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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Sep 28. 2017

일하기 가장 좋은 사무실은 어떤 공간일까?

다니던 회사가 새로운 사옥으로 이사 간 적이 있다. 이사 가기 몇 달 전부터 '신사옥TF'가 만들어져서 새 사무실의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부서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휴식공간이나 로비, 카페 등은 어떻게 꾸밀 것인지 직원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받았었다. 그때 문득 효율적인 사무 공간에 대한 연구가 왜 없는지, 있다면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최근에 우연히 연구결과 하나를 발견하였다. 2010년 영국 엑세터 대학의 심리학자 알렉스 하슬람과 크레이그 나이트는 사람들이 어떤 사무실에서 더 많은 일을 해내고 더 편안함을 느끼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공간이 생산성과 감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실험인 셈이다.


이들은 사람들을 네 가지 종류의 사무실에서 일하게 한 뒤 완료된 일의 양을 측정하고 피실험자들이 일하는 동안 사무공간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물어보았다. 첫 번째 사무실은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는 아주 깔끔하게 정리된 사무실이었다. '린 오피스'라고도 불리는, 퇴근 시에 책상 위엔 노트북과 마우스 외에 아무것도 있으면 안 되는 그런 사무실이다. 사람들은 이 사무실을 싫어했고, 실제로 완료한 일도 가장 적었으며, '억압받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두 번째 사무실은 좀 더 편안한 공간이었다. 숲의 그림이 액자에 걸려있고, 사무실 여기저기 화분이 놓여 있었다. 책상마다 개인 사진을 넣을 수 있는 액자도 있었다. 사람들은 '편안한' 사무실에서 첫 번째 사무실보다 15%나 일을 더 해냈고, 이 공간에 만족스러워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사무실은 좀 특이했다. 세 번째 자율적 사무실은 두 번째 사무실과 결과적으로 보면 비슷해 보였지만, 어떤 물건을 어디에 놓을지 피실험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자기가 일할 공간을 스스로 꾸밀 수 있는 자율성이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 '자율적' 사무실에서 첫 번째 사무실보다 무려 30%나 일을 더 해냈다. 공간에 대한 만족도도 가장 높았다.


네 번째 사무실은 마치 세 번째 사무실처럼 어떤 물건을 어디에 놓고 싶은지 피실험자 마음대로 배치하게 한 뒤에, 다시 두 번째 사무실과 똑같은 정해진 위치로 되돌려 놓았다. 즉, 네 번째 '무력한' 사무실은 결과만 놓고 보면 두 번째 사무실과 완전히 동일한 배치였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이 네 번째 '무력한' 사무실을 첫 번째 사무실보다 더 싫어했다. 어떻게 느꼈는지를 물었을 때 피실험자 중 한 사람은 실험자 얼굴을 한 대 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생산성도 첫 번째 사무실과 다를 바 없었다.


어떤 사무실이 더 일하기 좋은 사무실인지는 그 사무실의 디자인만큼 누가 디자인했는지가 중요하다. 사소해 보이는 것부터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무실들은 딱히 직원들의 생산성을 생각하며 설계되지도 않는다. 그저 관리자의 취향대로 일괄적으로 꾸며질 뿐이다. 어느 날 '사무실이 너무 지저분해 보인다' 한 마디 하면 전 직원이 책상을 정리해야 하고, '사무실이 너무 칙칙하다'하면 액자도 걸고 화분도 갖다 놓는다. 소통을 더 잘해야 한다고 파티션을 갑자기 치워 버렸다가, 사무실이 너무 시끄럽다고 하면 해야 할 소통도 못하게 된다.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인크레더블> 등으로 유명한 픽사의 창립자 에드 캣멀은 픽사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침체되어 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도 같이 맡게 되었다. 그가 디즈니에 출근해서 처음 한 일은 직원들의 사무실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지하실부터 한 층씩 위로 올라가면서 사무실을 둘러보는데, 에드 캣멀의 눈에 디즈니 직원들의 책상은 픽사 직원들의 책상에 비해 너무 단정해 보였다. 이상하게 여긴 에드 캣멀은 사무실을 구경시켜주던 시설관리 매니저에게 왜 이렇게 책상이 깨끗한지 물었다. 처음엔 그저 얼버무리던 시설관리 매니저는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던지고 나서야 '새로 오시는 사장님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서' 모두 책상을 정리하라고 시켰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에드 캣멀은 디즈니에 퍼져있던 수직적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는데,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사무실을 리모델링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사무실의 분위기는 조직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직원들의 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공간에 좋은 문화가 깃드는 것이다.


잡스가 디자인한 픽사의 본사 스티브 잡스 빌딩. 창의성을 극대화 시키는 구조로 유명하다. (출처 : 구글 검색)


만약 사무실 분위기를 놓고 고민하는 관리자라면 자신의 취향대로만 직원들의 공간을 결정하지 말고, 같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꾸밀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권한을 줘보는 것이 어떨까.






* 이 글은 네이버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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