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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Jun 02. 2019

환경 vs 의지력

무엇이 대한민국의 현재를 만들었는가?

정답) 환경
or
정답)... 30년 후... 의지력



한 서점가에서 '수능 만점자들의...' 책을 들춰봤다. 자격지심인지, 내심 고등학교 때 수능을 조졌던 나에게 제목이 당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내린 결론은 수능을 치렀던 시절을 되돌아보며 왜 이들처럼 공부하지 못했을까 한탄하며 예상 가능한 후횟말이 아니라, 한국의 교육은 자제력이 강한 애들을 필터 하기 위한 시험의 연속이구나였다.



한국의 수능이나, 내신 등은 정말 학문에 흥미가 있는 이들에게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장치라고 하기에는 아이들이 준비하는 공부량은 어마어마하다. 거기다 이런 공부량을 위해 그 꽃다운 청춘의 시간에 자신의 거의 모든(almost)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이 사회가 학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투자 대비 너무 고깝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학벌사회가 이 대한민국의 주춧돌을 형성하고 있고, 학벌이 처음 사회라는 곳으로 진입해서 제법 오랜 시기 동안은 이 하나만으로도 안전장치로써 어디서나 내밀 수 있는 보증수표가 된다. 뭐, 연대 앞에 걸린 현수막에 '연대 나오면 뭐하니, 취업도 못하는데.'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동요할 만도 한 취업 난국이기는 해도 스카이대 나왔다 하면 아직도 택시기사 아저씨들은 다시 한번 얼굴을 쳐다본다. 마치 내가 해병대 나왔다 하면, 기사 아저씨가 "문 살살 닫으십시오!"라고 택시 내릴 때 들리는 소리처럼 말이다.



어이됐든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자신의 인생 8할은 결정짓는다고 느끼며 준비하는 수능시험을 만점 받기 위해 준비하는 어언 12년 간의 공교육을 받는 시간 중 사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만 바짝 정신 차리고 미친 듯이 공부를 하면 스카이대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것도 교육대국의 현실이라는 것이 어제 들춰보았던 책이 아니더라도 서점가의 공부법 코너에 널린 수능세대들의 수기집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거 또한 파레토의 20/80의 법칙이 먹히는 거 아닌가? 인생 2할이 8할을 결정짓는다(?!)   


내가 감탄하는 것은 고1 때 죽어라고 '수학의 정석'만 붙잡고, 고등학생 시절의 끓어 넘치는 혈기를 짓누르고 책상 앞에 앉아서 하루 8시간씩 씨름하다가 고2부터 역대 수능 기출문제를 죽어라 풀고 또 풀고 아예 외워버려서 수능 만점까지 이룬 한국의 엘리트들의 자제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보다 더 열성을 다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사당 오락'이라는 말도 안되는 인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판사, 검사, 변호사 다하시던 분들이 현재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그들이라는 것이다. 그 자제력 좋았던 분들이 지금은 국회의사당에서 문 안열어준다고 전기톱 들고 오라고 하고, 특히 판사까지 지내셨던 나경원 의원의 입에서 ‘빠루’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한국의 브레인 집합소는 감탄을 또 마지않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라리 고등학생 때 그렇게 참고 참았고 짓누르고 있던 자제력을 기초로, 모두가 우러러보는 신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강남의 배 농사하시던 아버지의 텃밭 판 돈을 학비 삼아 한국에서 최고라고 하는 일제 잔재의 경성제국대학을 나오고도, 한국을 이끄는 좋은 소리도 못 듣는 엘리트가 될 바에는 말입니다, 대학 학비보다 연봉이 센 용접사가 되어 젊을 때 돈 실컷 모아서 해외에 나가서 한국인의 성실성과 손재주로 국위 선양하는 것이 이른바 정말 애국자가 되는 길임에 틀림없다는 거죠!”



하다못해 몇 년 전에는 취업이 어려운 거 매한가지인 미국에서조차 대학 학비로 인해 금융 연체자가 된 대학생들을 보고 언론에서는 연 대학 학비만큼 돈을 버는 용접사가 오히려 지금 시국에 더 낫다고까지 얘기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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