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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Jul 11. 2021

철학이 사라지지 않는 까닭

사고 실험 = 시뮬레이션 = 판단력





중학생 시절, 학교에서 독서감상문 노트를 만들어서 교실 단상 위에 제출해라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적이 있었다. 반장이었었기 때문에 모범을 보인다며, 표지에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그려서 친구들의 노트와 함께 쌓아놓은 적이 있다. 그때 친구들이 처음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림을 쳐다보더니, 밑에 적혀있는 '생각하는 사람, 로뎅'을 잠깐 흘겨보고는 "오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 로뎅이 누군지도 정확히 몰랐지만, 그 조각상이 어묵으로 점칠되어져서 교실에서 한동안 불렸다. 그것을 보았었던 친구들은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아마도 턱을 괴고 있는 조각상을 보노라면 반사적으로 로뎅이 아닌 어묵을 떠올릴 확률이 높을 거다.



앞일을 예측하기 위해 데이터를 이용하면 AI로 대처 가능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토대로 전문가들의 앞선 지식과 본인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으로 쌓은 사례의 양(모수)으로 단박에 판단하는 휴리스틱(직관적 판단력)은 아직 AI가 인간을 넘어서기는 힘들다. 결국 마지막 결정은 인간의 직관력에 의해 판단한다.



부동산 투자 고수들의 일가견을 다룬 책들을 보노라면, 아인슈타인과 이들의 촉은 분야만 다르지 같은 방향성을 지닌다고 느꼈다. 아인슈타인이 평소에 건망증이 심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지만, 그가 자신이 쌓은 물리학과 수학의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사고 실험을 할 수 있었다거나, 양방향에서 마주치는 열차를 통해 속도의 상대성을 사고 실험한 인내력은 얼마나 끈기 있게 상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들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의 분야도 마찬가지다. 단지 지식(앞선 성공사례들의 이론)만을 가지고는 떡상을 할 수는 있어도 유지는 하기 힘들 것이다. 거인들의 어깨(앞선 선구자) 위에서 어떻게 상황이 흐를 것인지를 끈덕지게 유추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능력(사고 실험)을 얼마나 오랫동안 하고 이것을 AI를 통해 구현(딥러닝)한다면 좀 더 확률이 높은 투자를 유지할 수 있고 매도와 매수 타이밍을 적절하게 예상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이러한 사고 실험을   있는  아니라, 현실에서 발생한 특정 이벤트가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일으키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테면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대중의 단순한 생각(그렇게 생각해야만 투자 기회가 생김) 안다면, 가장 비쌀    있는 타이밍의 수요가 몰릴 , 가장 싸게   다들 팔려고 하는 시기를 좀 더 근접하게 예상할  있다.



그래서 투자를 공부한다면 투자 관련 경제, 금융서적과 그 분야의 멘토로부터만 투자 노하우만을 배우기보다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인문학과 심리학 분야도 두루 살펴봐야 한다. 주식투자의 구루들이 취미로 읽는 서적들이 옛 그리스 신화와 고전류(심지어 라틴어로 적힌)인 까닭이 바로 어느 분야에서건 인간의 심리와 철학을 다룬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내가 부동산 투자를 하노라면 먼저 수요가 몰릴 때와 다들 팔려고 하는 타이밍을 확률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최대한 많이 돌려볼 수 있는 때일 것이다. 이것이 투자의 구루들이 할 수 있는 사고 실험 능력이고 결국 인간의 본성을 얼마나 잘 알고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과 맞닺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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