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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Mar 25. 2020

극과 극의 기업문화

[커넥트북]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 + 심플을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구조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석하는 사람 장영학입니다. 


커넥트북은 책과 책을 이어서 해석해보는 시간입니다. 제가 평소에 책을 읽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올리고 있으며, 영상이 아닌 글로 읽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브런치에도 같이 대본을 올리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영상에는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이 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려요! :)

https://www.youtube.com/watch?v=Hr0pdkbMwt0



커넥트북, 오늘 이어서 살펴볼 책은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과 ‘심플을 생각한다’입니다. 둘 다 일본인이 쓴 책인데,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완전히 다릅니다.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

이 책은 마쓰이 타다미쓰가 썼습니다. 무인양품은 원래 세이유 슈퍼마켓의 PB 브랜드로 시작했습니다. 마쓰이도 원래 세이유의 직원이었는데, 1992년 주식회사 양품계획 인사부장으로 이동하고, 사업부장을 거쳐 2001년에 사장이 됩니다. 그런데 그때 상황이 어땠느냐, 잘 나가던 무인양품이 2000년에 처음으로 적자가 납니다. 그것도 38억 엔, 우리 돈으로 400억 원이 넘게 말이죠. 2002년엔 품질 문제로 사과 광고를 여섯 번이나 냈다고 하네요. 책의 뒤표지에 보면 ‘1만 7,350엔이었던 주가가 2,750엔으로 하락, 시가총액 4,900억 엔에서 약 770억 엔으로 추락’ 거의 6분의 1이 된 거죠? 그 상황에서 인사부장 출신이 사장이 되었다. 그럼 아마 대부분 떠올리는 단어가 있을 겁니다. 

구조조정

물론 부실 매장과 몇 군데 해외 사업을 정리하긴 했지만, 마쓰이의 우선순위는 구조조정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하죠.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경험과 감을 축적하는 구조, 낭비를 철저히 줄이는 구조 말이죠.


마쓰이는 2008년에 회장까지 올랐다가 2015년에 물러나고, 지금은 마쓰이오피스라는, 자기 회사를 만들어 강의를 하고 있죠. 이 책은 본인이 강의하고 다니는 내용이자, 사람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 아닐까 싶어요.


그럼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본’이 뭐냐. PDCA예요. 이건 일본 책들에 자주 나오는 개념인데, Plan, Do, Check, Action의 약자입니다. 계획, 실행, 평가, 개선의 사이클을 돌린다는 뜻인데, 우리나라에선 보통 Plan-Do-See 이렇게 세 단계로 이야기하는데, 일본 책들은 대부분 PDCA, 네 단계로 이야기합니다. 재밌는 건 PDCA를 돌리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자기 ‘수첩’을 든다는 거예요. 여기 한국어판 제목이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 이렇게 되어있지만, 일본어 제목은 ‘무인양품의 수첩, 무인양품의 PDCA’입니다. 한국에선 뭔가 와 닿지 않아서 제목을 바꾼 것 같아요. 책 중간중간 마쓰이의 수첩 사진이 많이 나옵니다. 근데 또 재밌는 게 수첩 사진이 다 손글씨로 번역이 되어있어요. 


수첩이 어떻게 PDCA에 도움이 되느냐, 우선 전년도 수첩을 보면서 올해 수첩에 계획을 세운답니다. 예를 들어 전년도 수첩엔 매일 같이 그날 기온과 날씨를 적어놨어요. 이런 걸 보면서 올해 언제쯤 무엇을 팔아야 할지 계획을 세우는 거죠. 장마가 시작된 날과 끝난 날, 벚꽃의 개화 시기 이런 것도 매년 적어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년도 언제쯤 무슨 일을 했는지,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죠. 그래서 마쓰이는 항상 똑같은 양식의 수첩을 사용한다고 해요. 


다양한 정보가 같은 형태의 수첩 속 정해진 서식에 정리된 ‘통일성’, 나날의 정보가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연속성’,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기록성’,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쓰이는 그래서 전년도 수첩, 올해 수첩, 내년도 수첩까지 세 권을 챙긴다고 해요. 일본의 유명 문구점인 이토야에서만 8월에 내년도 수첩을 구할 수 있는데, 아예 연초부터 내년도 수첩을 판매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수첩 덕후입니다.


그다음은 실행인데요, 세이유 슈퍼마켓이 속해있던 세종그룹의 쓰쓰미 세이지 회장이, 워낙 기대치가 높아서 현장의 문제점을 모은 것 정도로는 오케이가 안되었다고 하네요. 10년 후의 인사제도를 만들어 와라, 이런 식이니까 항상 책상에서 머리를 쥐어짜서 두꺼운 제안서를 만들어야 통과가 되었는데, 그럼 현장에서 점점 멀어지고 실행할 수 없는 제안이 나오겠죠. 그 당시 무지에도 그런 문화가 팽배했다고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계획이 95이고, 실행이 5인 조직. 이걸 깨기 위해서 항상 몇 퍼센트 실행되었는지 점검하고, 수첩에 기록을 남기고, 다음 회의에서 다시 점검하고 하는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이렇게 PDCA를 돌리는데 한 번이 아니라 매번 수첩을 보면서 반드시 지난번을 뛰어넘는 실행을 할 수 있도록 보완점을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죠.


사실 이 핵심은 1장도 아니고 ‘서장’에 나와있고, 1,2,3,4장은 PDCA의 심화 편, 수첩 활용 심화 편 느낌입니다. 또 무지하면 아무래도 무지그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바인더 13권, 2000 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입니다. 이걸 만들게 된 에피소드가 나와있는데요, 마쓰이가 사업부장이 되고 첫 신규 매장 오픈 시의 이야기입니다. 오픈 전날 매장에 갔는데, 저녁 6시쯤 이미 정리가 끝났거든요. 그런데 주변에 베테랑 점장들이 응원한답시고 올 때마다 매장 진열을 뒤집는 거죠. 그러다 자기들끼리 누가 옳은지 싸워요. 이걸 보면서 지금 무지는 매장이 100개면 정리하는 방식이 100가지라는 걸 깨닫습니다. 그중에 두 명 정도가 100점짜리 매장을 만든다면, 나머지 98명은 70점짜리구나. 무지에 필요한 건 그게 아니라 100개 매장 모두 90점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매뉴얼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하죠. 


마쓰이가 강조하는 건, 이런 매뉴얼은 현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점과, 매뉴얼이 계속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매달 온라인에서 업데이트가 되고, 인쇄물은 일 년에 네 번 배포한다고 해요. 바인더로 정리하는 이유도 필요한 페이지만 계속 바꿔 끼울 수 있게 만든 거죠.


이 책을 보다 보면 이런 사람이 경영했던 무지는 어떤 식으로 운영될까 어느 정도 상상이 되긴 하는데, 그게 좀 더 직접적으로 나와있는 책이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라는 책입니다. 마찬가지로 마쓰이 타다미쓰가 쓴 책이구요, 어찌 보면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이,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의 실전편? 실행편? 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심플을 생각한다

자, 이어볼 책은 ‘심플을 생각한다’입니다. 모리카와 아키라의 책인데, 이 사람은 2003년에 한게임 재팬에 입사해서, 2007년에 한게임 재팬의 대표이사가 됩니다. 이후에 한게임 재팬이 NHN 재팬, 그다음 라인으로 이름이 바뀌죠. 그 라인 맞습니다. 우리는 라인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신중호 대표죠. 그런데 이력을 보시면 처음 라인이 생길 때 공식 직책이 CGO, 최고글로벌책임자였거든요. 그럼 라인의 CEO는 누구냐. 모리카와 아키라였습니다. 2015년 3월에 퇴임했으니까, 한게임 재팬, NHN 재팬, 그리고 라인까지 8년 정도 CEO를 했네요. 


원래는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어서 1989년 니혼텔레비전에 입사했는데, 컴퓨터 시스템 부문에 배치되는 바람에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배웠다고 합니다. 2000년에 소니로 이직해서 브로드밴드 사업을 전개하는 사내 벤처를 성공시킨 다음에, 2003년에 한게임 재팬에 입사했다고 하네요.


이 책의 제목은 ‘심플을 생각한다’입니다. 그래서 책에 계속 ‘심플’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서문에 이렇게 나와있어요. 

회사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내 대답은 심플하다. 대박 상품을 계속 만드는 것. 이것밖에 없다.


참 심플하죠? 그럼 대박 상품을 계속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도 심플해요.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고자 하는 열정과 능력을 지닌 사원들을 모은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고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일만 하고, 필요 없는 일은 모두 버린다.


모리카와는 라인 주식회사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한 가지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나이, 직장 경력, 직무와 상관없이 고객의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열정과 능력을 지닌 사람이 주도권을 잡는다. 그리고 품질 높은 상품을 가장 빨리 생산한다. 규칙은 이것 하나뿐이다.

자, 규칙은 이거 하나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방해가 되는 건 다 없앤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되었느냐, ‘싸우지 않는다, 비전은 필요 없다, 계획은 필요 없다, 정보 공유는 하지 않는다, 높은 사람은 필요 없다, 동기부여를 향상하지 않는다, 성공은 버린다, 차별화는 노리지 않는다, 혁신은 지향하지 않는다, 경영은 관리가 아니다’. 


이렇게 본인이 생각하는 명제 40가지가 나오는데요, 그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비즈니스는 ‘싸움’이 아니다. 

모리카와가 초등학교 때 원래 야구팀에 있었는데, 야구도 그렇고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러다 어머니의 권유로 합창단에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음악에 빠져들어 한때 프로 재즈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 죽도록 연습하고,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밴드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게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음악은 밴드 멤버끼리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밴드끼리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파트를 담당하는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서 근사한 연주를 하면 멤버도 즐겁고, 듣는 청중도 즐겁고. 비즈니스도 비슷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죠. 물론 현실에선 경쟁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건 본질이 아니다. 그게 본질이라 생각하면 시선이 고객에서 멀어진다. 싸움보다는 심플하게 고객만을 생각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회사는 ‘사람’이 전부다. 

기업은 사람이 모인 집단이고,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문화가 형성되고 기업의 성쇠가 결정된다. 이건 저도 매우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매뉴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가 들어와도 매뉴얼대로만 하면 조직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채용이 매우 중요하고, 잘못된 목적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높아지면 정말 고객을 위하는 사람들이 금세 알아채고 회사를 떠나기 때문에, 라인은 절대로 대규모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잘 나가던 회사들이 대규모 채용을 한 이후에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채용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사실 이건 면접을 하는 쪽이 중요하다. ‘굉장한 사람들’은 매일 고객을 마주하면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가진 직감을 이기는 무기는 없고, 또 그런 굉장한 사람들이 회사 안에 있느냐가 다른 우수한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느냐를 판가름한다. ㅏㅏ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일은 당연히 힘든 것이다. 

‘일을 즐기자’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물론 일은 재미있고, 그래서 몰입하게 되지만, 일은 사실 혹독한 것이다. 어중간한 자세로는 고객을 기쁘게 할 수 없다. 고객의 니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예민하게 갈고닦아야 한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은 힘든 상황을 담담하게 수용하고, 괴로운 과정을 거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때 ‘행복’을 느낀다. 그러면서 자기가 죽을 만큼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이야기도 하고, 결론으로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기를 바란다. 그래서 일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기뻐했을 때,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느낀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그 ‘행복’을 위해서라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프로페셔널이다.


‘비전’은 필요 없다. 

미래를 제시하는 것을 경영의 책무인 것처럼 말하는데 미래를 누가 예측할 수 있느냐, 이런 뜻입니다. 예를 들면 한게임도 컴퓨터용 온라인 게임 1등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갑자기 피처폰이 나오고 스마트폰이 나오는 미래를 누가 알았냐는 거죠. 라인이 수억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된 것은 누군가 그런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워서 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비전을 내걸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다, 거기에 얽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비전을 원하는 것은, 누군가가 불확실한 미래를 제시해주길 바라는 마음인데, 그럼 위기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구조’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이건 대놓고 마쓰이 타다미쓰 저격했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구조’로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다. 아예 시작부터 선언해 버립니다. 동일한 것을 효율적으로 회전시키기 위해서 ‘구조’는 아주 효과적이다. 하지만 인건비가 낮은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곳에서 동일한 ‘구조’를 도입하면 게임이 안된다. 구조로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없고, 오히려 구조화할 수 없는 부분에 경쟁력의 원천이 있다. 아 마쓰이 타다미쓰랑 둘이 앉혀놓고 대화시키고 싶다. 라인에는 매뉴얼이 거의 없다. 대박 상품을 만드는 법을 매뉴얼로 만들 수 없다는 거죠. 작곡하는 법을 매뉴얼화할 수 있으면 누구나 모차르트 베토벤이 되지 않겠냐, 그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라인은 팀마다 일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 구조화라고 해서 괜한 짓을 하면 안 된다. 방법은 어떻든지 간에 현장은 좋은 상품만 만들면 된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책이 출간된 시기만 보면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 일본 원서가 2015년 2월에 나왔는데, ‘심플을 생각한다’ 원서는 2015년 5월에 나왔어요. 3개월 차이기 때문에 모리카와가 마쓰이의 책을 보고 반박했다고 보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마쓰이가 사장이 된 게 2001년, 그리고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회장이었어요. 퇴임할 때쯤 책이 나온 거지, 그전까지 강연이나 인터뷰로 구조라는 표현을 얼마나 많이 썼겠어요? 


그리고 ‘구조’라는 단어가 일본 경영계에서 얼마나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이건 분명히 마쓰이 타다미쓰를 염두에 두고 썼을 거다 생각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보니까 마쓰이 타다미쓰가 모리카와 아키라 대학 선배입니다. 둘 다 쓰쿠바 대학을 나왔는데, 마쓰이는 73년에 졸업했고, 모리카와는 89년에 졸업했네요. 16년 선배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경영을 바라보는 관점 차원에서는 마치 다른 시대의 이야기 같은데, 정작 책은 동시대에, 3개월 차이로 발간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제가 일본어를 할 줄 알았으면 둘 사이 관계를 좀 더 찾아보고 싶은데,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이어 보기


이제 이 두 책을 이어서 해석해보기 전에 먼저 소개해야 할 것이 로버트 퀸의 경쟁가치 이론입니다. 조직문화의 유형을 두 가지 축으로 해서 크게 네 가지, 하이어라키, 마켓, 애드호크라시, 클랜 문화로 나누는데요. 여기서 두 축은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조직의 관점이 내부(직원과 프로세스)에 있는가, 외부(시장과 고객, 경쟁사)에 있는가입니다. 



우선 무지는 하이어라키 문화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이어라키 문화에서는 계획, 관리, 그리고 내부적인 프로세스 같은 게 강조됩니다. 여기서 추구하는 가치는 생산성, 효율성, 예측가능성이에요. 이런 키워드들이 중요한 전통적인 제조업, 그리고 유통업 같은 곳에서 주로 나타나는 문화지요. 또 한 가지 장점은 성장성이에요. 프로세스만 제대로 잡히면 계속 복사해서 붙여 넣으면 되거든요. 모리카와가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구조를 베끼면 무너지는 거 아니냐 했는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무지가 직접 중국이나 베트남에 진출하는 것도 다른 문화에 비해 그만큼 쉽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만들어진 구조는 경영의 모든 요소와 직원들의 마인드, 조직의 풍토가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마쓰이도 이 점을 여러 번 강조하는데요, 무턱대고 무지의 매뉴얼, 시스템을 배워와라, 이런 식으로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면에 모리카와 아키라의 라인, 그리고 이전의 NHN, 한게임 재팬은 애드호크라시 문화 쪽입니다. 여기서는 창의성, 혁신, 첨단 기술 이런 것들이 강조됩니다. 정해진 프로세스나 위계 같은걸 최소화하고,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는 조직이에요.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문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는 계획이 별로 중요하지 않죠. 계획을 세우긴 하지만, 환경이 변하면 당연히 계획도 변하는 거고요,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맡은 영역에서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집니다. 위임을 할 수밖에 없는 문화기 때문에, 그만큼 처음부터 믿을만한 사람들을 세우는 게 중요해요. 이 책의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하죠?


이 두 가지 문화는 경쟁가치 모형에서 봤을 때 완전히 서로 반대편에 있습니다. 가로 세로 어느 축으로 보나 극과 극이에요. 그런데 퀸이 뭐라고 했냐면, 이 네 가지 문화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정 부분씩은 다 회사에 필요한 부분이라 했거든요. 어느 하나가 더 좋고 나쁘고의 개념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이어라키라고 해서 애드호크라시적인 면이 없으면 안 돼요. 마쓰이가 무지그램이 끊임없이 계속 업데이트된다고 강조했던 것이 아마 그런 측면일 겁니다. 반대로 애드호크라시라고 해서 아무 계획도 없거나 기준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특정 회사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이건 마켓 측면이네, 이건 또 클랜 같은 이야기네, 이렇게 네 가지 문화의 모습이 다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 두 책이 가장 극명하게 하이어라키와 애드호크라시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하이어라키를 보여주는 다른 책을 꼽는다면 아마 맥도널드 창업자 레이 크록의 사업을 한다는 것, 그리고 인텔 앤디 그로브의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를 들 수 있을 것 같고, 애드호크라시를 보여주는 다른 책으로는 픽사 에드 캣멀의 창의성을 지휘하라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생각해 볼만한 점이 있어요. 이 둘이 서로 자리를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가총액이 육분의 일로 떨어진 무지를 지금의 모습으로 되살린 마쓰이 타다미쓰,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에 이어 메신저 시장을 정복한 모리카와 아키라, 둘 다 대단한 경영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마쓰이 타다미쓰가 라인의 CEO가 되고, 모리카와 아키라가 무지의 CEO가 된다. 아마 그림이 잘 안 그려질 겁니다. 이렇게 어떤 경영방식이 무조건 더 낫다,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다, 일반론 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죠. 처한 산업이 다르고, 회사의 문화가 다르고, 직원들의 성향이 다른데, 무조건 내 방식이 옳다, 이런 건 없습니다. 


두 회사가 워낙 극명하게 달라서 그렇지, 사실 여러 분의 조직도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어떤 부분은 마쓰이 타다미쓰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모리카와 아키라의 조언을 따라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둘 하고는 또 다른, 우리만의 특수성도 분명히 있겠죠. 


여러 분은 어느 쪽에 더 공감이 되십니까? 또 왜 그런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을 영상으로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영상에는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이 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려요! :)

https://www.youtube.com/watch?v=Hr0pdkbMwt0


저는 조직문화와 OKR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성과관리 협업툴 '얼라인업'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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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unghak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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