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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Apr 28. 2021

가장 빨리 영어를 습득하는 길 II

디지털과 아날로그 속성으로 바라본 영어를 영어답게 구사하는 사고력

영어를 배우는 데 아래의 순서가 외국인에게는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생각한다.


 모사(이해하면서 필사) → 작문(법) → 독해  [디지털 속성]

 이해하며 듣기 → 즉흥적으로 말하기 →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기  [아날로그 속성]


위에서 독해까지는 '디지털'과 같은 전기적 속성을 지닌 매개에서의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자녀들을 엄마 뱃속에서부터 듣기나 말하기(엄마가 뱃속의 아가에게)를 선행해야 한다는 사교육가의 영어 교육론과는 순서를 달리한다.






컴퓨터에서 0과 1로 나뉘는 이분법적인 신호(비트) 체계를 디지털이라고 일컫고, 반면에 아날로그는 디지털처럼 계단식이 아니라 연속적인 흐름을 일컫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축의 레코드판인 LP는 꾸욱 누르는 핀의 세기와 중간에 새어 들어오는 잡음 때문에 원본과 완전히 동일한 LP판으로는 복제할 수가 없다. 소리(음파)라는 불완전한 흐름이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퓨터 디바이스(장치)에 저장되어 있는 어떠한 사운드를 복사할 때는 완전히 똑같은 음질로 복제가 가능하다. 왜냐하면 디지털은 아날로그처럼 어정쩡한 신호가 아닌 0가 1로 확실히 구분되는 전기적 신호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확률로 쳐도 49.99 퍼센트는 0으로 치고, 50.001 퍼센트는 1로 변환하게끔 되어있다. 디지털 자체는 단점보다 이처럼 모 아니면 도로 신호 변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아날로그보다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외국인이 원어민처럼 처음부터 아날로그적인(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따라 하면서 익히는 것은, 원어민이 태어나면서 들었던 모국어의 노출량만큼의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이 노출량보다 어릴 때 스스로 입을 떼면서 본인이 수없이 만들었던 논리적이지 않은 말(성인은 이것을 '실수'라고 생각해 용인하기를 꺼려한다.)인 셀프 피드백 과정과 주위의 누군가로부터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전제 또한 필요로 한다.


그래서 배우려는 외국어의 문화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어떤 매체를 통해 외국어 소리와 특정 상황에 대한 이해 방식을 수집하는 게 해당 외국어를 습득하는데 필요한 배경지식으로 쌓일 수는 있으나, 당장에 영어를 구사해야 하거나 어디에 글이라도 써내려면 듣기나 말하기보다 디지털적인 복제(모사)가 가능한 작문이나 독해를 먼저 수없이 반복함으로써 영어를 사용할 때의 '무의식적 습관'을 좀 더 빨리 들일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어 사고 양식이나 말하기 순서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에서 언어학적으로 태생이 극과 극인 외국어에 대한 어순과 문법 그리고 이해하는 능력('추론')을 좀 더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연역적 사고방식의 하나인 '추론'하는 능력이다. 이것에 대한 설명은 잠시 뒤에 이어나가기로 하고 먼저 작문과 리딩이 왜 선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겠다. 인간이 두뇌에 가장 큰 자극을 줄 수 있는 외부 신체기관은 '손'과 '눈'이다. 손은 밖으로 나온 두뇌라고 할 정도로 사람의 겉모습만을 보고 어떤 심리 상태인지 알 수 있는 직접적인 노출 부위가 바로 손동작이다. 글을 쓰면서 특정 행간을 이해하는 과정은 뇌에 굉장히 큰 부하(전기적 자극)를 일으킨다. 그만큼 자극이 직접적으로 전해져 쉽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눈은 대부분의 남성과(청각에 익숙한 대부분의 여성을 제외하고라도) 인간이 가장 빠르고 쉽게 판단을 내리게 하는 감각기관(시상하부) 중 하나이다. "보는 것이 곧 이해하는 것"이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보다는 실제로 한 번 보는 게 그만큼 확실히 와닿는다는 즉슨, 독해를 할 때 눈에 들어온 활자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것을 다시 글로 써 내려가는 과정은 두뇌에 즉각적인 학습효과를 안겨준다.


그래서 지난한 언어 소리에 대한 노출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유년기 이후의 학습자들은 듣기나 말하기보다 먼저 쓰기나 읽기로 외국어 학습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를 앞당길 수 있고, 성인은 그동안 모국어로 쌓은 문해력(특정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 scheme이라는 맥락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고력)이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에 특정 외국어를 논리적(하지만, 비감각적인)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영어를 학습하는데 먼저 자신에게 필요한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의 원서를 이해하며 베껴 쓰고 요약하고, 다시 정리하는 등의 통합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 수반되는 문법적 지식과 용어(맥락에 어울리는 어휘, Lexical resource)와 표현 및 구문들을 자신의 스키마 지식으로 구축할 수 있다. 이렇게 닦은 토대를 통해 학습했던 표현과 구문이 다른 분야라도 비슷한 맥락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즉, 디지털의 복사 속성과 같이 원서의 글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서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인 모국어의 동일한 맥락*을 통해 다시 틀리지 않고(유비 추론 과정) 복제할 수 있는 모사가 가능하고, 독해도 역시 원문을 읽고 정확한 해석을 통해 논리적으로 정해진 답안을 고르는 과정(피드백)을 거치므로 해당 언어의 이해력을 증진할 수 있다.


반면에 듣기나 말하기는 들어보지 못한 외국어 말소리에 대한 필터가 가능한 수준의 어떠한 지식 체계(앞서 언급한 스키마)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소리와 말은 아날로그적(연속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완전한 복사(앞서 말한 추론 과정이 누락된 채, 단지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어떠한 진동이 계속 흐르므로;)는 불가능하다. 앞서 말한 작문과 읽기를 통해 관심 분야의 맥락에 따른 표현과 구문의 선행학습이 없으면 외국어를 듣는 것은 말 그대로 소귀에 경읽기요, 말하는 것은 앵무새가 사람 소리를 흉내 내는 것과 같다. 컴퓨터의 비트(0과 1의 신호 체계)에 한 번 더 빗대자면, 불이 켜지는 '1'의 상태가 일어나지 않는 연속적인 흐름은 마치 두뇌에서는 아무런 전기적 신호(어떠한 인지반응)가 없는데, 들리는 소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신호 체계(문해력)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자신이 입으로 단 한 번이라도 내뱉으며 의미와 그때의 심상(강렬한 감정)을 곱씹은 적이 없는 소리와 원문의 자막이 가득한 영상물(드라마나 영화)을 보면서 수백 번 따라 말한 들(쉐도잉), 그것을 언젠가 비슷하게라도(아날로그적으로) 한 번 내뱉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억지로 외운 자막을 날 잡고 스스로 발표할 때뿐이다.


디지털에서 '1'이라는 불이 들어온다* 전기적 신호처럼 마치 머릿속에서 환하게 전구 불빛이 켜지게 하는 과정은 앞서 말한 "쓰기와 읽기를 통해서 지난하게 이해하며 각인시킨 표현과 구문들을 숙달"시키는, 일종의 낚싯줄을 만드는 과정이다.  낚싯줄을 얼마나 많이 얽혀 매고 촘촘히 짜느냐에 따라  쓰임새에 맞는 고기(맥락)들을 쉽게 낚을  있다. 단지 냇가에서  낚시나 하는  목적이라면  쓰임에 맞는 한정된 분야에서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원문에 대한 모사와 이해력 신장이 필요하다. 반면, 대양의 참치를 잡으러 가는 원양어선 낚시가 목적이라면 그만큼 여러 분야의 다양한 습작(필사와 영작) 그리고 평소 습관으로 자리 잡은 원서 독서를 통해 듣기와 말하기의 수준도 향상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전제 조건은 항상 자신의 의지('지난한 반복을 통한 피드백으로 장기기억화와  기간만큼의 숙련도') 의해 이해** 선행해야 한다는 거다.



앞서 말한 외국어를 알아듣거나 이해하는  필요한 추론 능력은 배우려는 언어의 학습을 통해 자신의 뇌에 정리된 표현과 구문 그리고 여러 가지의 맥락과 배경지식을 통틀어, 특히 이미 쌓여 있는 모국어와의 같은 맥락(의도)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정답에 가깝게 맞추는 이해력(유비 추론 능력)이다. 이게 반드시 학습을 통한 서술적 지식에서 절차적 지식으로의 체화(지난한 반복에서 원문과의 차이를 비슷함으로 복제하는 과정, '익숙함')으로 이루어지면 외국어 과정을 한없이 지난해질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그 맥락에 대해 학습(원서 독서)한 표현을 구사하면서 장기기억에 자리 잡힌 실질적인 언어감각을 기를 수도 있다. 마치 미국 아카데미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식에서 윤여정이 첫마디로 내뱉은  말은 아마도 브래드 피트에게 ' 나와 함께 영화를 찍지 않고 어디에 있었느냐'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브래드 피트, 지금 당신을 봐서 너무 감격스러워요." 정도로 이해가 가능하도록 말이다.



안 그러면 말고~


  




* 모국어로도 이해가 안 되는 같은 내용의 외국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곳이 대한민국 영어교육 시장이다.

  

* 이 '비트'는 실제로는 너무 작아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논리적 신호로 컴퓨터에서 0과 1이라는 이진수를 표현하기 위한 가상의 공간을 말한다. 물리적으로 이 비트라는 공간에  0일 경우는 전기적 신호가 흐르지 않았으므로 불이 꺼져 있는 상태로, 1일 경우에는 전기적 신호가 흘렀기 때문에 불이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궁극적으로 이 '이해(Comprehension)'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한 수기를 다음 편에 다루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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