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레랑스 혹은 빨리빨리 근성
Remember, the world is not run by those who are right; it is run by those who can convince others that they are right.
'System Thinking' by Jamshid
아침 출근 간에 한 번씩 내리막의 사거리에서 내려가면서 우회전을 하려는 경우가 있다. 우회전하려는 오른편의 도로의 교차로 신호등이 녹색임에도 불구하고 보행자가 없으면, 우회전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 슬그머니 차를 돌리는데, 옆의 동승하신 어머니의 입에서 항상 '어.. 어..' 하신다.
아닌 게 아니라, 올해 1월 22일부터 우회전 현행법이 새롭게 적용되었다. 오늘 카닥이라는 차수리 앱에서 갑자기 해당 개정안에 대해서 이전과 이후의 차이점에 관한 아래 글이 알림으로 떴다. 포인트는 사람이 있든 없든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거다.
나는 바뀐 교통법이 혹시나, 적색불에는 무조건 정차해서 녹색불로 바뀌었을 때만 그리고 보행자가 없을 때에만 우회전이 가능하다고 바뀐 줄 알았다. 하지만, 다행히 적색불이더라도 보행자가 없으면 일단 일시 정지 이후 우회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서두의 시스템 사고법이라는 책에서 세상은 무조건 옳은 사람들에게 의해 움직이지(운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그들이 옳다고 설득(확신)시킬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한다. 이 책은 엔지니어링에 관한 공대생들을 위한 대학교재 같은 책인데, 이 말을 하는 저자의 가치 명제에서 감명을 받았다. 시스템 사고에서 필요한 스토리텔링에 관한 파트에서 인용한 말이다.
운전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운전을 융통성이 없이 무조건 법대로만 하면서 교통질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의 수가 없다면, 융통성 있게 움직일 수 있다. 모든 교통질서에서는 빨간불이냐, 초록불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이와 유사한 개념을 가지는 똘레랑스 정신이 아이러니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굳이 보행자가 없는데서 우회전하기를 건널목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보고, 내가 갑갑할 수밖에 없었던 게 한국인의 '빨리빨리' 근성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