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번역기를 다시 돌려보면서...
친절한 상담사와 마음 공감을 하는 상담사 사이에서 늘 고민을 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친절한 상담사는 아닙니다.
상담사로서의 제 삶을 돌아보며 2년 전에 있었던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뒤늦은 후회 인지 모르지만 맘을 덜어내고 싶습니다. 그때의 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일이 되었답니다. 지금도 그때의 그 사건은 제가 상담하는 상담부스 안에 자리할 때마다 상담사로서의 저를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맘속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는 부끄러운 고백을 적어봅니다.
"그렇군요~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제가 도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 짜증 나~ 답도 없는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뭐야 정말!"
"선생님~ 해당 소속 팀장 김 ** 팀장입니다. 저희 상담사의 잘못을 대신 사과드립니다. 팀장으로서 이런 불찰이 있었던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장시간 통화로 선생님께서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지금부터는 팀장인 제가 상담드리겠습니다."
누구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고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싶어 합니다. 청년 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요즘엔 취업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참으로 어려운 때입니다.
어쩌면 그때의 제가 칼 로저스의 인본주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상담하는 사람으로서 그에게 적극적인 공감의 맘으로 진실성을 다해 긍정의 언어로 상담해줄 수 있었겠죠?
그에게 상처를 남겼던 그 일이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고 있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매일매일 상담부스에서 헤드셋을 장착할 때면 수화기 건너편에서 전해져 오는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밝게 화답합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적극적인 경청의 자세로 공감적 이해를 전하는 상담사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