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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Apr 08. 2020

쓸 수 있는 영문법이란

『미국식 영작문 수업』 개관




아래는 캠브리지(Cambridge) 출판사의 아이엘츠 시리즈의 Writing 파트, 모범 작문 답안(Model Answer)에서 발췌한 하나의 문장이다. 번역은 해석상 관계대명사 which 뒤의 부연 설명 앞에서 끊었다(일단 작문에 필요한 문법의 실용성을 설명하기 위해 쪼갰다).  

그 악행에 적합한 체벌로 만드는 것은 유용한 아이디어이다. 어떤 아이디어?(이 글을 쓰는 작자는 토익강사가 아니다;) 그들이 버렸던 쓰레기들을 줍게 하거나, 그들이 낙서했던 것을 지우게 하거나, 또는 그들이 해를 끼쳤던 이에게 사과하게 만드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

Making the punishment fit the crime is a useful notion, which would see children being made to pick up rubbish they have dropped, clean up graffiti they have drawn, or apologise to someone they have hurt.


문장이 꽤 긴데, 해석에 따라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구조를 가졌지만 동사의 의미를 잘 따지면 그렇지도 않다. 체벌(the punishment) 뒤에 붙어있는 과거 분사 fit(ted)이 자동사의 의미인 '~에 맞다'나 회화 시에 형용사로 많이 쓰이는 '몸매가 탄탄한'의 의미가 아니라 타동사의 의미로 '~에 적합하다'라는 의미라는 것과 see가 '~을 보다'라는 5 형식 문장을 구성하는 불완전 타동사로 쓰였기 때문에 see 뒤에 뒤따르는 목적어 children과 이것을 수식하는 목적격 보어로 'being made'가 쓰였다는 것이다. being made는 수동(~을 당하는) 형태의 현재 분사(동사를 형용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형시킨 형태로 동명사와 달리 동작·일시적인 의미를 나타냄. 만약 이것이 동명사로 쓰인 거라면 동사를 명사처럼 쓰는 동명사의 상태·지속적인 의미를 가져야 함.)로 즉 형용사구로 앞의 목적어 자리에 있는 명사 children을 보충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어 + 서술어(verb, 불완전 타동사) + 목적어 + 목적격 보어] → 5 형식 구조를 만드는 동사인 불완전 타동사는 '~을...하게 (verb)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주어와 목적어 자리에는 명사, 대명사 조각(형태)들이 들어갈 수 있고, 앞의 목적어를 설명하는 내용(목적격 보어)이 들어가는 자리에는 명사, 대명사뿐만 아니라 형용사(구)가 들어갈 수 있다. '불완전 타동사'가 쓰이면 이어서 목적어와 목적격 보어가 따라 나와야 한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사의 의미(목적어의 필요성 유무에 따라 자동사인지 / 타동사인지, 보어의 필요성 유무에 따라 완전한지 / 불완전한지)에 따라서 문장의 생성원리가 결정된다. 앞의 예문에서 언급한 'being made'라는 수동태 형식의 현재분사가 나온 것도 지각 동사 'see'가 불완전 타동사로 쓰여서 목적어 children 다음에 뒤따라서 나와야 하는 목적격 보어 자리에 필요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그 조각의 형태가 기본적으로 명사, 대명사, 형용사일 뿐만 아니라, 형용사구인 to 부정사, 원형 부정사(동사원형), 분사(-ed, -ing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동사 'see'의 뜻이 만약 '~을 알다'라는 know, understand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면 위의 예문과 같은 문장 구조(5 형식)를 만들 수 없다. 문장의 형식을 만드는 결정적 요인은 '동사의 뜻'이 암시하는 '구멍(목적어와 보어에 해당하는 ~와 ...에 해당하는 빈칸) 수'라 할 수 있고,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예문을 들었다. 하나의 동사가 반드시 한 가지 문형만 만드는 것은 아니고 만들어낼 수 있는 문장 형식이 많으면 많을수록(see나 find처럼) 중요한 동사라고 할 수 있다. 특정 동사가 어떤 문장 형식을 만들어 내는지를 정확히 안다면 영작문의 기본기는 갖춘 셈이다(최정숙, 2020).






필자는 어릴 적부터 동네 서점에 들러서 산 첫 책인 '후크 선장'을 제외하곤 문학이나 실용적이지 않은 책을 소유하는 것은 지양해왔었다. 왜냐하면 돈이 아깝다고 생각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문학은 지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양장본 형태의 세계 문학 전집(80년대에 출판된 전형적인 세로로 읽는 텍스트)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철학이나 어떤 방법론을 제시하는 고전이 아니라면 사지 않고 도서관을 주로 뒤졌다. 영어도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닌 비실용적인 텍스트라면 근래 들어 IT 보안과 관련된 원서를 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고까웠다. 아이러니하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맞긴 한데 영어문법류의 책은 고등학교 입학 전에 방학 기간 동안 학교에서 공부하라고 권장한 '맨투맨'을 제외하곤 절대 사지 않았다. 그 책을 사서 봤더라도 챕터 한 두 개 보고 질려서 맨 뒤에 부록으로 수록해놓은 속담이나 관용어구를 들춰보며 외우려고 시도했었다. 사전도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에 산 해리포터 영화 속에 나올만한 재질의 옥스퍼드 숙어(Learner’s Dictionary of English Idioms)집과 메리엠 웹스터, 롱맨, 그리고 콜린스 코빌드의 영영사전과 YBM의 실용 어법 사전( Practical English Usage )을 제외하곤 일반인이나 교수가 쓴 자체 사전 형식의 책만을 사서 제법 훑어보았다.


하지만, '영문법'만을 강조한 책은 살 필요성과 가치를 전혀 못느꼈다. 차리리 5개 국어 비주얼 사전( 5 Language Visual Dictionary )을 사서 그림과 해당 영단어를 매칭 시키는 연습이 문법을 외우는 것보다 곧바로 써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문법을 제대로 알아야 응용이 가능하다는 실용적 목적을 언급한 책은 단 한 권도 눈에 안띄었기 때문이다.




필연인지 본인이 아이엘츠(IELTS)라는 영어의 네 가지 영역(작문, 독해, 스피킹, 청해)을 평가하는 시험을 준비하는 시기에 미국의 대학에서 문화인류학 박사과정을 밟는 도중 하는 수 없이 석사학위만을 취득하고 귀국한 저자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웬만해서는 여기 브런치 수기에 올리는 글에 영감을 불어넣어 준 책들은 모두 맨 하단의 참조란에 표기를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발췌하면서는 표기하기까지 꽤나 망설여졌다. 지금까지 영어를 위해 투자한 돈에 비례해서 본인이 영어의 수준을 올리기 위해 갈망하는 정도가 얼마나 컸으면 이런 책은 두고두고 혼자서만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내용을 발췌했으면 인용 문구의 책을 표기하는 것은 관례다.



영어에 쥐뿔도 적성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의 부록편에 실린 '영어 글쓰기 맞춤 문법'부터 보고 파트 2의 영작 방법론과 파트 1의 고급 영문을 만드는 저자의 노하우, 게다가 심혈과 노고가 단 번에 느껴지는 영작 과정의 해설을 본다면(영어 번역을 위한 책이 아닌 네이티브가 쓰는 논문을 바탕으로 한 고급 영작법이다), 당신은 어느새 영어고수가 될 뿐만 아니라 네이티브의 어법 실수까지도 지적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단, 이 책은 가이드이고 당신이 잘하고 싶은 분야의 영문 텍스트를 하나 선정해서 저자가 말한 바대로 '단락 단위'로 작문하고 공부하는 연습을 주기적으로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가이드는 내 생각에, 저자가 주요 일간지 인터넷판 영어 기사를 번역하는 일에 대한 보상으로 얻은 고급 영문에 대한 안목이 그대로 드러나서 그런지 초심자가 바로 접근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영어는 영어식 사고의 전개를 위해 단락의 전체적인 맥락을 염두에 두고 해당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일례로 '~ about the artists, forcing(← and it forced) ~.'라는 문장의 일부에서 and it force가 forcing이라는 간단한 분사 구문으로 바뀔 수 있는 영어식 패턴은 왜 한국인은 쓰지 못하고 원어민은 쓸까라고 저자가 묻는다.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연스러운 영어 패턴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런 영어식 패턴을 '대한민국' 학교 교육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나는 우리말 문장을 영어로 그대로 옮기는 거라고 이 책의 저자가 간단히 답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말에서 자주 쓰는 접속사와 접속부사를 남발하게 되는데, 이를 바로잡으려면 원어민이 쓰는 패턴을 익히고 '암기'해야 합니다. 영어식 사고에 상응하는 패턴을 떠올려 영문으로 바로바로 옮길 수 있도록 말이죠. 그중 효과적인 패턴이 원어민에겐 자연스럽지만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은 분사구문입니다. 이 '사고의 간극'을 좁히려면 문장 구조를 재배치하고 분사로 연결시키는 구문을 많이 만들어 봐야 하죠(최정숙, 2020).  



저자가 말한 이 '사고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 작문 연습이며, 이 작문 연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영작문의 기본기가 영문법이다. 영문법은 나열된 서술적 지식을 암기하라고 정립한 이론이 아니라, 특정 동사가 어떤 문장 형식을 만들어 내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영작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왜냐하면 이것이 영어문장의 생성원리이기 때문이다.)을 환기시켜주기 위한 수단이다. 영문법을 토익점수 올리는 데 필요하다고 쓰이는 매몰 지식 형성에만 혈안인 대한민국의 영어 교육 실태에 누군가 제대로 딴지를 걸 수 있다면 이 책의 저자가 될 것이다.










참조|

1) Cambridge Eng Lang Assessment. (2015) Cambridge IELTS 10 Student's Book with Answers.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 최정숙. (2020). 미국식 영작문 수업. (초판 pp. 150-162). 서울: 동양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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