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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이야기
by 장영학 Apr 22. 2018

성과를 쥐어짜는 관리자

a.k.a 고성과 성격파탄자

하버드비즈니스리뷰 3/4월호에 '저성과자,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라는 글이 실렸다. 저성과자 관리에 대한 흔한 글(대부분 결론은 빨리 내보내라)인 줄 알았는데, 한 부분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저성과자라고 다 같지 않다


저성과자는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 ... 첫 번째 유형은 자기 역량을 넘어서는 자리까지 승진한 경우다 ... 두 번째 유형은 역량은 보유했지만 여러 이유로 동기 부여가 안 된 경우다 ... 마지막 3번째 유형에 속하는 저성과자를 보자. 좋은 성과를 내기 때문에 보통은 C급으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인관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저성과자다. 이들은 인간관계를 희생해 가면서 목표를 달성한다.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 들거나, 냉담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이기적이거나, 오만하다. 타인의 일을 방해하고, 공을 가로챌 수도 있다. 코칭과 멘토링을 받으면 관심 있는 체하지만 절대로 따르지 않는다. 직속 부하와 동료를 깔아뭉갤지라도, 힘으로 밀어붙이며 일하기를 즐긴다.


여태껏 다녀본 거의 모든 조직에서 세 번째 유형의 저성과자를 적어도 한 명은 발견했다. 이런 자들을 앞으로 '고성과 성격파탄자'라고 부르기로 하자. 부하 직원을 쥐어짜서 성과를 내는 부류. 이들의 만행 중 일부를 적은 글이 얼마 전에 쓴 '리더십을 잃는 쉽고 빠른 방법'이다. 


그런데 아마 많은 분들이 저번 글을 읽으면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부하직원들은 끔찍하게 싫어하는데, 회사는 처벌은커녕 이들을 승진시킨다


사실 인사팀도 쥐어짜는 관리자의 문제를 알고 있다. 누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사람들이 그 관리자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도 안다. 이미 '그 사람 밑에서 일하기 싫어서' 회사를 나간 사람들을 여러 번 면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명분이 없다.

인사제도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조직은 다 평가기준, KPI를 갖추고 있다. KPI는 관리자가 자기 마음대로 부하직원을 평가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역으로 KPI에 명시되지 않은 기준으로 평가/보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족쇄도 된다. '부하직원과의 인간관계' 같은 것이 KPI에 적혀 있지 않는 한 그걸 가지고 누군가에게 안 좋은 평가를 주거나 징계를 내리기가 궁색해진다는 뜻이다. 대상자가 KPI에 적혀있는 기준들만 놓고 보면 고성과자인 경우 특히 그렇다.


2. 대안이 없다.

문제의 관리자를 교체하고 싶은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경우다. 쥐어짜는 정도가 심한 경우는 대부분 이 케이스이다. 문제가 있는 건 알겠는데 그 자리에 세울 다른 사람은 없고, 그 사실을 관리자가 알게 되면 더 안하무인이 된다. 


상위 리더가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인사팀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솔직히 어느 정도 직무유기라 생각한다. 조직 내부에 정말 대안이 없다면 외부에서 좋은 인재를 수혈하는 것도 인사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직 내에 어떤 포지션이 있는데 그 자리는 외부의 어떤 인재도 대체할 수 없다, 그게 과연 정상적인 상황일까?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그 사람이 갑자기 자기 연봉을 세배로 올려달라고 하면 어쩔 셈인가? 만약 쥐어짜는 리더가 징계를 받기는커녕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을 했다면 대안이 없는 케이스일 가능성이 크다.


3. 불안하다.

성과를 쥐어짜는 관리자는 성과로만 놓고 보면 높은 평가를 받을 사람들이다. 아니, 성과를 쥐어짜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가능한 환경 하에서 이런 관리자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상위 리더 혹은 인사팀 입장에서는 아랫사람을 쥐어짜지 않을 정상적인 관리자로 대체했을 때 갑자기 직원들이 해이해져서 성과가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성과가 떨어지는, 그래서 자기 평가도 내려가는 리스크를 감수하느니 그 팀 사람들이 불쌍하긴 하지만 쥐어짜는 관리자를 내버려두기로 한다. 그 팀 사람들 시달리는건 나의 평가와 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내버려두면 어떻게 될까?


고성과 성격파탄자들은 대표적인 썩은 사과다. 썩은 사과는 방치하면 주변의 다른 음식도 급속도로 썩게 한다. 마찬가지로 고성과 성격파탄자를 내버려두면 조직의 인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우선 아랫사람들이 나간다. 만약 사원/대리 둘 이상이 '저 사람 밑에서 일 못하겠어요'라며 퇴사나 부서 이동을 신청하면 심각한 징조로 여기고 무조건 파헤쳐 봐야 한다. 사원/대리라고 한 이유는 과장 정도만 되어도 자기 몸 사리느라 퇴사하는 순간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뛰쳐나간 사람이 둘 이상이라는 얘기는 잠재적 퇴사자가 조직에 널려있다는 뜻이고, 설령 퇴사하지 않더라도 업무 몰입도는 이미 바닥을 깔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관리자들이 배운다. 원래 나쁜 짓은 금세 퍼진다. 비슷한 급의 관리자들이 '나도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따라 하기 시작하면 조직 전체가 성격파탄자 모임이 된다. 게다가 쥐어짜는 관리자와 같은 풀 안에서 상대평가를 받는 구도라면 조만간 천하제일 쥐어짜기 경진대회가 열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짜 인재들이 떠난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다. Netflix culture deck을 만들었던 Patty McCord는 최고의 복지는 훌륭한 팀원과 같이 일하게 해주는 것이라 강조한다. 돈이 덜 들어 보이지만 가장 주기 어려운 복지다. (차라리 돈으로 때우는 게 나을지도...) 


그래서 진짜 인재들에게는 고성과 성격파탄자들과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모욕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사람이 내 상사든 아니든, 나와 부딪힌 적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우리 회사에 인간관계를 희생해서 성과를 내는 자가 있는데, 내가 내는 성과와 그 사람이 내는 성과가 같은 선상에서 평가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하다. 만약 어떤 '인재'가 있는데 이 사람이 자기와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조직 내에 있는 쥐어짜는 관리자에 대해 아무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 사람이 진짜 인재가 맞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조직 전체의 목표와 발전을 고민하기보단 자기에게 주어진 숙제만 잘하는 잘못된 모범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번 HBR 글이 왜 특이했는가. 그것은 인간관계를 희생해서 목표를 달성한 자들을 저성과자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보통 조직의 딜레마는 '고성과 성격파탄자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이다. 원칙대로 하자면 성과만큼의 평가와 보상을 줘야 하는데, 그럴 경우 조직원들의 실망과 분노가 커진다. 그렇다고 평가를 낮게 주자니 언급한 대로 명분이 없다. 제이 A. 콩거와 앨런 H. 처치는 쿨하게 그런 사람을 저성과자로 분류하라고 조언한다. 아, 이렇게 간단한 거였다니.


그렇다면 이 저성과자(!)들을 파악하고 대응하려면 어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까?


360도 피드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정상적으로'라는 표현을 넣은 것은 역설적으로 그런 조직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 수의 조직에서 360도 피드백 제도 자체는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평가자든 피평가자든 그걸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잘 없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3/4월호에 애자일 HR에 대한 다른 글이 하나 더 실려있는데 이 글에 다각도의 피드백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저성과자에 대한 글 내용과 연결되도록 의도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둘은 서로 연관관계에 있다. 여기서의 핵심은 더 많은 피드백이 더 자주 이루어지는 것, 그리고 특히 솔직한 상향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직원들이 윗사람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360도 피드백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첫째, 피드백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전달되었을 때 상사의 평가에 안 좋은 영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상사의 행동이 바뀌도록 만들어야 한다. 360도 피드백해봤자 괜히 자기에게만 피해가 오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느끼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다. 360도 피드백이 평가에 실제 영향을 주도록 기준이 세팅되어야 고성과 성격파탄자에게 낮은 평가를 줄 명분이 생긴다.


둘째,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 단순히 직원들의 익명성을 보장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익명으로 전달하는 360도 피드백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도록 맥락을 철저히 가리고 피드백을 전달하기 때문에 듣는 입장에서 왜 이런 피드백이 나왔는지, 뭘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행동은 고칠 수 없는데 열만 받는 상황이다. 인사팀이 360도 피드백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익명 피드백을 취합해서 대상자에게 전달해 주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


360도 피드백의 맥락에서 심리적으로 안정되었다는 것은 실명으로 피드백해도 본인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 거라는 신뢰를 뜻한다. 겪었던 실제 사건을 두고 왜 상사의 행동이 잘못되었는지, 본인이 어떻게 느꼈는지 이야기해도 해코지를 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그런 조직문화가 이미 정착되어 있으면 참 좋겠지만, 그랬다면 애초에 쥐어짜는 관리자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360도 피드백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인사팀이 나서서 철저히 보호해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드백은 상시로 일어나야 한다. 피드백 한 번 한다고 바로 다음 날 행동이 바뀌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반복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또한 인사팀 입장에서도 이 사람이 피드백을 듣고 행동이 바뀌는지 아니면 계속 버티는지 파악하고 필요할 때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6개월에 한 번 피드백이 오고 간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두 번째 조건 심리적 안정감도 상시적으로 피드백이 오고 가는 (그리고 피드백을 인사팀이 모니터링하는) 상황에서만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사팀은 코치가 되어야 한다

쥐어짜는 상사들이 문제가 되는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하고 당장 그만두도록 피드백해야 한다. 반대로 어떤 대인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문제 행동이 계속 반복된다면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고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문제는 일정 직급이 넘어가면 이런 피드백과 코칭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조직에서 없어진다는 것이다. 주변 동료들이나 직속 상사도 못 말리는(?) 수준이라면 남은 것은 인사팀 밖에 없다. 어쨌든 승진과 평가 보상에 최종 결정권이 있는 부서니 말이다.


인사팀 차부장이 다른 부서 임원들을 대상으로 피드백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코칭은 꼭 직급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관리자들에게 적절한 코칭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인사팀은 계속 퇴사자를 면담하고 사고 뒷수습하는 역할만 하게 될 것이다.


일벌백계도 때로는 필요하다 

조현아, 조현민 같은 사태가 왜 생길까? 그녀들이 무슨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장 자녀도 아니면서 조직에서 자기를 어찌할 수 없는 것 마냥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이만큼이나 회사에 기여했는데 감히 회사가 날 짜를 수 있겠느냐는 심보인데, 그 성과는 결국 아랫사람들 쥐어짜서 만든 성과이다. 쥐어짜서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믿고 더 기고만장 해지고, 그래서 다시 부하직원을 쥐어짜는 악순환이다.


앞서 360도 평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조건으로 피드백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했다. 문제의 관리자가 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더라도, 실제로 많은 성과를 냈더라도 문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원칙이 바로 서야 다른 관리자들도 함부로 부하 직원을 쥐어짤 생각을 하지 못한다. 


쥐어짜던 사람이 없어지면 그 부서 성과가 낮아지지 않을지 불안한가? 일단 문제의 관리자를 없애라. 그리고 부서원들에게 한마디만 하면 된다. 성과에 문제가 생기면 그 사람 다시 데려올 거라고. 아마 이전보다 성과가 더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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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태니지먼트 직업출간작가
강점 기반의 코칭/HR 교육 플랫폼 태니지먼트 대표. 가로수길 북까페 디파지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연/기고 문의 : younghak.j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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