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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Nov 15. 2016

중국과 한국의 조직문화 차이

더 글로벌하고, 더 자본주의 같지만 중국은 중국 그 자체일 뿐

우선 이 글을 쓰기 매우 조심스럽다.


나는 주재원으로 중국에 산 것이 3년, 그 이전에 출장으로 오고 가던 시절 1년, 총 4년 정도 중국을 경험했다. 중국에 10년 20년 이상 사신 한국 분들도 많고, 중국을 연구하는 것이 본업인 '중국 전문가' 분들도 많다. 4년의 짧은 경험으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리고 나는 주로 상해의, 그것도 내 전 회사를 다니던 중국인들만 경험했다. 중국은 애초에 민족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하고 지역색도 더 크다. 이 글 자체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일 수 있으니 혹시 이 글을 보고 '중국인들은 다 이렇구나'하고 일반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가장 걸리는 것은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중국인들이 이 글을 읽고 어떻게 느낄까 하는 점이다. (내 주변에도 몇 있다) 최대한 내가 느낀 점을 솔직하게 쓸 텐데, 어떤 부분은 중국인 입장에서 볼 때 기분이 언짢거나 오해라고 느껴질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정리를 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여기에 남겨본다.


公平,竞争


내가 느낀 중국인들의 특징을 키워드로 정리하라면 이 두 가지를 꼽겠다. 


나는 약 60명의 중국 직원을 관리하는 부서장이었는데, 그 당시 우리 팀 직원들은 대부분 신입사원~입사 3년 차 정도였고, 흔히 말하는 '빠링호우(80后)'와 '지우링호우(90后)'의 경계에 있었다. 출생연도로 치면 88년생부터 93년생 정도를 주로 접한 것 같다.


중국은 입시경쟁이 우리나라보다 더 치열하다. 인구가 많으니 당연하다. 중국에서 정부가 선정한 일류급 대학을 '985 공정' 대학이라 하고 그다음 급을 '211 공정' 대학이라 하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탑 10위 정도의 대학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985 대학이 전국에 45개, 211 대학이 115개 있다.


80后/90后 중국인들은 우리나라보다 더 경쟁에 익숙해있다. 진학할 때마다 시험을 보고 경쟁을 해서 누군가를 이기고 올라가는 것이 몸에 배어있고, 직장에 들어와서도 입사동기에 대한 친밀감과 경쟁의식이 동시에 배어있다. 우리나라도 물론 그렇겠지만 단합보다는 경쟁의 느낌이 훨씬 더 드러나게 풍긴다.


그리고 인사제도 자체도 우리나라보다 더 직접적으로 성과주의를 선호한다. 어떤 기준으로 내가 평가를 받는지에 매우 민감하고, 그래서 내가 지금 몇 등인지, 보상을 얼마 받을 수 있을지에 민감하다. 또한 직급체계도 우리나라보다 잘게 나눠져 있어서 고성과자는 적어도 3년 안에 한번씩은 승진할 수 있는 구조이다. 우리나라처럼 정기 승진이 5년에 한 번이라고 하면 중국인들은 그 기간을 기다리는 것을 어려워한다.


직책에 민감하다. 조리경리(대리급), 경리(과장급) 같은 직급도 중요하지만, 내 포지션이 무엇인지, 부하직원이 몇 명인지에 더 민감한 것 같다. (이 글에서 민감하다는 것은 모두 한국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런 것 같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체면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재밌는 것은, 예를 들어 어떤 부서 안에 1팀과 2팀이 있는데, 내부 상황 상(중간 관리자급 인재가 모자라다든지) 1팀장은 입사 8년 차 경리(과장급)가 맡고 2팀장은 입사 5년 차 조리경리(대리급)가 맡았다고 하자. 우리나라에서는 이 상황에서 아마 2팀장은 1팀장이 그래도 자기보다 윗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직책이 동급이므로 자기가 1팀장과 동급이라고 생각한다.


경쟁과도 연관이 되어 있는데, 본인의 R&R을 벗어나는 과업을 받게 되면 마음이 어려워한다. 회사에는 기본적으로 조직/개인마다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지만, 회사가 늘 계획대로 돌아가지만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도와줘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 개별 팀이 아니라 전체 부서 단위의 과업도 새로 생긴다. 한국인들은 좀 더 '우리는 한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다면(회사마다 케바케지만) 중국인들은 좀 더 '내가 왜 저 팀 일을 도와줘야 하지?'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장 심플한 솔루션은 '저 팀 도와준 것을 너의 평가에 반영하겠다'라고 해주면 또 열심히 한다. 그런데 경험상 모든 일을 이렇게 처리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솔루션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 팀 도와준 것을 도대체 어떻게 평가할지도 애매하고 부서 공통업무를 도와준 사람에게 그렇지 않았던 사람보다 얼마의 가점을 주어야 할지도 애매해서 결국은 다시 평가 시즌에 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경쟁에 민감함은 곧 공평으로 연결된다. 결과에 민감한 만큼 '출발선이 동일한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무언가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성과에 비해서 공평하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면 바로 클레임이 들어온다.


공평이 중요하기 때문에 규정에 예외를 두는 것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 한 명이 예외가 되면 모두가 공평하게 예외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 직장에 성과가 우수한 중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연수 제도가 있었다. 대상자는 연수를 가기 전에 계약서를 쓰는데 연수를 다녀와서는 얼마 동안 자발적으로 퇴사할 수 없고 그 기간 내에 퇴사하려면 연수에 들어간 비용을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예외 사례를 만들어 버렸다. 그 이후로 한국 연수 후 이직한 직원들 가운데 연수 비용을 물어낸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중국 정부는 중국인 편이다. 명백한 계약 위반 케이스로 중국인 간부가 경쟁사로 이직하더라도 소송을 걸면 이기기 힘들다.


워낙 땅도 넓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레퍼런스 체크가 힘들다. 반대로,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회사에서 나갈 때 아무리 깽판을 치더라도 다른 회사 갈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직원들은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이지만 간혹 생기는 안 좋은 케이스가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례로 내가 본 가장 안 좋은 케이스는 태도 문제로 회사에서 재계약을 안 하려는 직원이었는데, 결국 퇴사할 때까지 매일 같이 하루 두 번씩 사장님 및 전 임원 + 전 부서 대상으로 본인이 받고 있는 부당한(본인 생각에) 대우에 대해 한국어/중국어로 전체 메일을 뿌렸다.





중국인에 대한 내 첫인상은 정말 글로벌하고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스럽다는 것이었다. 


웬만한 중국인들은 다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영어 이름을 듣고 외국에 산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그런 적이 없다. 글로벌스럽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처럼 유학과 교환학생 등으로 외국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글로벌화되기보다는, 중국은 실제 외국을 경험해본 사람의 비율은 아직 소수이지만 중국 자체의 문화가 글로벌스러워진다. 중국식으로 소화된 글로벌화라고 할까?

 

평가에, 보상에 민감해 보이는 모습도 꼭 돈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때문이라기보다는 끝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온 입장에서 자기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뒤쳐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가까운 것 같다.


결국 중국은 그냥 중국이다. 한국과도 다르고 미국과도 다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도 순수한 사람이다. 한국에서 가끔씩 중국인에 대해 편견을 가진 경우를 본다. 보이스피싱 때문인지, 신문에 가끔 기사 나오는 국내에서의 조선족 범죄 때문인지, 명동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쇼핑하는 이미지 때문인지... 하지만 그런 편견은 말 그대로 편견일 뿐이며 모든 방면에서 중국과 점점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아, 그리고 혹시라도 중국에 가서 한국어로 중국에 대해 흉보는 것은 절대 조심해야 한다. 조선족도 많고 한류 영향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중국인들도 많다. 그리고 누가 알아듣는 것을 떠나서 본인의 양심상 해서는 안될 행동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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