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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Aug 01. 2021

전략적 변곡점에서 살아남기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 앤드루 S. 그로브

누군가 저에게 경영이나 조직문화에 대한 저자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을 꼽으라면 그중에 벤 호로위츠, 앤디 그로브, 레이 달리오, 이나모리 가즈오는 꼭 들어갈 겁니다. 모두 CEO였으면서 사람들을 가르치는데 관심이 많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책만 수십 권이고, 벤 호로위츠는 얼마 전 새 책 '최강의 조직'이 발간되면서 이전의 '하드씽'도 한국경제신문에서 재발간 되었습니다. 레이 달리오는 '원칙'이 가장 유명하고, 그 이후에 쓴 책들은 좀 더 본업인 투자 관련 책들로 보입니다. 앤디 그로브는 아마존에서 검색해보면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High Output Management)와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 'Swimming Across' 세 책을 쓴 것으로 나옵니다. 이 중에 'Swimming Across'는 앤디가 학창 시절 헝가리에서 나치와 공산주의의 위협에서 어떻게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는지를 다룬 회고록입니다. 2004년에 한국경제신문에서 '앤드류 그로브의 위대한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적이 있네요. 


나머지 두 권이 경영서적입니다.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는 98년에 대경출판이라는 곳에서 '탁월한 관리'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습니다. 그러다 2018년에 청림출판에서 재발간 되면서 저도 그때 처음 읽었고, 읽자마자 인생 저자 리스트에 올라가게 되었죠. OKR의 기본 개념도 그 책에 최초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도 원래 98년 한국경제신문에서 발간했었고, 2003년에는 '앤드류 그로브 승자의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재발간 되었습니다. 구하기 힘든 책이라 저에게는 다른 책에서 언급된 제목만 여러 번 본, 상상 속의 책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부키에서 다시 원래 제목으로 재발간 하면서 감사하게도 책을 보내주어서 드디어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전략적 변곡점에 대한 책입니다. 전략적 변곡점은 구조, 사업 방식, 경쟁 방식이 옛것에서 새것으로 전환되면서 힘의 균형이 이동할 때를 말합니다. 사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6가지 힘(기존 경쟁자, 공급자, 고객, 잠재 경쟁자, 대체재, 보완자) 중에서 무언가가 '10배 변화'를 일으키면서 사업의 구조 자체가 바뀌는 상황입니다. 


막연하게 무엇인가 바뀐 것 같다가, 회사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의 괴리가 커집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체계, 새로운 통찰, 새로운 행동이 나타납니다.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과정에서 새로운 규칙에 적응한 경영자는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경영자는 교체되게 됩니다.


인텔, 그리고 앤디 그로브에게는 일본 기업들이 메모리 가격을 뒤흔들어 놓은 것이 전략적 변곡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정체성 그 자체이던 메모리 사업을 포기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 회사로 전환하게 됩니다. 지금이야 모두 성공적인 기업 변화라 이야기 하지만,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얼마나 고민이 많았는지 이 책을 보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이 새로운 전략적 변곡점이 될지 고민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 책이 88년에 처음 나온 책임을 감안하고 읽으셔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된 부분이 있습니다. 전략적 변곡점을 지나면서 이전의 사업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경영자는 교체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이랜드그룹은 회사 주요 법인(패션, 리테일, 호텔, 외식) 대표를 모두 40대 초반으로 교체하였습니다. 물론 새로운 대표님들이 훌륭한 분들이지만, 꼭 '더 나은 리더'라서 교체된 것이 아니라 '이전 사업 방식'과 다른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이미 전략적 변곡점이 온 상황이고, 새로운 경영진 분들은 확실히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겠죠. 지금 제 주변 상황과 너무 딱 맞는 부분이라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경영진들이 이게 전략적 변곡점인가 고민하는 동안에 현장의 관리자('카산드라'라고 표현합니다)들은 이미 시장이 변했음을 느끼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대비를 하고 있을 거라고 강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산드라'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하고, 수평적인 질문과 토론이 가능한 문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경영진의 시간 사용도 강조합니다. 피터 드러커가 떠오르는 구절인데, 전략적 변곡점을 거칠 때는 누구와 만나 어떤 회의를 하는지 일정표가 바뀌어야 합니다. 타성에 따라 해오던 대로 일정을 잡으면 안 됩니다. 어떤 연설보다 경영자의 시간 사용이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년도 더 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읽다가 살짝 놀랐을 정도입니다. 이런 책을 '고전'이라 하는 거겠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 산업이 뭔가 바뀐 것 같다, 전략적 변곡점을 지나는 것 같다 싶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몇 개 옮겨 적어봅니다.

나는 새로 영입되는 외부인이 회사를 떠나는 사람보다 반드시 더 뛰어난 경영자 또는 리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외부인에게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다. 일생을 바쳐 회사에 헌신했고 그렇기에 현재 발생한 문제와 깊은 연관을 지닌 내부인과는 달리, 외부에서 영입된 경영자는 개인감정에 구속되지 않고 상황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전략적 변곡점에서 '점'이라는 말은 사실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점이 아니라 길고도 고통스러운 투쟁 과정이다.

마지막 교훈이 있는데, 이것이 가장 핵심이다. 인텔의 경영진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전략을 모색하며 논쟁을 벌이는 동안, 조직의 더 낮은 자리에 있던 직원들이 경영진이 모르는 사이에 힘을 발휘해 전략적 전환이 가능하도록 미리 준비를 해 두어 우리의 목숨을 구하고 위대한 미래를 선사했다는 점이다.

은제 탄환 테스트: 만약 권총 속에 단 하나의 총알이 남아 있다면, 수많은 경쟁자 중 누구에게 쏘기 위해 그 총알을 아껴 둘 것인가? 질문의 답이 예전과는 다르게 중구난방이거나, 과거에는 전혀 주목을 받지 않았던 경쟁자에게 은제 탄환을 겨눈다면, 이때가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때다.

간단히 말해 두려움은 무사안일의 반대말이다. 무사안일이 가리키는 칼끝은 대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정확히 겨누곤 한다. 적절한 수준이라면 패배의 두려움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이 고위 경영자라면 카산드라의 주요 역할이 경영자들에게 전략적 변곡점에 주의하도록 일깨우는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상황에서든 '메신저를 죽여서는' 안 되며 구성원 중 누구든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직원들이 "우리는 'Y'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X'라고 말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면 이것은 바로 전략적 변곡점이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다.

리더의 위치에 있다면 자기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매우 상징적인 가치를 지닌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그 어떤 연설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잘못 판단하면 죽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잘못 판단한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회사가 죽는 건 대부분 매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리했다는 이유만으로 초대에 응하거나 약속을 정하려는 암묵적인 충동을 억제하라.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라. "이 회의에 참석하면 지금 내게 아주 중요한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시장에 대해 배울 수 있을까?"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안내해 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새로운 방향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약속을 정하라. 그렇지 않다면 거부하라.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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