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영학 Jun 26. 2018

인재를 어떻게 뽑아야 하는가?

척 보면 안다는 사람들을 위하여

본인이 리더가 되었다는 것이 혹시 언제 가장 와 닿았는가? 내 경우는 두 가지였는데, 바로 사람을 뽑을 때와 평가할 때였다. 사실 처음 몇 번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묘한 느낌(?)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 작은 회사, 큰 회사, 아주 큰 회사를 다니며 여러 유형의 면접을 경험한 것 같다. 지원자로도, 면접관으로도. 일대일 면접도 해보고 다대다 면접도 해보았는데, 면접이 끝날 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점이 있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거지?


많은 회사들이 면접관이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떤 자세로 면접에 임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인사팀에서는 이력서만 던져주고 그동안 당했던(?) 것을 떠올리며 알아서 면접을 진행해주길 바라는 듯싶다.  

재밌는 사실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뿐 사람을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할 텐데, 본인 회사의 채용 과정과 비교해보자. 


인재를 선별하는 효과적인 방법 


우선 ‘효과적인 채용'이 대체 무엇일까?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의외로 여기서부터 채용이 어그러진다. 컨설턴트 시절 면접에 대해 농담반 진담반 떠돌던 이야기가 있다. 신입 컨설턴트는 어차피 프로젝트에 크게 기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펙도 스펙이지만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외모의 사람들을 뽑는다는 것이다. 좀 더 그럴듯하게 ‘존재감(presence)’이라는 말을 쓰지만, 속된 말로 ‘있어빌리티'가 포인트다.


채용 프로세스의 목적은 ‘지원자의 미래 성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채용이란 결국 지원자의 미래 성과를 예측하는데 유용하다고 알려진 요소들을 검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면접 또한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당신에게 면접을 맡기는 이유는 일 끝나고 같이 맥주 한잔 하고 싶은 사람을 뽑으라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써 성과를 낼 사람을 뽑으라는 뜻이다.


자, 그렇다면 채용에서 자주 활용되는 여러 방법들 중에 어떤 것들이 미래 성과를 예측하는데 효과적일까? 아래 목록을 보고 마음속으로 한번 순위를 매겨보자. 


업계 지식 테스트 

인지 능력 테스트 

성격 테스트 

레퍼런스 체크 

구조화 면접 

비구조화 면접 

상황판단능력 테스트 

정직/성실성(integrity) 테스트 

샘플 과업 테스트 

이 중 어떤 방법이 미래 성과를 가장 잘 예측할까? 그리고 당신 회사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사람을 뽑고 있는가? 


배추도사 무도사 면접도사 


답을 알려주기 전에 먼저 구조화 면접과 비구조화 면접의 차이를 살펴보자. 


구조화 면접이란 리더십, 인간관계 등 주로 인지 능력 외 요소들에 대해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는 면접 방식이다. 답변도 면접관마다 임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상 답변들을 점수표로 만들어 두고 정해진 점수를 매기게 한다. 


비구조화 면접이란 채용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접하는 면접 방식이다. 정해진 질문보다는 지원자의 이력서를 보면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질문을 하는 식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다른 질문을 하며, 답변도 면접관이 임의로 평가한다. 무엇보다, 면접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리더십, 팀워크, 가치관 등)부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행동 경제학의 선구자 다니엘 카네만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편견과 비합리적인 직관에 빠질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그는 무려 60년 전에 이스라엘 군대에 입대했는데,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병사들을 어떻게 선발해야 하는지 면접 절차를 새로 설계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당시 이스라엘 군대가 병사를 뽑는 방법은 지금의 비구조화 면접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면접관들이 지원자들 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후광효과(halo effect)이다. 후광효과는 지원병의 어떤 장점이 다른 단점들을 작아 보이게 하는 것으로, 일종의 편견이다. 지원자가 처음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키가 크고 잘생겼으면(혹은 예쁘면) 갑자기 이 사람이 하는 말이 다 논리적으로 들리고 대답을 잘못해도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싶어 진다는 뜻이다. 결국 전체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카네만은 구조화 면접을 만들었다. 훌륭한 병사가 되려면 어떠한 요소를 갖춰야 하는지 여섯 가지 항목을 정의한 뒤, 이를 평가하기 위한 질문들을 설계했다. 더 중요한 것은 면접관들이 한 번에 한 가지 요소에 대한 질문들만 할 수 있게 했으며, 그 요소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나서야 다음 요소에 대해 질문할 수 있게 했다. 후광효과가 사라지게 한 것이다. 그리고 최종 점수도 면접관이 판단하지 않고 이 여섯 가지 점수들의 합만 가지고 평가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면접이 끝나고 몇 개월 후에 지원병이 배치된 각 부대의 평가 기록과 비교해보니, 구조화 면접으로 계산한 최종 점수가 이전의 방식에 비해 훨씬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면접관들이 이 방식에 반발했다는 것이다. 아주 지독하게 싫어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면접의 전문가라 생각했다. 수없이 많은 면접을 보았고, 직관적으로 누가 더 좋은 지휘관이 될지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정해진 질문만 해야 한다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중 한 명은 카네만에게 ‘당신은 우리를 로봇처럼 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카네만은 한 가지 질문을 더 만들었다. 여섯 가지 항목의 점수를 모두 매긴 후에야 면접관들은 마지막 문제에 답할 수 있었다.  

눈을 감으세요. 여섯 가지 항목의 점수를 볼 때, 당신은 이 지원병이 훌륭한 군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까?

놀랍게도 이 마지막 질문은 원래 있던 여섯 가지 항목들보다 병사들의 미래 성과를 더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역시 면접관의 직관이 더 낫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원래의 면접 방식은 여섯 가지 항목에 대한 체계적인 점수 없이 바로 직관으로 점수를 매겼다. 결과는 엉망이었다. 새로운 방식은 여섯 가지 항목을 하나씩 체계적으로 들여다본 후에야 최종 점수를 매겼다. 여기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 사례의 교훈은 사람 보는 직관을 과시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관상에 대해 좀 안다거나, 면접을 많이 봐서 딱 보면 이 사람이 괜찮은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기억을 왜곡한다. 자신이 뽑은 사람들 중에 몇 %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는지 데이터를 분석해본 적 있는가? 대부분은 자신이 뽑아서 괜찮았던 케이스만 확대해석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괜찮은 사람을 떨어뜨렸던 케이스는 아예 데이터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국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던 때 이야기다. 최종 면접일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면접만 봤다. 한 팀에 열명씩, 팀당 50분, 총 열두세 팀을 면접 봤던 것 같다. 열명을 50분 보는 게 길어 보이지만 한 명씩 자기소개하고 나서 질문 몇 가지 하고 나면 금세 지나간다. 게다가 질문은 눈에 띄는 몇 명에게 쏠리기 마련이다. 약 120명 중에 삼분의 일 정도를 뽑았지만, 이제와 고백하자면 그 당시 채용한 40여 명이 정말 나머지 80여 명 보다 나은 선택이었는지 확신이 없다. 


직관에 의지해서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 1위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채용에 대해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서 맡게 될 첫 직책에 어울리는지만 놓고 평가하지 말고, 그 사람이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평생 같이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평가하라'라고 조언했다. 그러려면 평생 같이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미리 정의해야 하며, 그러한 요소를 면접에서 후광효과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블라인드 채용도 후광효과를 없애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이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나이가 어린 지원자의 답이 왠지 더 마음에 드는 현상을 줄이려는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비구조화 면접이 필요할 수도 있다. 군대나 대기업 공채처럼 일관된 기준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을 뽑아야 하는 다대다 면접 상황에서는 구조화 면접이 훨씬 효과적이지만, 한두 자리를 뽑는 일대일 경력직 면접에서는 좀 더 그 사람의 경력에 특화된 질문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또 면접이 여러 차수로 나뉘어 있다면 첫 면접에서는 구조화 면접을, 뒤로 갈수록 비구조화 면접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6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스라엘의 지휘관 선발은 그 당시 카네만이 설계한 틀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틀을 잘 만들어 놓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보여준 채용 방법 리스트의 답은 다음과 같다. 위에 있을수록 효과적인 방법이다.

 

샘플 과업 테스트  

인지 능력 테스트  

구조화 면접  

업무 지식 테스트  

정직/성실성(integrity) 테스트  

비구조화 면접  

성격 테스트  

상황판단능력 테스트  

레퍼런스 체크 


혹시 당신 회사는 비구조화 면접, 성격 테스트, 그리고 레퍼런스 체크로 사람을 뽑고 있지 않는가? 


          


[참고]

* 상황판단능력 테스트 : 짧은 이야기나 영상으로 상황을 제시하고 어떤 반응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테스트

* 샘플 과업 테스트 : 앞으로 하게 될 일과 유사한 과업을 지원자에게 시켜보고 결과물을 평가하는 테스트

* 여기서의 레퍼런스 체크는 지원자가 직접 제공한 지인 명단으로 체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지원자가 지명한 사람이 아니라 회사가 자체적으로 지원자를 아는 사람을 수소문하여 체크하는 경우는 효과적일 수 있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 채용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을 참고했다 : Ryan, A. M., & Tippins, N. T. (2004). Attracting and selecting: What psychological research tells us. Human Resource Management, 43, 305-318.

이전 03화 에드 캣멀과의 상상 인터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