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라는 말이 있다. 높은 산이 당연히 깊은 골을 만든다. 깊은 골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품고 천천히 필요한 만큼씩만 세상에 내줌을 뜻하는 좋은 뜻 일 게다. 그렇듯이 큰 나무는 큰 그늘을 만든다. 작열하는 태양이 뜨거운 여름날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햇볕을 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시원할까? 큰 나무는 비바람이 불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도 한다. 우리는 조직 생활중에 높은 산과 같은 존재, 큰 나무와 같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무엇이든지 후배와 부하직원을 위해서 내주는 상사 그리고, 후배와 부하직원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막이 돼주고, 어려울 때 힘이 돼주는 그러한 존재를 만나서 내가 기대고, 의지할 수 있다면 조직 생활에 큰 행운이고 복이다.
조직 생활을 능력 있고, 훌륭한 선배 상사 밑에서 시작한다면 당연히 나의 조직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도 배울 수 있고, 경력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조직 생활을 하면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노력을 하는 게 좋을지 또, 내가 부족한 점에 대해서 코치도 받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도움을 받으면서 조직 생활을 할 수는 없다. 홀로서기를 해야 할 것이다. 큰 나무는 큰 그늘을 만들어 줘서 여러 사람을 쉬게 해 주고 보호해 줄 수도 있지만, 그 그늘 밑에는 다른 나무가 자랄 수는 없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조직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훌륭하고 역량 있는 상사에게서 보고 배울 것이 많지만, 그 밑에 계속 있는 것은 나를 독립적인 조직의 리더로 성장시키는데 제한을 가져온다.
처음에 조직에 합류하게 되면 업무를 부여 받고 일을 시작하게 된다. 연구개발 부문이든 경영지원 부문이든 일을 시작하게 될 때의 낯섦,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게다. 소위 신입사원 때 얼마나 잘 배우느냐가 조직 생활 전체에 걸쳐서 크게 영향을 주게 된다. 이것은 내가 그 조직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느냐를 거의 결정해 주는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입사원 때 일에 대해서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다고 하면,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는 상사를 만나지 못한다면 나는 스스로 자수성가를 해야 한다. 두배, 세배는 힘든 일일 것이다. 거의 대부분을 내가 직접 해보고 그것이 좋은 방법인지, 효율적인 방법인지, 어떻게 협업해야 할지, 어디 가면 얻을 수 있는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 생각만 해도 어려움이 느껴진다.
언제 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요즈음은 조직마다 직급체계가 다양하게 변했지만 보통 조직에서 '과장(Manager)'이라고 호칭되기 시작하는 시점 즉, 조직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8년쯤 되면 나는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갖추게 된다. 그래서, 처음 이직하게 될 때에는 조직에 몸 담은 지 8년 정도는 지나야 한다. 그전까지는 배우는 단계,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8년 정도 지나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에서 주체적으로 일 할 수 있을 때야 다른 조직으로 옮겨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과장(Manager)'으로서 내가 주도적으로 일하게 되면 나에게 따라오는 책임 또한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추진하는 일의 목표를 달성해야 함은 물론이고, 일정도 맞추어야 하고, 일을 수행하는 팀원들의 팀워크도 이끌어 내야 하고, 보고도 해야 하고,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도 게을리할 수 없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것들을 관리하면서 일을 수행해 나가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주체적으로 일해 나가기 위해 이때 필요한 것이 '용기(Courage)'이다.
'용기(Courage)'는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볼 수 있게 해 주고, 팀원들을 이끌고 나가기 위한 솔선수범을 보여주고,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아도 그것을 자기 부하직원에게 전가하지 않고, 부하직원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것들은 '용기(Courage)'가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용기(Courage)'를 통해서 나 또한 조직에서 큰 나무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큰 나무로 성장해서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을 통해서 새로 조직에 합류하는 신규 구성원들을 보살펴 주고, 성장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