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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Aug 08. 2021

나에게 맞는 자리는 어디일까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 / 야마구치 슈

이 책의 저자는 야마구치 슈입니다. 구스노키 겐과의 대담집인 '일을 잘한다는 것', 그 전에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베스트셀러로 올라서 이제는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것 같습니다. 광고회사 덴쓰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보스턴컨설팅그룹, AT커니, 콘페리헤이그룹에서 컨설턴트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은 독립 컨설팅 회사 라이프니츠랩 대표이자 히토쓰바시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서 혁신, 조직 개발, 인재 육성, 리더십 분야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커리어에 대한 책입니다. 여전히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취업을 우선시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고, 창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겠죠. 이 책의 장점은 그런 사람들 모두가 읽어볼 만한 기본 원칙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저자 본인도 이직을 여러 번 했고, 이직의 필요성을 종종 어필하긴 하지만, 이직이 무조건 좋다거나 지금 당장 이직하라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지는 않습니다.


내용 중에 공감되었던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책을 그대로 인용한 게 아니라 읽고 나서 제 생각을 정리한 것이니 원문과 표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책 내용에 제 생각이 섞여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커리어 형성의 계기는 대부분 우연

스탠퍼드 대학교 교육학/심리학 교수인 존 크럼볼츠는 직장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커리어 형성의 계기 가운데 약 80%가 우연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커리어는 우발적으로 생성되는 만큼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오히려 좋은 우연을 불러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습관을 익히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를 예측하기도 어렵고, 예측은 틀릴 수밖에 없다. 또 중장기 계획과 지금과의 갭에 집착하다 현재의 행복을 놓칠 수 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겹친다?

말은 쉽지만 내가 무언가를 잘하는지는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특히 공부만 하던 학생이 졸업하고 첫 직업으로 자기가 정말 잘하는 직업을 선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직이라는 시행착오가 필수적이다.

좋아하는 것도 착각일 수 있다. 좋아하는 것과 동경하는 것은 다르다. 문제 해결을 좋아한다고 컨설팅 회사에 지원하지만 최근엔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해결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답을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문제 해결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컨설턴트의 삶을 동경하는 것뿐이다.


'무엇을 양보할 수 없는가?'를 명확히 한다

커리어가 고민될 때는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무엇을 포기할 수 없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에드거 샤인은 이런 양보할 수 없는 점을 '커리어 앵커'라 표현했다.

전문, 직능별 역량

전반적인 관리 역량

자율, 독립

보장, 안정

창업가다운 창조성

봉사, 사회 공헌

순수한 도전

생활양식

커리어 앵커를 알면 자기와 안 맞는 직업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직장에서 가면을 쓰고 있다 보면 자기 정체성에서 점점 벗어나면서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게 된다.


좋은 우연은 넓은 인맥과 깊은 신뢰의 곱셉이다

경력 전환의 기회가 되는 인연은 친구처럼 가까운 관계보다 약한 유대 관계가 중요하다. 하지만 신뢰가 없다면 소용없다. 신뢰는 과거의 성과보다는 자기만의 원칙, 신념이 중요하다. 결국 좋은 인연은 좋은 사람에게 모인다. 미래에 좋은 인연을 가져다줄 사람이 누구일지는 그때가 되기 전까지는 모른다. 누구에게나 겉과 속이 같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공격형 이직과 회피형 이직

공격형 이직은 더 나은 곳을 향해 떠나는 것이고, 회피형 이직은 지금 있는 곳이 싫어서 떠나는 것이다. 회피형 이직은 기업 지배 구조가 효율적이지 못한 일본 기업(아마 한국도 마찬가지)을 압박하는 강력한 도구 중 하나이다. 회피형 이직에서 주의할 점은 '6개월만 버텨보면 어떨까'이다. 여기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악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보이다가도 다른 프로젝트, 다른 팀으로 옮기면서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경우도 많다. 어중간한 상황을 인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공격형 이직에서 주의할 점은 '이직하면서 잃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이직했을 때의 기회와 장점만 생각하다 보니, 이직하면서 잃게 될 것을 간과한다. 지금 직장의 좋은 점들을 마치 공기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공기가 있을 때는 감사한 줄 모르다가, 부족한 곳에 가면 소중함을 깨닫는다. 




저는 지금까지 총 네 번의 이직을 했습니다. 창업도 해보았고, 한번 떠났던 회사에 재입사도 해보았습니다. 커리어를 컨설턴트로 시작해서 직장생활의 1/3~1/2을 컨설턴트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경험이나 논리 중에 공감된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이직을 이미 몇 번 해본 분들이 책 내용에 더 공감을 하실 것 같고, 이직을 고민해 봤지만 한 번도 실행해보지 않으신 분들(어쩌면 이 책이 더 필요한 분들)은 덜 와닿을 것 같기도 하네요. 저자가 일본인이긴 합니다만 일본과 한국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 고민이 있다면 이 책이 좋은 힌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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