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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ul 03. 2018

강점으로 경영하라

팀원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있는가?

팀원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에 적합한 역할을 맡기는 것이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다. 조안 마그레타는 '경영의 역할은 개인의 재능을 발견하여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강점 있는 일을 시키라는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를 굳이 왜 할까? 그것은 대부분의 리더들이 '강점'과 '할 줄 아는 것'을 착각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늘 벌어지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우리 팀에서 급하게 새로운 브랜드 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팀에서 브랜드 기획을 해본 사람은 A뿐이다. 그래서 영업 업무를 맡고 있던 A에게 기획 업무를 시킨다. 그런데 A는 사실 기획 업무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일을 빠르게 추진하는데 강점이 있는 개척형 인재다.  

  

다른 사람들은 못하는데 저 사람만 할 줄 아는 것이 있다면 그게 강점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전혀 아닐 수도 있다. 정말 강점이 있는 영역이라면 이전에 해보지 않은 업무라도 빠르게 배워서 놀라운 성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혼란은 ‘강점'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강점에는 구체적인 스킬도 물론 포함된다. 하지만 강점과 스킬은 구별되어야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행이지만, 잠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노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선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며,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넓게 관계를 맺는가? 알고 있는 사람과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가?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한가? 시간이 걸려도 완성도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이해하면서 듣는가? 분석하면서 듣는가? 

나는 일단 일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가? 미리 충분하게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가? 

말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고민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가? 

위험요소를 미리 고려하는가? 문제가 발생하면 대처하는가? 

매번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가?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가? 


누군가의 강점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입체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무엇을 할 줄 아는지 파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 사람이 무엇으로부터 동기를 얻는지, 혹시 태도의 문제는 없는지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팀원 한 명 한 명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를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줄 때, 팀원들이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이러한 사례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스포츠 경기이다. 축구에 별 관심 없는 여성분들도 박지성이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과 이제는 은퇴한 퍼거슨 감독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퍼거슨 감독이 그렇게 위대한 감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은 스쿼드를 가지고* 최상위권의 성적을 그것도 십여 년 동안 냈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철저하게 선수들의 강점을 활용하는 전술을 적절하게 구사한 것이다. 

*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다는 것이지 약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스쿼드의 강함만으로 퍼거슨의 성과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축구에선 팀에 부상자가 많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혹은 상대의 의표를 찌르기 위해 의외의 선수를 자기 포지션이 아닌 곳에 배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어떤 선수들은 감독의 조언에 따라 포지션을 바꾼 이후에 더 훌륭한 선수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차두리는 원래 아버지 차범근을 따라 공격수로 시작했으나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후에 더 크게 성공했다. 이런 변화는 감독이 평소에 그 선수가 어떠한 강점이 있고 그 강점이 어떤 포지션에 적합한지 고민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리더는 조직의 안정에만 신경 쓰며 주어진 팀원들을 데리고 늘 하던 일만 시킨다. 어떤 리더는 강점을 발견하고 팀원들의 업무를 재조정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팀원이 자기 강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타 부서로 이동시키기까지 한다.* 숙달된 팀원이 없어지면 팀에 일시적인 손해가 있을 수 있지만 팀원의 발전을 위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런 리더 밑에서는 팀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뿐더러 리더에 대한 신뢰 또한 깊어진다. 

* 가끔 아예 다른 회사로 보내 주기도 한다.


이 사람과는 일 못하겠다 싶을 때 


나의 첫 직장은 어떤 전략 컨설팅 회사였다.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일반 기업보다는 좀 더 자주 팀원들이 바뀐다.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할 때마다 멤버도 조금씩 바뀌고, 업계 자체가 다른 회사들보다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또 사람들마다 프로젝트에 대한 선호도도 있어서 고객사의 업종에 따라, 프로젝트 내용에 따라 관심 있는 컨설턴트들이 이합집산 하기도 한다. 


컨설팅도 종류가 여러 가지로 세분화되긴 하지만, 서너 명 내외의 인원이 같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것 같다. 인원이 얼마 없다 보니 한 명 한 명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줘야 하고, 서로 간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그래서 가끔 골치 아픈 상황도 발생하는데, 프로젝트 팀장이 팀원을 가려서 받는 것이다. 여느 회사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컨설팅에서는 훨씬 더 드러내 놓고 팀원에 대한 호불호가 존재했었고, 어느 프로젝트에서도 데려가지 않으려는 팀원은 스스로 압박감을 느끼고 그만두거나 권고사직까지 이어지기도 했었다. 


사실 첫 직장을 구하면서 컨설팅 회사를 선호했던 이유 중 하나가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기 싫어서'였다. 팀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항상 프리라이더가 생겼다. 복학생 학번 빨(?)로 주로 팀장을 맡았던 나는 누군가가 게을러서, 혹은 그냥 학점과 평판에 관심이 없어서 다른 팀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상황이 싫었고, 나중에 회사에 가더라도 그런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똑똑하면서 리더십 있고 자존심이 강한 (= 묻어가지 않을) 사람들이 모인 곳이 어디일까 생각해보니 컨설팅이 남은 것이다. 


그 시절 어느 팀장님이 해줬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분도 한때는 팀원을 가려서 받는 것으로 유명(?)했던 분이었다. 예전에는 열 명 정도의 인력 풀이 있으면 그중에 자신이 데려다 쓰고 싶은 사람이 세 명이 채 될까 말까 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금은 적어도 절반, 많으면 일곱 명 정도는 일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그분이 그동안 기른 것은 무엇일까? 이상한 사람들을 참아주는 인내심? 아니면 현실에 타협하고 사람에 대한 자신의 눈높이를 낮춘 것일까? 아니다. 그분이 기른 것은 결국 남에게서 강점을 찾아내는 능력이었다. 어설픈 관리자는 일을 제대로 나눠서 적합한 팀원들에게 맡기지 못하기 때문에 두루두루 잘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들은 저것을 잘하는 사람에게 이것을 맡겨놓고 나중에 ‘이것도 제대로 못해?’ 할 사람들이다. 


반면 좋은 관리자는 사람들이 무엇을 잘하는지를, 어떤 상황에서 성과를 내는지 찾아서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당신과 같은 시기에 같은 팀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는, 당신과 비슷한 수준의 역량과 경력을 보고 당신을 뽑았던 채용팀이 뽑았다는 뜻일 것이다. 누구나 강점은 있다. 만약 같이 일하기 싫은 팀원이 있다면, 그 사람의 단점을 무조건 탓하기 전에, 내가 그 사람의 강점을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사람 보는 눈도 피드백해보자. 


정말 내보내야 하는 썩은 사과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많은 반론들이 들어온다. 


"아니다. 정말 겪어보면 저절로 욕이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팀 성과를 저해하는 사람을 빨리 걸러내는 것이 인사의 핵심 중 하나다."  


100% 동의한다. 


조직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사람들을 '썩은 사과'라 한다. 썩은 사과는 자기가 썩은 것뿐만이 문제가 아니라, 주변에 있는 다른 멀쩡한 사과를 썩게 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조직의 썩은 사과는 조직문화를 망치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자들이다. 조직에 무기력과 비관주의를 전파하는 사람,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팀원들을 쥐어짜는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남의 성과를 가로채는 사람 등이 대표적인 썩은 사과이며, 물론 심각한 무능력도 썩은 사과의 한 부류이기는 하다. 


단,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일 못하는 사람 = 썩은 사과'라고 섣불리 단정 짓지 말자는 것이다.  


태도나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보통 썩은 사과가 맞다. 하지만 성과가 적은 것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실제로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사와의 업무 스타일 차이가 문제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성과가 별로였던 사람이 다른 팀으로 옮겨간 뒤에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생기고, 그 반대의 케이스도 발생한다. 또 본인도 잘 모르고 있지만 하고 있는 업무가 자기 강점과 안 맞을 수도 있다. 자기 강점에 맞는 일을 찾는다면 놀라운 성과를 낼지 누가 알겠는가?  


대부분의 인사팀은 어떤 사람이 조직에서 기대치보다 성과를 못 내고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내보내려고 하기보다 좀 더 적성에 맞을만한 다른 부서로 몇 번 이동시켜보며 새로운 기회를 주고 관찰한다. 내보내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쉽지 않을뿐더러, 그 사람을 채용한 비용, 내보내는 비용, 대체할 사람을 뽑는 비용을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새로 이동할 팀의 팀장이 이 사람에 대한 소문을 미리 듣고선 이 사람은 일 못하는 사람이라고 선입견을 가져버리면 어떻게 될까? 팀장의 평가는 자기 충족적 예언 같은 성격이 있어서, 사람들은 대부분 기대를 받은 만큼까지만 성과를 낸다. 일 못한다는 선입견을 받은 사람은 아마 새로운 부서에서도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다. 기회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확인사살로 바뀐 것이다. 그 사람도, 당신도, 회사도 모두 지는 게임이다. 


일을 잘하는지만 놓고 썩은 사과라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나는 직장생활 동안 일을 잘하고 빠르게 승진을 해왔지만 조직의 문화는 망가뜨리는, 그래서 후배 직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신입사원들이 1년도 채 못 가서 퇴사하게 만드는 썩은 사과를 더 많이 만났다. 일을 못하는 사람보다 잘하는 썩은 사과가 조직에 훨씬 더 치명상을 입힌다. 그 사람이 내는 성과에 홀려서 계속 방치하다가 (방치가 아니라 오히려 상을 준다) 조직이 완전히 곪은 후에야 상황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썩은 사과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성과를 내고 조직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서 '성공하려면 나도 저렇게 해야지'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렇게 다 같이 썩는 것이다. 조직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정리하자면, 이 사람과는 일 못하겠다 싶을 때는 도대체 그 사람의 어떤 면이 문제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자. 그 사람의 성과가 문제라면 내가 그 사람의 장점을 찾으려고 고민해봤는지 돌이켜보자. 혹시 편견을 가지고 단점만 바라본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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