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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Mar 06. 2021

실력은 인성에 반드시 비례해야 하나요?

실력과 인성의 필요충분 관계에 대한 회의론


"한 인간의 현재 상태는 그가 지닌 신념을 그대로 반영한다."
(It is in your moments of decision that your destiny is shaped.)                                                 
                                                                – 앤소니 로빈스(Tony Robbins)의 '힘의 원리'에서




어느 분야에서건 회사의 대표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결국에는 '사람(人)'이다. 특히 우리나라 IT 벤처사업 1세대 기업가인 네이버, 다음, 카카오 그리고 넷마블이나 넥슨 등을 창업한 대표들 중 미국이나 프랑스 등 유학파 출신도 많은데, 그들을 인터뷰한 글에서 공통적으로 실력은 조금 모자라도 인성이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성 → 실력'으로 충분히 받혀줘야 하고 또한 인성이 더 큰 실력(주변의 신용)을 갖춘 인물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바이나, '실력 → 인성'으로의 관계는 앞선 말한 필요충분 관계가 반드시 성립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서 실력이 높다고 반드시 인성까지 좋아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본인은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스포츠나 회사생활 혹은 회사 밖의 정글과 같은 경쟁 사회에서 인성이 낙인찍히면 사회에서 매몰당하기 쉬운 게 유난히 한국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진다(나만 당연하지 않은가?).



공자는 유교를 만들었다. 그리고 출생과 사망연도가 불분명한 노자는 도교 사상의 창시자다. 춘추전국 시대에 유가(유교사상)가 지배층의 사상으로 자리 잡았던 까닭은 어지러웠던 시대에 강대국(진)이 전국을 제패하고 나라의 기틀이 잡혀가는 시기에 지배층과 피지배층과의 관계를 합리화하여 통치를 쉽게 하기 위함이었다. 반면에 도가(장자와 노자를 합쳐 노장사상)는 일개의 목숨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어지러운 형국의 세상에 대비하여 위아래의 서열보다 세상의 이치('도')를 따져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그러한 시대(오호 십육국)에 중국은 사람고기를 먹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위계질서를 나누는 게 사치라고 여길 만큼 백성들의 생활은 곤궁했다.



모든 세상의 이치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는 것은 중국의 서로 대비되는 사상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의 사이클이라는 법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 바쁜 시기를 평정해서 위계질서의 정립이 필요한 시기라면 그 시기에 필요한 사상과 법칙(호황의 시작)을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질서가 와해되고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불분명해지는 시기가 오면 또 거기에 맞는 사상과 이론(시장에서의 반감기)을 받아들여야 그때의 위기에서 살아남거나 혹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자본주의라는, 시장 경쟁에서 앞서야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세상에서는 위기관리능력과 사회로부터의 신뢰가 반드시 뒤따라야만 한다.





한때 스페인 리그의 1군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기대되던 유망주였던 이승우를 거론할 때면 이승우의 '개성 ↔ 인성'에 대해서 부각했다. 개인적으로 이승우가 아시아의 메시를 넘어 제2의 메시로 발돋움하기를 응원하고 그의 개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팬이다. 그런데, 이 친구의 이미지나 운동선수로서 한 두 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두고 '얘가 싸가지...'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지금도 20대인 한창 어린 선수의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의 제목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승우가 U-20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치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수비수 여러 명을 특유의 호흡법으로 주파하며 제꾸고('순삮') 칩샷을 날리는 모습을 봤을 당시, 필자는 친구랑 차를 타면서 이승우에 대해 얘기한 기억이 난다. 그때 함께 얘기를 나눈 친구는 이승우의 축구 실력을 떠나 언론의 떠도는 인성론부터 말했다. 하지만 그 당시 이승우의 부정적 여론을 떠나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으나 본론은 생략하고 그냥 아깝다고만 대답했다. 그 본론이란, 피파(FIFA, 국제 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먹어서 축구 선수의 경력 상 폼을 계속 올려야 하는 시기에 A매치 경기를 연속으로 못 뛰고 쉬었던 것에 대해, 그의 축구 커리어에서(필자의 팔자 커리어나 신경 쓰기 바쁨에도 불구하고;) 아쉽다는 거다.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팀에서 한창 성장가도를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월드클래스급으로 성장한 메시나 이니에스타, 싸비 등 바르셀로나 A 그들의 커리어와 비교한 외신 축구 전문가는 통계학적인 분석을 했다. 이승우의 인성을 따지기 전에 이미 앞서 말한 월드클래스급의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과도기의 성장(피지컬 측면) 타이밍을 놓쳤다는 한 전문가의 외신 인터뷰를 봤기 때문이다. 이때 아마도 같은 바르샤 후베닐 A 소속의 백승호만 성인 2군에 해당하는 바르셀로나 B로 거취를 옮겼다.   


그러니까 이승우 선수가 실제 스포츠 세계에서 인간성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가 그의 열성팬들의 기대에 부흥하여 세계 톱 클래스급의 선수로 성장하기에는 안타깝지만 피파로부터 받은 징계로 인한 3여 년의 공백이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때 읽은 기억으로는 당시 이승우와 같이 유망주로 거론되는 유럽의 다른 선수들은 이미 유럽의 명문 축구 리그의 성인 무대를 밟으면서 주전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프랑스의 '음바폐'도 그중에 한 명이었을 거다)도 있다고 한데 반해, 이승우는 공백기 이후 듣보잡이었던 이탈리아의 베로나로 임대되어서 출전시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장 중인 선수를 걱정해서 주변의 유명인들이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은 특히 유교문화가 기반인 한국사회에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씩 스타성의 센세이셔널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의 정형적인 스타들과 다른 모습('이천수'는 더 심하지 않았나?)을 보인다고 한들, 그것을 인성으로 결부시켜야 할 필요는 없었다(운동 세계에서 선후배 관계가 어지간하겠냐만은). 조언해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충고였겠지만, 자신의 실력을 자만하지 말라는 말은 인성을 바르게 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적어도 필자 생각에는 개성과 인성은 엄연히 다른 의미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식 선에서 자신의 가치를 부각하기 위한 개성의 존중은 반드시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고서라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의 골 세레머니가 건방지게 느껴진다고 꼭 그의 인성까지 꼬집어야 하는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는 앞으로 리틀 메시로 떠오르는 한국의 유망주들이 거론될 때마다 대한민국은 예의범절의 교리를 심판하는 무대로서 선수들의 능력을 재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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