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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May 18. 2016

16개 국어를 20대 이후에 동시통역급으로 구사한 여자

촘스키의 변형생성문법과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자본 이론 올 단두대!





20세기에 가장 유명한 다중언어 사용자는 Kato Lomb(1909-2003)인데, 헝가리 출신의 번역가이면서 동시통역도 하신 여자로 16개 언어를 구사했었다. 그녀의 저서로 "Polyglot: How I learn languages"가 있다.

외국어 학습 이론서에 많이 등장하는 Krashen은 그녀를 "possibly the most accomplished polyglot in the world"라면서 극찬했었다고 한다. 다른 다중 언어 사용자와는 다르게 Lomb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에 외국어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그녀는 화학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했었다.

그녀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1933년으로 20대 중반이다. 순전히 독학으로 영어를 배우고 이후 41년에는 러시아어를 역시 독학으로 배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외국어를 습득해서 16개 외국어를 구사해서 번역도 하고 통역도 한 것인데, 대부분의 학습자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을 모두 깨뜨렸다.

외국어 학습을 나이 먹고 시작하면 머리 싸잡아 메고 공부해야 하는 걸로만 패러다임화 된 대한민국 영어교육 헌장


일단 한국의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영어는 어릴 때 배우지 않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굳게 믿고 있는데 그래서 비싼 돈을 들여 영어학원에 어릴 때부터 보내고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아이를 영어권에 연수까지 보낸다. Lomb는 이런 영어 조기교육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영어학원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혼자서 동시통역을 하는 수준의 영어를 구사했다.



 그녀는 이후 자신의 저서에서 16개 언어를 같은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부분도 사실 일반적인 학습자가 오해를 많이 하는 부분인데, 완벽하게 bilingual인 사람은 거의 없다. 어느 하나의 언어가, 특히 모국어로 인지되는 언어가 더 높은 수준인 경우가 많고 다른 2번째 언어는 모국어로 인지되는 언어보다 구사력이 떨어진다.


 Lomb는 자신의 모국어 하나, 즉 헝가리어라고 밝히고 자신의 주된 외국어인 러시아어, 영어, 불어, 독일어는 헝가리어와 동시에 자신 안에서 살고 있다고 표현한다.("I only have one mother tongue: Hungarian, Russian, English, French,
  and German live inside me simultaneously with Hungarian")


 즉, 헝가리어가 모국어이고 다른 외국어는 모국어보다 절대적인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원칙론적으로도 이론이 없지만 그녀가 언급한 4가지 외국어의 경우 모국어에 근접할 수준으로 상당한 실력을 쌓았다. 또한 모국어를 포함 이 5개의 언어를 자유롭게 교차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I can switch between any of these languages with great ease, from one word to another.")

단순하게 인지적으로 해당 외국어를 알고 피동적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면서 실용적인 사용이 가능했다.


 4개의 핵심 외국어의 바로 다음 그룹은 모두 4개인데 놀랍게도 서양인이 배우기 힘들어하는 중국어와 일본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두 번째 외국어 그룹은 바로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폴란드어인데 그녀는 반나절 정도 복습을 하면 해당 언어로 된 텍스트를 번역할 수 있었다.
("Translating texts in Italian, Spanish, Japanese, Chinese, and Polish generally requires me to spend half a day brushing up on my language skills and perusing the material.")


 나머지 3번째 외국어 그룹은 6개로 불가리아어, 덴마크어, 라틴어, 루마니아어, 체코어, 우크라이나어인데 주로 문학 번역이나 기술문서 번역을 통해서 알고 있다고 밝혔다.
("The other six languages [Bulgarian, Danish, Latin, Romanian, Czech, Uk-rainian] I know only through translating literature and technical material.")


 Lomb의 사례는 외국어 학습 이론가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익숙한 문법 위주 영어학습을 그녀는 반대한다. 하루에 20-30개의 단어를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선생이 설명하는 문법을 소화하는 식으로 하는 학습은 의무감을 만족시켜 주기만 할 뿐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고 한다. 그녀가 주장한 가장 기본적인 학습 원칙은 언어 자체에서 문법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One learns grammar from language, not language from grammar.)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 '언어'이지만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대한민국 영어교육은 학습자의 시야를 가로막고만 있는 현주소


 그래서 그녀의 가장 큰 공헌은 아마도 언어능력에 관한 편견에 관련해서이다. 학습자가 가지고 있는 언어 학습능력이 타고난 것이다라는 이론, 즉 innate ability in language learning을 그녀는 부정한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외국어 학습은 타고난 재능(talent)이 아니라 학습동기, 인내, 성실성(motivation, perseverance, diligence)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자신이 외국어 학습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이 없었다는 거다.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할 때 언어야말로 잘못하더라도 배워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I like to say that we should study languages because languages are the only thing worth knowing even poorly.")


비록 문법적인 실수가 많고 해당 언어의 원어민이 들으면 상당히 엉터리 문장이라도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문장을 만들어서 사용할 경우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 준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한국에 방문해서 시내에서 길을 물어보는데 "시청 갈려면 무엇?"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이 듣고서 이해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면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국어를 사용하려고 하는 이런 외국인에게 더 큰 호의를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겠다.

비좁기만 한 대한민국 구석에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다른 또 하나의 세상에서 사는 인간 심리가 궁금하다면 외국어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녀의 책에서 몇 가지 학습 제안을 하는 데 상당히 유용하다. 여덟 가지의 요약과 함께 원문을 읽어보면서 언어 학습의 방향을 잡아보자~


1. Spend time thinking with the language every day. If time is short, try at least to produce a ten-minute monologue. Morning hours are especially valuable in this respect: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d!
 매일 꾸준히 해당 외국어에 투자를 해보자. 비록 투자하는 시간이 짧을지라도 적어도 10분 정도는 해당 외국어로 혼잣말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 시간이 더 효율적임.

2. If your enthusiasm for studying flags too quickly, don't force the issue but don't stop altogether either. Move to some other form of studying, e.g., instead of reading, listen to radio; instead of writing a composition, poke about in the dictionary, etc. 만약 외국어 학습에 대한 의지가 사라질 경우 너무 억지로 하지 말고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하지도 말자. 대신 공부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다. 예를 들어 독해 공부를 하는 대신 라디오를 듣거나 작문 연습 대신 사전을 찾아보는 식을 말이다.

3. Never learn isolated units of speech; rather, learn them in context. 각 개의 표현이나 단어를 배우지 말고 항상 문맥을 통해서 새로운 표현을 학습하자.

4. Write phrases in the margins of your text and use them as "prefabricated elements" in your conversations. 독해 텍스트 빈 공간을 활용해서 표현을 정리한다. 그리고 대화에서 사용할 미리 준비된 표현을 축척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5. Even a tired brain finds rest and relaxation in quick, impromptu translations of billboard advertisements flashing by, of numbers over doorways, of snippets of over heard conversations, etc., just for its own amusement. 광고판이나 거리에서 보이는 번호, 지나가면서 듣게 되는 대화의 일부를 즉석으로 재미 삼아 번역해 본다. 피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분전환용 학습법이다.

6. Memorize only that which has been corrected by a teacher. 자신이 쓴 문장의 경우 Native의 교정 이후 필요한 경우 암기한다. 잘못된 표현을 공부할 필요는 없기 때문.

7. Always memorize idiomatic expressions in the first person singular. For example,
   "I am only pulling your leg."
   1인칭으로 이디엄을 외운다.

 8. 앱스토어에서 'Babel'을 검색하면 유럽 국가 13개 국어를 각각 배울 수 있는 어플이 나온다. 단계별로 소리를 듣고 사진을 고르는 음성 녹음 지원 앱 서비스로 Lamb가 터득한 방법대로 언어 자체에서 문법을 깨우치게 유도된 학습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브런치 작자 추가 추천)



 출처 : 코리아 헤럴드 섹션 English Update from English Cafe written by 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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