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조직 생활에 회의가 든다. 피곤한 몸과 마음을 뒤로하고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 출근하고, 회사에서 점심 먹고, 저녁에 피곤함과 함께 퇴근한다. 오늘 내가 한 일이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이지? 조직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이지? 이 일이 계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가? 잠자리에 들어 잠은 안 오고, 이런저런 생각만 가득하다. 피곤한데 잠은 안 오니 더 피곤하다. 다음날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이러려고 내가 조직 생활을 하는가? 무기력감에 빠져 의욕이 없고, 뭐든지 다 나하고는 상관없이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나 외의 사람들은 모두 활기차고, 생동감 있고, 의미 있게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말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주기가 있다. 하루에도 주기가 있고, 1년에도 주기가 있고, 인생 전체에도 주기가 있다. 나는 하루 중에 언제 가장 기분이 좋고, 언제 가장 기분이 저하되는가? 사람이 하루 종일, 1년 내내 기분이 좋은 상태로 유지가 된다면 그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될 것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패턴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일정한 시간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면 또, 일정한 시간은 좋은 상태에서 내려와서 유지가 된다. 그것이 주기가 너무 빨라도 문제가 되고, 너무 느려도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쓸쓸함과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에서 투병 중인 '존시'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담쟁이덩굴의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떨어지는 낙엽은 누구에게나 해석되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대개는 외로움, 쓸쓸함, 무력함 등을 나타내는 걸로 표현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자살률이 높은 시기는 가을보다는 봄이다.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는 말이 있다. 이는 봄철에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인데, 만물이 소생되기 시작하면서 생동감을 느끼고, 활력이 느껴지는 봄철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고, 우울감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자살률이 급증한다고 분석한다. 실제 대학에서 자살 방지를 위한 상담 등도 가을보다는 봄에 훨씬 건수가 많다는 통계가 있다.
조직 생활중에는 언제 이런 시기가 찾아올까? 대표적으로 단기에 찾아오는 것과 장기에 걸쳐서 찾아오는 것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단기에 찾아오는 것은 업무와 관련해서 상사에게 인정을 못 받았고, 질책을 받았을 때가 대표적일 것이다. 나는 열심히 준비해서 보고를 하는데 상사가 집중을 안 하고 오히려 다른 일을 주문할 때, 일의 방향이 잘 못됐다고 질책을 할 때, 일의 깊이(質)가 없다고 다시 하라고 할 때 일 것이다. 돌아서면서 '그러면, 처음부터 일의 방향을 명확하게 얘기를 해야지'하고 생각이 든다. 한두 번 이런 일이 쌓이면 조직에 회의가 들기도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지 하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실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의 감정을 쌓아두면 안 된다. 쌓아두면 그것이 그대로 나에게 머무르고, 결국은 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그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 상사에게 그 일에 대해서 정확하게 지침을 다시 받는 것이다. 언제쯤 다시 꺼내는 것이 좋을까? 하루정도 지나서 상사에게 찾아가서 그 일에 대해서 내가 궁금한 점,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물어보고 지시를 받는 것이다. 그러면, 대체로 상사도 차분한 상태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얘기해 줄 것이다. 부가적인 방법으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듯이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코르티솔(Cortisol) 호르몬을 상당히 줄여 준다. 이것을 통해서 상사로부터 받은 질책의 내 마음속 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장기에 걸쳐서 찾아오는 것으로는 보통 인사 고과, 승진, 발령과 관련된 것이 대표적일 것이다. 내가 기대했던 고과, 승진이 안된다고 하면 크게 좌절할 수밖에 없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한 인지상정일 것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조직은 상대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니, 누군가는 상위고과, 승진을 하는 반면에 누군가는 하위 고과, 승진에서 탈락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상대적인 평가로 인한 인위적 조직 성과 창출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절대 평가를 도입하는 조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내가 조직으로부터 인정을 못 받고 있구나 하는 판단이 드는 것은 현실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는 조직에 몸 바쳐서 최선을 다 했지만, 조직에서 나를 인정하지 않으니 조직을 떠나야 하는 것인가? 이 조직에서는 나의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구나. 나는 그렇게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풀어가는 첫 번째는 고과, 승진이 내 인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인가를 계산해 보는 것이다. 일정한 시기로 분할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고과와 승진의 비중이 크다. 즉 분모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분모의 크기를 인생 전체로 두고 계산을 해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바꾸어 보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두고, 잘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상사와 인사부서와 면담을 통해서 충분히 상담을 하는 게 필요하다. 세 번째는 기다리는 것이다. 조직에서 내가 목표하는 바가 있다고 하면, 그 목표에 도달하는 데에는 한 발자국 먼저 가느냐 한 발자국 나중에 가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항상 최선을 다하되 기다리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다.
조직 생활중에 닥치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자신감을 갖는 게 제일 현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