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영학 Dec 09. 2019

내가 나일 수 있는 삶,
내가 나일 수 있는 조직

'강점 발견' 서문

올해는 브런치에 거의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본업이 바빴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 준비 때문이기도 합니다. (뭐, 책도 제게는 본업의 일부이긴 합니다)


그동안 강점과 조직문화에 대해 워크숍 하던 내용을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태니지먼트 진단이 다른 진단에 비해 질문 길이도 길고 결과 리포트도 복잡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 강의를 듣지 않고 리포트 만으로 온전히 이해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마음의 빚(?)을 조금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책에 대한 다른 소개보다 이 책을 왜 쓰게 되었는지, 그 이전에 태니지먼트를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저희 둘의 이야기를 담은 서문을 보시는 게 좋겠다 싶어 브런치에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내년에 브런치에 어떤 글을 쓸지는 좀 더 고민해 볼게요.



'나다움' 상실의 시대에서 나를 되찾도록: 김봉준의 이야기


98%, 30%, 10%


저는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에 이 숫자를 마주했습니다. 안정적인 회사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으며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제 마음을 너무 불편하게 했고, 결국 이 숫자들 때문에 저는 안정적인 삶과 회사를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98% - 공무원을 지원해서 탈락의 쓴잔을 맛보아야 하는 비율. 하버드 대학교의 불합격률(95.5%) 보다 높은 수치.
30% - 신입사원들이 1년 이내 퇴사하는 비율. 조사기관에 따라 50%에 가깝다는 통계도 있음.
10% - 직장에서 자기 일에 만족하고 몰입하는 비율. 반대로 자기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90%나 된다는 뜻.

이 숫자들은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를 비춰주는 사회상일지도 모릅니다.


“고3은 원래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드나요? 고1 때만 해도 왜 선배들이 자살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막상 고3이 되니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너무 도망가고 싶고 답답합니다.” -한 수험생의 이야기-


“지금까지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 진짜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자기 좋아하는 일을 잘 찾는 것 같은데, 저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한 대학생의 이야기-


"정말 어렵게 취업했는데, 실제로 일을 해보니 저랑 너무 안 맞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제가 맡은 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인데, 매일 같은 야근에 몸은 지쳐가고 이러려고 학교에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싶어요. 요즘 회사 나가기 너무 싫고 이직을 고민하게 돼요. 근데 사실 이직하면 경력이 단절될까 고민되기도 하고 다른 회사도 비슷할 것 같은 걱정도 돼요. 어떤 업무가  잘 맞을지 모르겠는데 이직을 하는 게 맞을까요?" -한 직장인의 이야기-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업무의 특성상 수많은 대학생과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복사(Ctrl+c)해서 붙여 넣기(Ctrl+v)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대화는 대부분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마무리되곤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중고등 학생, 대학생, 직장인, 심지어 기업의 임원들까지 무언가의 결핍으로 답답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안고 지내던 중, 제 주변 사람들 중 삶의 만족과 의욕이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비교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오랜 연구와 고민, 무엇보다 직원들을 훈련하고 그 삶을 지켜보면서 중요한 단서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다움”이었습니다. 삶의 만족과 의욕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다움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다움”에 대한 자기만의 해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환경의 변화에도 쉽게 대응했으며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갔습니다.


개인의 삶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인사팀에 있으면서 개인의 “나다움”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채용에서부터 ‘이 사람은 어떤 성격적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이 사람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직무와 역할은 무엇인가’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나다움”에 부합하는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에 대해 충분히 소통된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회사차원에서도 이런 인재들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성격진단 도구들을 오랫동안 사용하고 연구해왔습니다. 저희는 모든 지원자들에게 채용 과정에서 5~6가지의 세밀한 진단을 받게 했습니다. 입사하게 될 경우 그 결과를 본인과 팀원, 팀 리더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특별히 30년 이상 강점에 대해 연구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Gallup과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다움”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수 있었습니다. 또 이 과정을 통해 강점 코치와 사내 강사로 활동하면서 “나다움”에 대한 저만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를 지속하면서 몇 가지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우선 목적과 특징에 따라 다양한 성격진단 도구들을 쓰고 결과를 조합해서 해석하다 보니 인사팀 소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강점을 잘 활용해야 하는 현장의 리더들이 대여섯 가지 진단도구를 이해하고 활용하기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중요성은 인식하지만 해석이 어려워 포기한 리더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원자들에게 이 많은 진단을 다 시키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인적성 검사 과정에서 회사가 지원자들에게 갑질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탁월함을 발견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자”

“그리고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쉽게 해석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자”


그래서 저는 TANAGEMENT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진단 도구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해본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진단 도구를 개발하며, 제 주변 지인들부터 테스트와 검증을 반복했습니다.


이 도구를 연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은 3가지였습니다.  

     팀이나 조직에서 쉽게 활용하고 소통할 수 있게 만들자   

     자연스러운 행동 특성이자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공하자   

     누구나 보편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태도”는 개인만의 “재능”과 구분하자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수만 명의 직원들의 성격적 특징과 강점, 역할과 성과를 연구해온 사례들을 체계화하였습니다. 그래서 TANAGEMENT의 세 가지 핵심 개념이 만들어졌습니다.

재능 : 나를 동기 부여하고 움직이는 욕구에 기반한 특징이자 잠재력
강점 : 팀 내에 균형 있게 필요한 8가지 역할이자, 재능의 조합이 훈련을 통해 개발된 역량
태도 : 비즈니스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부분으로, 강점 발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본 소양

이렇게 만들어진 TANAGEMENT 진단 도구를 통해 수천 명의 사람들을 진단하고, 수많은 회사와 강점 및 리더십 교육, 조직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연구가 거듭될수록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하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소름 끼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매시간 순간이 설레며 닭살 돋을 정도로 흥미를 느꼈습니다. TANAGMENT를 통해 저 자신의 강점을 살펴보고 많은 생각과 경험을 돌이켜 보면서, ‘강점을 활용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고 그에 도전하면서 저의 모든 에너지와 노력하면 즐기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라는 마음의 변화를 느꼈습니다. 무의식적인 저의 ‘욕구’ 이것이 곧 ‘실현’이고 ‘성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며 저 자신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항상 일하면서 왠지 모를 답답함이 풀리지 않는 안갯속만 같은 미래가, 나에 대한 강점, 나에 대한 역할, 나의 욕구를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날을 한 번에 풀어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맞아. 내가 이런 거를 좋아했지. 이거 할 때 시간이 가는 줄 몰랐지’라는 생각과 내가 오늘부터 어디에 집중하고 몰입해야 할지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고 무슨 공부를 하면서 살지, 어떤 롤모델과 경쟁하면서 5년, 10년 후를 준비할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30년에 임팩트를 받은 것 같은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이 고민을 할 때마다, ‘나는 도움 안 되는 것만 하고 살았나 ‘라는 생각들을 했었다. 코칭을 통해서 하고 싶은 영역, 그에 맞는 직무를 찾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보완할 점이 많고 더 많은 사례를 쌓아가야 하는 어려운 연구 주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도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한 재능을 인식하고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탁월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재능으로 꽃 피우는 삶과 조직이 되도록: 장영학의 이야기


저는 직원이 40명 정도 되는 작은 컨설팅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꽤’ 큰 대기업의 중국 주재원으로 일하다 ‘아주’ 큰 그룹사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조직에서 점점 더 큰 조직을 겪으며, 또 그 안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리더들을 만나며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중국 주재원 생활 동안 80여 명의 중국인으로 이루어진 인하우스 컨설팅 부서의 리더로서 채용, 평가, 승진, 보상, 배치 등을 관리하며 ‘나는 어떤 분위기의 팀을 만들고 싶은가, 그러려면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국한 후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여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이 모이다 보니 출간의 기회도 생겼습니다. PUBLY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파헤치기』 리포트를 발행하면서 수평적 조직문화의 요소로 ‘솔직, 자율, 존중’을 꼽았습니다. 이후 여러 곳에서 강의도 하고 비슷한 관심을 가진 분들과 교류하다 보니 반복해서 받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떻게(how) 하면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what) 좋은 문화인지는 제 나름대로 제시를 했지만, 어떻게 이런 문화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도구나 방법론이 제 손에 없었습니다.


이 질문을 거듭 마주하면서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직장생활 동안 좋은 상사를 많이 만났습니다. 그중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중국 주재원 시절 후반부에 저는 앞서 말씀드린 인하우스 컨설팅 부서의 부서장과 중국 마케팅실 팀장을 겸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집중했던 프로젝트는 과거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여 각 브랜드 제품들의 발주와 매장별 분배 로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새벽에 화상회의로 빅데이터 분야 석사 수업을 듣고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 출근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이 모두 제가 상사 분과 업무와 역할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제안하고 허락을 얻은 것이었습니다.


솔직하고, 자율적이고, 존중받을 수 있는 조직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할까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반대로 솔직하고, 자율적이고, 존중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들에게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맡기면 됩니다.


당시 그룹 마케팅 총괄 임원이셨던 제 상사분이 일반적인 마케팅실의 업무 범위가 아닌 주제에 도전하게 해 주고 학습을 위한 시간도 배려해주신 것은 우선 제 강점이 Gallup의 StrengthFinder 기준으로 ‘분석가’이자 ‘학습자’ 임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케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확장시키면서까지 제가 도전하려는 업무를 지지해주시고 브랜드의 다른 임원분들께 제가 적임자임을 설득시켜 주셨습니다.


저는 제 강점을 알고 분석에 있어서는 직급을 떠나 조직 내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을 만큼 공부했습니다. 당연히 자율적으로 일했고, 존중받았으며, 임원 분들에게도 솔직하게 제 의견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잘나서가 아니라, 강점에 집중하고 이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회사 내에 저와는 다른 영역에서 마찬가지로 자신의 강점을 개발하고, 자율적으로 존중받으며 일하는 동료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다만 조직 전체의 분위기가 그렇다고 하기엔 그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서, 저는 강점을 연구하던 김봉준 대표와 힘을 합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속했던 조직은 강점에 대해 최고경영자부터 인사팀까지 큰 관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 중심의 위계적인 문화 속에서 일선 관리자들이 팀원들의 강점을 신경 쓰기 어려웠습니다. 반대로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조직도 자신의, 그리고 서로의 강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를 때에는 성과는 안 나면서 분위기만 즐거운 동아리스러운 조직이 되기 십상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도록 돕자, 그리고 조직이 강점을 활용하고 개발하는 문화를 만들도록 돕자, 그렇게 각자의 관심분야를 연결시켜 “내가 나일 수 있는 삶, 내가 나일 수 있는 조직”이라는 사명이 만들어졌습니다. TANAGEMENT는 Talent Management의 합성어입니다. 자신의 재능(Talent)을 소중하게 관리하는 개인들을 위한 도구이자, 조직의 인재(Talent) 경영을 위한 도구라는 중의적 표현입니다. 


그동안 5,000여 명의 회원분들이 태니지먼트 강점 진단을 통해 자신의 탁월함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태니지먼트는 여러 진단 도구의 장점을 결합한 도구인 만큼 결과로 나오는 리포트 항목도 많은 편입니다. 평소 이 분야에 지식이 없으신 분이, 저희의 워크숍을 듣지 않고 리포트만으로 자신을 온전히 발견하기는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더 많은 분들이 태니지먼트를 통해 나다운 삶을 만날 수 있도록 수십 번의 워크숍과 코칭 경험을 담아 쓴 책입니다. 그리고 강점과 리더십, 조직문화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동안 고민해온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독자 여러분과 여러분의 조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4763270?Acode=101


바로 강점 진단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홈페이지(또는 앱)에서 가능합니다

http://tanagement.co.kr/home/main




작가의 이전글 태니지먼트 몰입관리 시스템을 오픈합니다(베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