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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Mar 28. 2021

미드삼매경 I

365일 → 투핫! → 블라인드 러브 → 프리즌 브레이크


목표를 이루겠다는 각오가 얼마나 단단하고 절박 한지 보기 위해 우주는 우리를 시험한다.



몰입은 하는 건가? 되는 건가? 억지로 하지 않아도 빠지게 만드는 미국 드라마의 흡입력이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2개월 전부터 넷플릭스에 정식 가입해서 시청하기 시작했다. 국내산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인 '왓챠'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도 회원 가입할 때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 장르를 고르게 했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최적의 추천 알고리듬을 경연대회(keggle)로 치른 적이 몇 번 있었는데, 행간에 시청자들은 자신이 좋아한 장르로 선택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는다는 예상과 다른 실제 분석 결과를 도출해서 의아한 적이 있다. 실제로 인디나 오컬트 등 특정 장르를 선호한다고 한 시청자들이 알고 보면 성인이나 선호 장르와는 다른 영화를 많이 본다는 거였다.



그렇다. 필자는 가입할 때, 솔직하게 '19금'의 영화를 좋아하는 장르로 설정하고 넷플릭스를 시작했다. 그러니 메인 페이지에 항상 뜨는 영화가 '365일'이었다. 영화 포스터부터 매번 두뇌의 변연계를 자극하여 이성적인 사고의 마비를 가져오게 했고, 제목은 그러니까... 밥만 먹고 그것만 하는 건가(?)라는 선정적인 메시지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역시나 넷플릭스구나!" 나의 시각과 청각은 이 영화를 시작으로 '투핫!'이라는 미국에서 3000만 달러를 상금으로 건 연예 리얼리티 게임을 거쳐 얼굴을 보지 않고 얘기로만 이성의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까지 단 3주 만에 거행되는 커플 만들기 리얼리티, 그리고 한국에서 '석호필'(스코필드)이라는 애칭을 갖게 된 웬트워스 밀러의 '프리즌 브레이크'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프리즌 브레이크는 어떤 영어 강사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한국에서 방영할 시 많은 인기를 끈 것은 알고 있었다. 실제로 보니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시즌 1의 1편 만을 금요일 저녁에 보고 토요일 오후 2시부터 2편을 보기 시작했는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시즌 2의 1편까지 보게 되었다. 저절로 몰입이 되었고, 석호필의 연기력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드라마 자체의 긴장감이 오컬트 영화류처럼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작년에 봤던 오컬트 영화 중 '유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남아있는 긴장감으로 층간소음이 예전과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 어두운 분위기의 '프리즌 브레이크'는 정작 탈옥수들이 탈주를 하는 장면에서는 그다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잠깐 졸기도 했다.



구조 공학자 출신의 스코필드가 가진 평범한 이와 다른, 사물을 볼 때 전체 구조의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천재의 재능이라고 영화의 중반에 스코필드의 정신과 담당의사가 말한다. 굉장히 부러웠다. 만약 한국의 상위 0.1%의 수재가 스코필드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분명 그는 몸에 문신은 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스코필드처럼 전체 건물의 세세한 부품이 탈출을 위한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기가 막힌 생각은 못했으리라. 그러니깐 제아무리 공간지각력이 좋아서 암기를 잘하는 인재(영화 속에서 정신병동에서 생활하는 2급 살인범이 이와 같은 기억력이 있어서 스코필드 몸에서 사라진 부분의 폭스리버 교도소의 통로를 그려준다.)는 전체적인 그림(빅 픽쳐)을 그려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 미드의 전체적인 구성에서 스코필드가 자신이 취직한 회사가 건설한 폭스리버 교도소의 설계도면을 빼내어 직접 교도소까지 들어가는 것까지는 꽤나 개연성이 높게 느껴졌다. 방영 당시에 대박이 터진 게 아마 주인공의 치밀한 계획과 교도소 내부에서 연일 이어지는 살벌한 분위기의 긴장감이 어우러진 드라마의 전개에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대부분의 여성을 포함하여) 웬트워스(프린스턴 대학의 영문학 전공)의 진지한 표정과 여성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난관(흥미로운 트릭)을 극복해나가는 모습과 그가 실제로 게이라는 점까지 보태며 맷 데이먼(하버드대 영문학과 중퇴)이 연기한 역(굿윌 헌팅, 본 시리즈)들보다 더 똑똑하게 보이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교도소의 배수관 벽을 뚫기 위해 '훅의 법칙(Hook's law)'을 구조 공학자로서 그 이론을 말하는 모습에서 약간 의구심이 들었다(결국 영화구나). 대학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했던 필자도 훅의 법칙을 어렴풋이 기억하기는 한다. 엡실론과 람다 문자가 공식에서 등장하고, 어떤 물체라도 인장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탄성이 끊어져 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드라마에서는 두꺼운 벽에서 특정 지점의 몇 군데에 구멍을 낸 뒤, 큰 충격을 가하면 일시에 벽이 무너질 거라는 말에서... 약간은 의아했다(이것이 실제 이론상으로도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2007년 당시 방영할 때 대한민국 스코필드 팬들과 함께 보지는 못했지만, 당시에 나는 재료공학을 공부하면서 훅의 이론의 공식만 외우고 문제 푸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스코필드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아서 초청되기도 하고 빈폴의 청바지 모델로도 봤던 거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 개화기 시기에 캐나다에서 건너온 스코필드라는 의사가 있었는데, 그가 개명한 한국 이름이 '석호필'이었다. 그래서 한국의 프리즌 브레이크 덕후들이 이 미드의 주인공 스코필드를 석호필로 애칭 한다는 것을 어느 신문기사에서 본 기억이 난다. 드라마 속의 그처럼 전체 구조를 살피면서 사물의 세밀함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이가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면접관에게 받은 질문이 '5년 후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였다. 그리고 화면이 바로 바뀌어 그는 폭스리버 교도소에서 배수관 통로에서 형과 탈출하기 위해 물심양면 측량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프면 병원 가야 하지만 '청춘'이라고 마구 유행하던 그 시기에 전 세계의 놀고 있는 청춘들에게 100% 들어 먹힌  '오버랩(overaping)' 기법이었다는 것을 프리즌 브레이크의 제작진들은 알기나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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