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gi Seo Nov 05. 2023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아직도 불경기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는 Microsoft의 Azure 클라우드를 보급하는 MSP(Managed Sevice Provider) 업체 중 하나다. 근래 OpenAI사에서 ChatGPT 서비스와 AI 생성형 모델을 내놓았고, MS에서 이를 도입해서 클라우드 Data 분야의 경험을 많이 쌓은 우리 회사가 고객사에 AI 기반의 챗봇(Chatbot)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해 주는 프로젝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 가운데, 우리도 Azure OpenAI Service를 기반으로 한 챗봇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고객사에서 처음 요구한 M/M(Man/Month) 가격보다 제법 떨어뜨린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되었다. AI 그룹의 동료가 사실 이 AI 서비스도 돈 있는 회사에서나 도입하지, 자본금이 여유롭지 않은 회사에서 누가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이 서비스를 사용할까라고 푸념했다.



말이 AI 시대가 도래되었지, 사실은 그렇게 AI기술이 일상으로 스며들지는 않았다. 엊그제 네이버에서 한국어에 특화된 AI 생성형 모델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현재 그 인기는 사그라들었다. 실생활에서 과연 고객들이 이 서비스를 선뜻 돈 주고 사용할 만한가부터 재고해 볼 시점이다.



또 MS Copilot(부조종사)라는 MS오피스 제품군에 탑재한 인공지능 서비스의 미리 보기(preview)도 일반에 공개되었다. 관련 부서 동료가 해당 제품의 MS사 시연회에 참여하고 있어서, 어떤지 넌지시 물어봤다. 초안(Draft)을 만드는 기능이 생겼다는 말을 뒤로 한채, 크게 바뀐 게 없을 거 같다고 단정 지었다.



이러한 AI 서비스가 직장인의 업무에 도입되면 결과적으로 업무 효율성의 향상에 직결되어야만 큰돈 줘도 쓸만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하지만, 단순히 귀차니즘이나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들을 위해서 그들이 수동적으로 따로 업무를 하지 않고도 마치 해낸 것처럼만 보이면 기실 이것은 업무태만과 무엇이 다를까?



AI 알고리즘의 내부 구현과정은 인간은 알지 못한다고 한다(그래서 설명이 가능한 AI 알고리즘, 혹은 기술이 앞으로 대세다). 이게 AI 기술 발달을 무조건 혁신으로만 바라봐야 할까라는 윤리적 문제에 봉착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일론 머스크, 레일 커즈와일(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서는 시점으로 기계의 지능 폭발이라고 일컫는 '특이점'이라는 이론을 주장한 예전 구글의 디렉터이자 싱귤레리티 대학의 창시자), 닉 보스트롬 등 일반 AI(인간 능력을 앞서는 강 AI)의 도래를 부정적으로 예견한 사람들은 보통 일반인들보다 똑똑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예견하기를 AI는 AI가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 윤리적 잣대를 가진 판단력이 없고, 자아가 없는 무생물체이기 때문에 책임성을 부여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무생물체가 인간의 지능을 앞서면 인간을 종식시킬 수 있거나,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간에서 트랜스포메이션(진화가 아닌 전이)한 다른 생명체로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예전에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일론 머스크가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래리는 이게 무슨 문제냐라고 한 반면에 일론은 이게 인류의 재앙이라고 말하며, AI기술을 무작정 발달하도록만 방치하면, 결국 인류는 화성으로 도피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사실 저런 발언을 두고, 래리는 머스크를 'specist(종차별주의자)*' 혹은 특수주의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면 보편 대다수의 일반인은 인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전이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다는 가정에서 저런 발언을 했을 터인데 작금의 나의 상태로서도 과연 무생물로 진화하는 게 종차별주의라는 건가라는 의아함을 품게 만든다.



인류에서 기계로 전이된다는 가설은 이미 많은 학설로도 내려져오고 있고, 필자도 몇 해전에 이와 관련된 도서를 읽고 여기에 그런 감상을 담은 글을 쓰기도 했다.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거다. 배부르고 따신 밥 먹으니깐 사농공상 아닌, 'AI 공상' 따지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아직도 불경기이고 앞으로 한국이 어디론가 나아가야 한다면, AI보다는 기본(인륜)이 먼저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됨(윤리)을 가정하지 않고, 객체가 주체를 마음대로 부리는 세상을 먼저 내다보는 꼴은 사람이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황망하기 짝이 없다.







* specist(종차별주의자) :  spe·cies·ism(종차별주의)를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종의 이익을 옹호하면서 다른 종의 이익을 배척하는 편견 또는 왜곡된 태도”

https://ko.wikipedia.org/wiki/%EC%A2%85%EC%B0%A8%EB%B3%84%EC%A3%BC%EC%9D%9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