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대한 찬사
33년간을 살면서 공부 역시 독서를 통한 내공에서 레벨이 쌓인다는 것을 느꼈다. 공부도 일종의 기술처럼 익숙해지면 능숙해진다는 가설이 나 혼자만의 궁상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수많은 독서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의 내공만 갖춘다면 공부도 기술처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쉬울 수가 있다는 생각은 흔히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많아진다는 생각과 대척점을 이룰 수도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공부의 원리는 다음 세 가지의 순서로 나타낸다.
Maximum Working Memory
(최대 워킹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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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ngth of Span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의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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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nd Context of Schema
(독서를 통해 체적된 근간 지식의 구조)
일반인들이 독서를 할 때 한 번에 이해하면서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는 단어의 개수는 7개 남짓한다고 한다. 이것이 최대 워킹 메모리의 한계량이다. 하지만 독서 습관이 꾸준한 사람인 경우는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맥락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해 근간에 따라서 많은 차이를 보일 수가 있다. 본인에게 익숙한 분야나 흥미를 느끼는 과목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반복해서 이해를 쫓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의 덩어리가 굵직굵직할 것이다. 이 이해의 시야는 책을 볼 때 의미 단위로 해석하고 요약할 수 있는 능력에 비례한다.
반복적인 독서를 통해 책을 쓴 저자의 생각을 구조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더욱 유연하게 읽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해서 또 다른 책이나 다른 매체의 사고방식에 견주어 동시에 사고할 수 있는 병렬적 사고방식이 될 수준이 된다면, 창의적인 사고가 이루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사고방식의 구조를 서로 더해서 조합하거나 아니면 유비 추론해서, 본질만 남긴 채 겉으로는 다르지만 같은 원리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리 사고도 빠른 이해의 독서 습관으로 향상할 수 있다. 단지, 수학은 문맥을 파악하는 기준이 의미 단위가 아니라 수와 기호 등의 약속된 언어를 반복적으로 보고 추론 과정을 연습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앞뒤 인과 관계가 계속 이어지는 언어 영역에서 논리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독서를 통해 길러줘 있다면 수리 영역도 인과관계를 따지는 체계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로직의 사고 습관 역시 기존의 입증된 가설에 가깝게 유도할 수 있는 능력에 비례해서 수리능력의 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일단은 뭐니 뭐니 해도 기존의 답안을 철저히 분석하고 답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응용력을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어 능력도 독서 능력에 비례한다. 즉 외국어를 듣고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 단위에 따라서 머리 속에 최대 녹음시킬 수 있는 단어의 수가 결정될 것이며, 이것은 독서를 할 때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최대 의미 단위의 단어 수에 달려 있다. 만약 당신이 한 권의 원서를 모국어의 책과 같은 속도에 비슷한 수준의 맥락으로 이해하고 다시 그것을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 원서의 오디오북을 듣고 전체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간중간에 생경한 의미의 단어는 모국어로도 잘 모르는 수준의 어휘이며 그것은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오디오북에서 말하는 저자의 생각을 모국어처럼 받아 들일 수 있다는 것이며, 거꾸로 자신의 독서 수준에 따른 어휘량으로 그 저자의 생각을 표현할 수도 있다.
결론은 책의 사고방식을 얼마나 구조적으로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재활용해서 표현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독해와 작문 수준을 언어, 수리, 외국어 등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타인의 사고방식을 얼마나 쉽게 훔칠 수 있느냐의 이 모방력이 사실은 창조력으로 탈바꿈하는데 최선의 방법이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은 여전히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