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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상명 Jul 28. 2020

Compassion

목민심서 애민 6조

단어적으로 Compassion을 연민, 동정심으로 번역하지만 Compassion이 갖는 의미는 더 깊다. Com은 함께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passion은 수난을 의미하는데, 수난이라 함은 견디기 어려운 일을 당함 그리고, 기독교적으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당한 고난으로 풀이된다. 그러므로 견디기 어려운 고난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Compassion 본래 의미에 훨씬 가까운 해석일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백성을 사랑한다는 뜻을 가진 애민사상을 말씀하셨는데,  애민의 6조를 살펴보면 1조 양로(養老, 노인 봉양), 2조 자유(慈幼, 어린이 보살핌), 3조 진궁(振窮, 홀아비, 과부, 고아 구제) 4조 애상(哀喪, 상 당한 사람 도움), 5조 관질(寬疾, 병자 돌봄), 6조 구재(救災, 재난 구제)이다. 이 애민 6조와 Compassion은 인류 삶에 공헌하고자 조직에 몸담고 있는 우리가 실천적 과제로 새겨보고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자 할 때 꼭 필요한 것이다.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베풀고 어려움을 함께 하는 것 이것을 통해서 우리 자신 또한 큰 위안을 받을 수 있고, 그 위안으로 내가 처한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좀 여유가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돌아볼 겨를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 먹고살기도 빠듯한데 어떻게 남에게 도움을 베풀 수 있느냐 하고 생각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 항로를 보면 쉬어갈 여유가 없다. 대부분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실이지만 어쨌든, 학교를 마치고 어렵게 직장을 갖게 된다. 직장을 가져도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가 쉽지 않다. 저축도 해보지만 결혼을 위한 자금 마련에는 턱 없다. 결혼 후 집 장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자녀가 생기면 그때부터 교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그 자녀가 성장해서 취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랬듯이 부모가 계속 도와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부모는 노후 준비도 제대로 돼 있지 못함에도 말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떻게 애민을 얘기하고, Compassion을 얘기하면서 남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을 말하는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잘 파악해보자. 유형의 자산이 있고, 무형의 자산이 있을 것이다.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유형, 무형자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형 자산의 대표적인 것이 돈이다. 그다음 내가 가지고 있는 책, 물건들일 것이다. 무형 자산의 대표적인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기술일 것이다. 그다음에는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Social Network) 일 것이다. 유형 자산이든 무형 자산이든 이중에 어느 부분을 얼마만큼 남을 도우는데 할애할 수 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다. 남을 돕는 것은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애민, Compassion에서 비롯된다면 내가 소유하고 있는 유형 자산, 무형 자산 중에 할애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남을 돕는데 나의 유형무형의 자산을 할애하는 최우선의 방식은 구체적인 대상이 있든 없든 간에 내 시간과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다음이 간접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 돈과 물건이 될 것이다.


과거에 비해서 대부분의 조직들이 조직 차원의 사회공헌을 중요한 경영요소로 판단하고 많은 활동을 한다. 목민심서 애민 6조에 해당되는 모든 내용들에 관심을 갖고 정성을 기울인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는 우리 사회가 많이 성숙되고, 선진 사회로 발전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한 조직에 속한 우리 개개인들도 당연히 함께 참여하는 것이지만, 나 자신이 좀 더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조직에서 추진하는 것이든,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것이든, 개인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든 한 가지 정도는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나의 삶도 풍요롭게 만들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더 인간적인 사회로 만들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는 인간적인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인 애민, Compassion을 실행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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