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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Feb 19. 2023

인문학적 소양이 뭐길래

교양과 지식은 다르다.





필자는 내 나이 또래보다 사회생활 출발이 늦었다. 그렇다고 가방끈이 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첫 직장 생활을 우여곡절 끝에 3년은 넘게 버텼으며, 이후 업종 전환을 해서 IT 분야에서 기술사 준비도 할 수 있는 경력도 갖춰가기 시작했다.



근래 CKA(Certified Kubernetes Administrator)라는 서비스(애플리케이션)를 멀티(클러스터링)로 관리하는 최신 기술의 관리 역량을 테스트하는 자격증을 응시했다. 첫 응시에서 19%라는 '정량적 지표'로 낙방했다. 다행히도 이 외국 자격증은 한 번 응시해서 떨어지더라도 1년 내에 한 번 더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19%라는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아직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정성적 해석이 가능하다. 이 시험의 커트라인이 69%인데 만약 65% 왔다 갔다 하는 선에서 떨어졌더라면,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왜냐하면 무엇 때문에 퍼센티지 5%가 모자란 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인이 무엇이 부족한지 정의 내릴 수 있어야 다시 준비하는데 버벅거리지 않을 수 있다. 회사 생활의 첫 번째 스텝은 일단 부딪혀서 본인의 약점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결과로 나타냈을 때, 정량적인 지표로만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게 아니라, 정성적으로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점을 도출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회사생활 첫 번째 능력은 이거다.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자신의 약점을 덜어내고 강점에만 포지션닝 하는 거다. 그 강점이 회사에서 유일무이하다면 밥줄 끊길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당신에게 그 강점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할 때, 나의 강점은 다음 사건에 대한 일련의 추론(예지력)이 좋다는 점이다. 그리고 큰 그림을 직관적으로 잘 내다본다. 하지만 이에 반해, 사용자 친화적인 의사 소통력이 부족하다. 나는 잘 안다. 이 브런치에 게시한 글만 보더라도 일반 독자가 단 번에 보고 체류할 시간이 그다지 길지 못하다는 것을.



영어로 업계의 전문용어를 야르곤(Jargon)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Jargon이 법조계에서는 카르텔(해당 섹터의 진입장벽)로 인해 법전 용어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어렵다. 내가 몸담고 있는 IT 업계, 특히 클라우드 분야도 마찬가지다. 각 메이저 벤더사(AWS, Azure, Google Cloud)마다 같은 의미이지만 저마다 다른 용어로 정의해서 마치 입문자가 보기에는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개념으로 오인하기 쉽다.



어려운 용어들을 그대로 쓰는 것을 그들만의 대화에서나 효용성이 크다. 하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라도 최신 기술의 진입장벽을 처음부터 쉽게 뛰어넘지는 못한다. 그들도 처음에는 부단히 외우고 업계 경험을 하면서 기술 스택마다 다른 학습곡선을 여러 번 거친 이후에야 그와 같은 용어들을 쉽게 남발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런 회사의 전문용어를 잘 습득할 수 있을까?
당연히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다.

 

필자는 IT분야에만 한정 짓지 않더라도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을 쉽게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을 언급하고자 한다. 그중 인문학적 소양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어떠한 분야라도 자신의 용어로 바꿔서(Encoding, 부호화) 이해하고 기억을 한 다음, 다시 그것을 해당 전문용어로 끄집어내거나(Decoding, 복호화) 혹은 비유(Metapho)나 연역(Analogy)을 통해서 7살짜리 어린이에게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자신이 아는 것을 7살짜리 어린아이가 이해할 정도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것은 아는 게 아니라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가능한 수준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부유하고 있는 데이터 수준이 아니라, 언제든지 절차적으로 정리해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력, 즉 '진짜 지식'이다.



하지만 지식은 개개인의 배경(scheme, 스키마)에 따라 자신의 언어로 바꿔서 이해가 될 수도 있거나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 이 배경이 바로 앞서 말한 해당 분야의 지식과는 별개로 다양한 분야의 교양, 즉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과나 공과 나와서 전자나 IT계열 취업해서 맨날 숫자랑 씨름하고 나 혼자 개발하고 한 번씩 팀미팅 가지면서 본인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일부를 발표하거나 코드 리뷰하는 정도가 일상인 게 현직의 개발자들의 루틴이라고 하는데, 무슨 인문학적 소양이 회사생활을 하는데 필요하다 말인가?



없어도 된다. 본인이 아인슈타인만큼 기초수학이나 기초과학에 매료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거기에만 매몰되어도 평생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데 장담한다. 하지만 본인이 어느 부분에서는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기억의 왜곡') 사람은 결코 유능해질 수가 없다. 



그것을 깨닫는 척도가 되는 것이 인문학, 즉 당신이 밥벌이로 알아야만 하는 것 외에 세상에 대한 관심사(그중 하물면 정치일 수도 있다.)가 없는데 당신이 사회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인슈타인급은 아니라도, 한 가지의 괴짜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편에서 계속


참조

1) In Defense of a Liberal Education'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 파리드 자카리아

2) 일을 잘한다는 것 - 야마구치 슈, 구스노키 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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