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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Sep 26. 2021

소는 누가 키울까?

귀경길에 들은 라디오






추석을 포함하여 9일간 고향땅에 발붙여 있었다. 회사일 생각도 몇 번 했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 + 가족과 나들이를 한 연휴였다.


추석 전 금요일 저녁에 보컬 레슨을 받고 다음날 오전에 집으로 내려왔다. 집에서 충분히 먹고 자고 그리고 가족과 아버지의 고향을 다녀오고, 다시 자기 계발 타이밍으로 아래 두 가지를 끝내고자 했다.


첫 번째, CPPG 문제집 문제 다 풀고 틀린 문제만 추려내기

두 번째, 미국식 영작문 입문편 가능한 한 많이 영작해서 잘못 영작한 부분 해설 보고 되뇌기


둘 다 이루지 못했지만, 다행히 우선순위를 매겨놔서 첫 번째 계획은 가장 많이 출제되는 파트만을 두 번씩 다 보고, 틀린 문제에 대해서 설명하는 연습을 했다. 두 번째 계획은 한국인이 쓰기 어려워하는 2 형식과 5 형식 용법의 동사 파트에 관해서 전부 영작했고 다음날 다시 테스트해서 틀린 부분은 집어봤다.



어쨌든 긴긴 휴가였기에 가능한 자기 투자 시간이었고 오늘 오후에 부모님에게 인사드리고 귀경길에 올랐다. 고속도로를 타고 도착하기 한 시간 전쯤 라디오에서 어느 대학 교수가 맹자와 장자의 사상의 차이에 대해 현대의 사례로 빗대어 얘기하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막 끝난 30대 중반에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에 합류한 한 투자 전문가의 인터뷰의 내용과 그 프로그램에 이어서 앞서 말한 교수님의 강의를 듣자니, 맹자가 산 시대만이 모든 국가가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패권다툼을 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맹자가 강조한 하나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그것을 축척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는 장자에게 있어 바닷가의 모래성과 같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사회에서 바쁘게 살고 뭔가 이뤄내야 하는 게 마치 의무인 것처럼 자신을 재촉하는 삶은 따지고 보면 맹자가 강조한 부국강병이 이루어지려면 그 나라를 제외하곤 나머지 나라들은 부국강병 하지 않아야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제외한 타인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전제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장자는 바닷가에서 제아무리 견고하게 모래성을 쌓는다고 손치더라고 파도가 한 번 휩쓸고 가면 무너지듯이 인간이 어느 분야에서건 타인과 경쟁해서 이룬 승리가 반드시 누구에게나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없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도착지까지 다섯 시간 피니쉬 타임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중간에 속도 경보알람 때문에 경청해서 듣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내가 느낀 건 이거다.



모두가 다 파이어족이 되어서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게 목표가 된다면, 그중 누군가는 이루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는 이루지 못할 것이다. 입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경쟁만을 쫓아서 공부만을 하는 수험생이나 사회에서 누군가를 이기고 승진하기 위해 경쟁을 일삼는 직장인이나 하나의 목적만을 향해 모두가 뭔가를 이루고 가지기 위한 삶을 산다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는 도태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장자는 맹자가 보지 못한 한 가지를 짚었는데, 그렇게 하나의 가치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게 모두에게 공통되는 우선순위의 가치관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였다.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내가 반드시 내가 목표로 하는 강한 자아만을 성취하기 위해 사는 삶이 허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가 나비가 되어서 난 건지, 나비가 내가 되어서 난 건지 분간이 안된 꿈을 꿨다는 장자의 유명한 호접몽 들어봤을 것이다. 자아가 강하면 그만큼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었던 게 그 어지럽고 수많은 나라들이 일 년에 수차례 서로 전쟁을 일삼아야만 했던 시기에 맹자의 '부국강병론'보다 장자의 '호접몽'이 어쩌면 목숨을 더 쉽게 보존하는 처세술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대판 파이어족이 성행하여 모두가 큰돈을 모으고 른 나이에 은퇴할  있으면 젊은 세대들의 취업난도 해소되고.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질 거라는 4 산업혁명시대에 자신의 밥그릇 지키는  연연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사회의 경쟁에서  승리하기보다 요즘 파이어족처럼 일찍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똘똘하게 돈을 모으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허나 모두가 은퇴할  있다면 소는 누가 키우나?*






* 전 박근혜 대통령과 아무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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