다면 이 이론은 나로 하여금 현재 습득하고 있는 정보보안 분야에서 언제 가장 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까? 그것은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이론에서 '카르마'라고 부름). 다만 내가 파고드는 분야를 미쳐있기를 마다하지 않고 노력하다가(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다르마'라고 부름), 국내에서 해킹 사고가 내가 골몰하고 있던 영역에서 관련되어 대규모로 터지면 그 지점이 바로 내가 가진 이른바 '실시간 전략'을 기반으로 사회에 윤리적 해킹의 선전을 할 타이밍이다(어차피 사고가 터지고 수습하는 것은 내가 대응할 수 있는 몫은 아니고 침해 사고 때의 해킹의 방어에 대해 이를테면, 블록체인 해킹이 터지면 이러한 유형의 공격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을 금융권 기업에 자신을 어필할 수 있겠다).  








 * 추정 재무제표 : 기업분석을 목적으로 장래의 재무상태를 추정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재무제표를 말하는데, 유가증권분석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간사기관은 발행회사에 대한 기업분석을 위하여 분석 당해 연도를 포함하여 향후 2년간의 추정 재무제표를 작성토록 규정하고 있다.  

추정 재무제표 [推定財務諸表, budgeted financial statements] (NEW 경제용어사전, 2006. 4. 7., 미래와 경영)


** 인공지능의 패턴 인식 기술(유비 추론)과 같이 기계가 인간의 재능 중 궁극적으로 대체 가능한 영역이 전문가 직관, '블링크'이다. 우리는 자신이 하는 일에 능숙해질수록 비슷한 문제들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는 패턴을 인식하게 되는데, 전문가 직관은 바로 AI의 '딥러닝'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Reference

1) Duggan, W. R. (2013). Strategic intuition: The creative spark in human achievement.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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