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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ul 18. 2021

일터에서 자기다움을 펼치는 것

당신의 B면은 무엇인가요? / 덴츠 B팀

이 책의 저자는 ‘덴츠 B팀’입니다. B팀이 뭘까요? A팀이 따로 있는 걸까요? 덴츠 B팀은 일본 광고 회사 덴츠에 속해 있는 특수 크리에이티브 팀입니다. 각자의 본업이 A면이라면, 개인 활동, 특별한 취미, 이전 직업, 대학에서의 특수한 전공과 같은 개인적 측면인 ‘B면’을 지닌 직원들이 모여있습니다. 각자가 가진 특기와 정보 수집 능력을 살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인 ‘플랜 B’를 제안합니다. 이 두 가지 의미 때문에 B팀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B팀은 생긴 지 6년 정도 되었고, 팀원은 56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각자가 덴츠 내에서 맡은 본업이 있으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그동안 모은 정보들을 공유합니다. 그런 내용들이 서로 연결되어 전혀 새로운 제안이 나오게 됩니다. 가볍게 모이는 회사 동아리 수준은 아닙니다. 회사 조직도에도 엄연히 올라가 있는 팀이고, 덴츠 B팀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회사 안팎에서 B팀을 지목해서 프로젝트를 맡기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자기 회사 안에서 B팀을 어떻게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곳도 많아졌습니다.


B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구성원의 ‘호기심’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B팀의 슬로건은 ‘Curiosity First’였습니다. 호기심은 자발적입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쏟는 에너지가 다르고, 호기심으로 모으는 정보의 수준은 차원이 다릅니다. 또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은 일로만 인맥을 쌓는 사람에 비해 네트워크도 남다릅니다. 


두 번째 중요한 요소는 ‘개인적인 것’을 소중히 한다는 점입니다. 전문가의 말이라고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다른 사람의 감각에 의존하는 것을 멈출 것.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것. 회사를 다니면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용기를 가지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라고 강조합니다.


마지막 요소이자 비전은 ‘우리의 디자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한 개인으로, 한 사람의 국민으로, 한 사람의 지구인으로 앞으로 이렇게 되길 바란다거나 그 밑바탕이 되면 좋겠다고 믿고 공감하는 것만 제안합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B면이 있습니다. 본업 이외의 개인 활동이나 프로젝트, 취미, 이전 직업, 학교 전공, 또는 살아온 배경 등에서 B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정도나, 투자하는 시간의 양, 참여하는 커뮤니티 등에서도 B면의 힌트가 있습니다.


이렇게 B면을 가진 사람을 찾아서 모으다 보면 B팀이 만들어집니다. 덴츠 B팀은 각자 개인적으로 맡은 분야를 리서치하다 한 달에 한번 모여 ‘잠재력 채집 회의’를 하는 식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리서치 내용은 아래와 같은 항목으로 정리해서 클라우드에 올립니다.  


    사례 제목 + 이름 + B면  

    개요  

    흥미롭다고 생각한 이유  

    사진 또는 링크  


리서치할 때는 직접 경험하고 확인한 내용,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내용 등이 좋지만, 당연히 고객사와의 프로젝트 중에 얻은 비밀 정보는 공개해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B팀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팀에 특별한 이름을 붙이고 로고를 만드는 등 사람들에게 일체감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외부에 알리기도 좋고, 무엇보다 재밌죠. 다들 본업도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시간을 쓰되 모두가 참여하고, 기여하고, 모두에게 이익이 가도록 운영하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맡은 본업뿐만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원해서 시간을 내서 하는 활동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B면도 같은 개념입니다. 다만 B면도 회사의 범주 안에서 연결시켜서 활용하자는 게 기존 개념과 좀 달라 보였습니다. 저도 조직문화나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는 게 원래 B면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던 것이 강의와 책 출간까지 이어졌는데, 그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는 이런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회사 안에서 B면을 펼칠 수 없다 보니 퇴사를 마음먹고 B면이 A면이 되었죠.  


저자는 B팀의 활동을 ‘일터에서 자기다움을 펼치는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회사가 직원들을 쥐어짜기 위해 B팀을 운영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저자 본인도 철저하게 개인적인 관심에서 좋아하는 일을 재밌게 하기 위해 B팀을 만들기 시작했고요. 저도 조직문화나 리더십이 A면에서 다시 B면이 되었는데, 회사 안에서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책 내용의 삼분의 이 정도는 개인 입장에서 B면을 어떻게 찾아서 발전시킬까 관점이고, 삼분의 일 정도가 회사 입장에서 B팀을 만들고 운영하는 관점입니다. 여러분들도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B면을 찾아보시고 또 그걸 본업에서 활용할 방법도 고민해 보세요. ‘워라밸’이라는 말이 대세이지만, B면과 A면을 연결시킬 수 있다면 일과 삶 모두 더 즐겁고 풍성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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