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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리스트 리더와 스페셜리스트 실무자가 만났을 때

조직과 개인의 관점에서

by 장영학

1. 경영자는 제너럴리스트이다.

경영자는 제너럴리스트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의 모든 영역을 봐야 하니까요. 재무, 영업, 생산, 인사, 마케팅… 어느 하나만 깊게 파기보다 전체 그림을 연결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설령 한때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였다 해도 경영자가 되고 나면 담당자처럼 한 가지 일에 몰입할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최신 기술과 도구 흐름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 간극은 조직에서 자주 갈등으로 드러납니다. 실무자는 “윗분들이 내 일을 모른다”고 느끼고, 경영자는 “실무가 너무 기술적으로 말한다”고 답답해하죠.


그때 실무자는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첫째, 자신의 전문성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 핵심 개념만 남기고, 본질을 단순화해 설명합니다.
둘째, ‘말이 통하는 곳’으로 옮기는 것. 즉, 사업부 형태의 조직이 아니라 특정 기술·기능 중심의 조직으로 가는 겁니다.

이도저도 아니게 조직에 남아 있으면서 계속 윗사람이 못 알아들을 언어로만 말한다면, 안타깝지만 인정과 평가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윗사람이 더 공부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리더'라는 것 자체가 회사의 경영철학과 조직문화입니다. 한 분야를 깊게 아는 것만큼, 어쩌면 더 어려운 것이 다양한 분야를 두루 이해하는 일입니다. 'A부터 Z까지 챙기는 사람'이 좋은 리더로 인정받는 회사에서, 실무자보다 기술적으로 더 빠삭한 상사가 오길 기대하는 건 운에 기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기술 중심의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연구소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회사에서 리더는 제너럴리스트일 것입니다.


2. 개인 관점에서의 시사점

결국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그 전문성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 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문장에서 뒤보다 앞이 더 중요합니다.


윗사람이 어차피 내 영역에 대해서는 나보다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전문지식을 더 쌓을 동기가 떨어지고, 인간인 이상 나태해질 수도 있습니다. 전문성이 없는 채로 그럴싸하게 포장만 잘해서 (보고서를 잘 써서) 어느 정도까지는 승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자기 능력으로 커버할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가면 밑천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게 피터의 법칙입니다.


전문지식은 다른 회사에서도 통하지만,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그 회사의 문법 안에서만 통할 때가 많습니다. 제너럴리스트 리더를 처음 상대하게 되는 과장, 팀장 단계에서는 소통 능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더 위로 올라가면 ‘말로 때우는 기술’에 안주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회사가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아무리 스페셜리스트라 해도, 언젠가 리더가 될 생각이 있다면 제너럴리스트로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어느 책에서 이런 문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General은 ‘포괄적인, 일반적인’이라는 뜻이지만, 동시에 군대의 ‘장군’을 뜻한다.”

리더가 제너럴리스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느 영역에서 문제가 생기든 결국 최종 책임은 리더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이든 생산이든 영업이든, 성과가 나쁘면 그건 결국 리더의 책임입니다. 그래서 모든 걸 챙길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스페셜리스트로만 남고 싶다면, 어느 선에서 위로 올라갈 욕심을 내려놓거나 애초에 교수·연구소처럼 전문직 중심의 커리어와 조직을 선택해야 합니다.


3. 조직 관점에서의 시사점

조직 입장에서는, '중간 통역가'가 너무 많아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제너럴리스트 ↔ 스페셜리스트 스펙트럼에서 말단 실무자와 최고경영진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중간관리자는 서로의 언어를 통역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윗사람이 비전·전략·사업계획 단에서 지시하는 것을 아랫사람에게는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로 번역해 주고, 아랫사람이 수행한 디테일한 결과를 윗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런 중간 통역 역할은 필수적이지만, 일하는 사람보다 통역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소통만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정작 성과를 낸 사람은 묻히고, 숟가락만 얹으려는 사람이 넘쳐나는 정치판이 되기 쉽습니다.


또한 중간관리자가 정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럴듯한 보고서를 잘 쓰는 사람인지 잘 구분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나 협업 능력, 리더십을 보려면 그 사람의 상사에게 레퍼런스를 확인하는 게 낫습니다. 반대로 실무 지식이 빠삭한지 보려면 그 사람 팀원 중 에이스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단, 팀원 중 아무나—특히 역량이 낮은 사람—에게 물어보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의 실력을 CTO에게 물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CTO의 “개발역량”을 대표에게 묻는 것은 대표가 개발자 출신이 아닌 이상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물론 대표에게 CTO의 태도나 마인드를 물어볼 수는 있겠지만요.


잠시 옆으로 새서 리더십을 왜 부하가 아니라 상사에게 물어보느냐 하면,

1. 대부분의 사람은 ‘진짜 나쁜 상사’를 만나보기 전까지 이전 상사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깨닫지 못합니다.

2. 팀원 한 명이 상사를 비판했다고 해서 그게 곧 리더십 문제라는 뜻은 아닙니다. 팀원 본인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팀원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모를까, 한 명의 주관적 의견만으로 리더십을 판단하는 건 위험합니다. 특히 그 팀원의 수준을 모를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개인이든 조직이든 진짜 지식, 진짜 성과와 커뮤니케이션의 균형을 잘 찾아야 합니다. 말이 안 통하는 조직도, 말로만 떠드는 조직도 결국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제너럴리스트는 스페셜리스트의 언어를 배우고, 스페셜리스트는 제너럴리스트의 시야를 배워야 한다. 그 사이의 번역이 잘 되는 조직이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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