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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Nov 26. 2015

다시 찾는 책

#1 좀머씨 이야기

인생은 직선이 아니다.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인간이 늙는 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가 아니라, 단지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늙는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늙는 것은 산화되는 과정의 하나일 뿐인데 인간은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늙는다고 착각하고 있다. 결국 시간은 세상의 모든 변화의 정도를 구별하기 위한 하나의 설정일 뿐이다.


라고 말하면 모두들 나를 미친놈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현세기에 살고 있는 인류 모두가 50년에서 길어야 100년 내로 소멸할 존재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아까 한 말로 약간의 위안이 될까?


예전에 인상 깊게 봐서 아직도 페이지마다의 그림이 잔상으로 남아있는 '좀머씨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른 풍경의 장소에서 앞으로 걷고만 있었다. 페이지의 막바지에 다다를 때 그는 강가 앞에서 멈춰서 있었다. 그리고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 나지만 좀머 씨라는 인물 묘사를 그림으로 대신 표현해준 거라고 본다.


좀머 씨는 다름 아닌 바로 우리네 모습이다. 초등학생의 눈으로 책을 볼 땐 아름다운 풍경 속에 앞으로 걷고 있는 좀머씨가 좀 특이하다고 느꼈지만, 지금 다시 그 책을 찾고자 두리번거리는 내가 바로 다름 아닌 좀머씨였던 거다. 인생의 끝은 죽음이 아니길 바라는 우리 인간들의 나약함에서 좀머씨 이야기는 바로 현재 살아 있는 인간들의 운명을 그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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