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 추론(Analogy)'에 대해서
작년 10월에 카카오페이지,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750억 원 투자 유치를 받은 웹소설 스타트업 '래디쉬(raddish)'라는 앱이 있다. 창업자는 이승윤이라는 옥스포드대 정치철학 경제학부 출신인데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바이라인(byline)'이라는 저널리즘 서비스를 선보인 적이 있는 스타트업 CEO 출신이다.
한국에 웹툰이 많다면 영국에는 이 래디쉬가 영국의 20, 30대 젊은 여성들로부터 꽤나 인기가 있다. 앱을 설치해봤는데 유인 전략은 웹툰 서비스와 비슷했다. 처음에 무료로 웹소설을 볼 수 있는데, 다음화를 보려면 몇 시간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코인을 구매해서 바로 볼 수 있는 두 가지 옵션이 주어졌다. 그러면 궁금증을 이겨내지 못하는 독자 부류는 일정 금액 이상의 코인을 구매할 수밖에 없게 했다.
단순히 웹에서 볼 수 있는 소설 정도라면 국내의 카카오페이지와 일본의 소프트뱅크로부터 750억이라는 펀딩을 유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웹 소설계의 넷플릭스를 표방한 이승윤 대표는 이 서비스를 성장 궤도에 올리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서 NBC 채널의 일일드라마 여성작가 한 명을 삼고초려로 고용했다. 그리고 자신의 웹소설 서비스를 하루 내에 다음 화가 올라가는 '애자일(agile)'* 공급망으로 바꾸었다. 쉽게 말해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나리오 작가 수준의 필진들을 한 팀으로 만들어서 24시간 내에 다음 편의 소설을 서비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다.
당신이 만약 '프리즌 브레이크'와 같은 중독성이 강한 드라마를 몇 편 본 뒤 다음 편을 보려고 하는데, 몇 시간을 기다려서 무료로 보거나 아니면 바로보기 위해 유료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면 그것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으로 이용 가능하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이승윤 대표는 타깃 독자층을 애초에 영어권 국가의 젊은 여성층으로 내세워 그녀들이 가장 쉽게 빠질만한 로맨스 소설류로 공략하였다.
나는 궁금한 게, 정치철학 그리고 경제학부가 무엇을 공부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승윤 대표가 거기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방법을 배웠을까이다. 옥스퍼드 정경학부 출신이라면 그냥 정치 경제 분야로 자신의 진로를 꾸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일반인들의 '생각'인데 말이다. 하지만 변호사라고 유튜버가 되지 못할 이유도 없고, 영문학도라고 반드시 특정 소설가를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물론 한국에서도 서울대 나와서 스타트업 창업하신 분들 많고, 치과의사 하다가 금융업 앱을 런칭해서 현재는 대기업 못지않은 규모로 키운 한국인의 사례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결코 자신이 배운 학문의 주입으로만 창업을 도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거다. 그들은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방법을 다른 분야에 적용시켰음에 틀림없다. 어려운 용어로 '유비 추론'인데, 생각을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유추'와 같은 말이다. 쉽게 말해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4에서 주인공, 마이클의 형인 링컨이 컴퍼니(악당 측) 사의 보스를 차로 가로막은 뒤 그에게서 여섯 번째 카드를 빼내려는 것을 궁리할 때, 이전에 자신이 행했던 똑같은 사례를 떠올려서 그대로 실행에 옮기려고 한 것도 일종의 유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깐, 비슷한 사례의 어떤 방법론을 다른 상황이라도 그 같은 체계를 그대로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유비 추론, 영어로는 연역(Analogy)이라고 한다. 비슷한 말로 일반화, 추상화, 범주화이다. 맞다.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이 익숙하고 또한 영어 시험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영어식 사고방식이고 수학 능력(문제 해결력)이기도 하다. 한국은 대학 들어가고 취업하기 위해서는 졸업을 유예할 수는 있어도, 왜 어렵지 않게 졸업할 수 있는지 아는가? 이러한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구태의연하게 가르치지 않고 이 사고법으로 도출된 내용(해당 학문 분야의 이론)에 대한 주입만을 점수화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대한민국은 토익, 토플 응시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영어권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무는 성적표만을 받는 게 현실이다.
* Agile: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Agile software development) 혹은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대한 개념적인 얼개로, 프로젝트의 생명주기 동안 반복적인 개발을 촉진한다. from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