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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un 19. 2018

에드 캣멀과의 상상 인터뷰

조직문화와 팀워크에 대하여 



조직문화에 대한 상상 인터뷰 주인공은 픽사(Pixar)의 에드 캣멀 사장이다. 픽사에서 장편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주인공이자 수많은 성공작의 아버지이고, 디즈니에 인수된 후엔 <겨울왕국>으로 기울어가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에드 캣멀은 현재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양쪽 모두를 경영하고 있다. 픽사를 인수했던 스티브 잡스와 가장 오래 함께 일해본 사람이기도 하다.  


Q: 조직의 소통에서는 어떤 점들이 중요할까요? 

  

기업의 소통 구조는 조직 구조를 반영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든 직책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에는 직원들이 서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존재하죠. 직원들이 회의실보다 복도에서 진실을 얘기한다면, 경영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것만큼 확실하게 경영자의 시야를 좁히는 실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관리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항상 제일 먼저 알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회의에 들어가고 나서야 깜짝 놀라도 괜찮습니다. 다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람들이 허락을 구할 필요 없이 자신들끼리 협력해서 어려운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그들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Q: 팀원들이 서로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어도 괜찮을까요? 한국에선 대부분 직급이 높은 사람이 방향을 정하고 결정을 내리는 분위기입니다. 아랫사람은 그저 정해진대로 잘 따르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죠. 


구성원끼리 집단지성(collective knowledge)을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조직은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의외의 직원이 낸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경시하지 마세요.  


하지만 솔직함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사람들은 공포심과 자기보호 본능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숨기기 마련입니다. 솔직함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려면 먼저 그런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건전한 창작 문화의 특징은 구성원들이 아이디어, 의견, 비판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솔직함이 부족한 문화를 방치하면 창의성이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타인의 아이디어에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모아야 합니다. 경영자는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도록 계속 유도하고, 직원들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들을 찾아 해소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픽사에서는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나요? 


픽사에는 브레인트러스트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몇 달에 한 번씩 모여 각자 제작 중인 작품을 솔직하게 평가하는 중요한 시스템입니다. 영리하고 열정적인 직원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하라고 맡기고,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얘기하도록 장려하는 것이죠. 브레인트러스트는 자문 대상에 따라 규모와 목적이 바뀌지만 핵심 요소는 언제나 솔직함입니다. 솔직함이 없으면 신뢰도 존재할 수 없고, 신뢰가 없으면 창의적 협업은 불가능합니다. 


픽사 경영진은 브레인트러스트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저도 거의 모든 브레인트러스트 회의에 참석해 작품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즐깁니다. 저와 짐 모리스(Jim Morris) 제작본부장의 주요 역할은 회의 참석자들이 충분히 솔직하게 얘기를 나눠서 회의가 의미 있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브레인트러스트 회의에서는 때때로 과격한 표현이 오가지만, 아무도 개인적인 감정의 골이 깊어지진 않습니다. 회의에서 오가는 말은 모두 문제 해결을 위한 것임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의 신뢰와 상호 존중이 있기 때문에 브레인트러스트는 뛰어난 문제 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지요. 


Q: 다른 회사에도 비슷한 제도가 많은데 그렇게 솔직한 의견이 오고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브레인트러스트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브레인트러스트는 다른 기업의 피드백 메커니즘과 두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브레인트러스트는 스토리텔링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사람들, 대개 작품 제작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픽사 감독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비평을 환영하지만, 특히 동료 감독, 각본가가 보낸 피드백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죠. 둘째, 브레인트러스트는 지시할 권한이 없습니다. 감독은 브레인트러스트에서 나온 특정 제안을 꼭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의 후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것은 감독의 몫입니다.  

브레인트러스트 회의는 강압적인 하향식 피드백 메커니즘이 아닙니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의견서를 보내는 목적은 구체적 처방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려는 것입니다. 감독에게 해법을 지시할 권한을 브레인트러스트에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감독이 브레인트러스트에 반발하거나 소통이 어려워지는 일을 방지합니다.  


물론 브레인트러스트 회의는 감독에게 편한 자리는 아닙니다. 모든 감독이 자기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길 원하지만 목적 자체가 작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독은 어딘가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브레인트러스트의 구성 방식은 감독이 문제점과 개선점을 지적받을 때 느끼는 고통을 최소화합니다. 회의 참석자들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대상은 작품이지 감독이 아닙니다. 아이디어 제공자는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닙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원리입니다. 다시 말해, 문제를 지적할 때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Q: 스티브 잡스와 오랫동안 같이 일하신 것으로 아는데, 잡스의 소통 스타일은 어땠나요? 잡스야말로 사람들에게 소리 지르고 나를 따르라 윽박지르는 이미지 아닌가요?  


저는 스티브 잡스와 25년이 넘게 같이 일했습니다. 아마도 저보다 오래 그와 함께 일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여러 잡지, 신문, 심지어 잡스가 공인한 전기에도 그는 주로 무자비한 완벽주의자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초기의 잡스는 분명 타인의 감정에 무신경하고 무자비한 남자였지만, 죽기 전 20년간은 이전과 다른 남자로 변했습니다. 잡스를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이 이런 변화를 알아챌 정도였어요.  


잡스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뿐 아니라 그들이 창의적 제품에 기여하는 가치 역시 세심하게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자신의 핵심 임무로 여겼습니다. 특히 인생의 막바지로 갈수록 그랬어요. 자기가 직접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데는 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픽사처럼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잡스를 생각하면 1986년 2월 픽사가 탄생한 날이 떠오릅니다. 루카스필름 회의실에서 잡스가 그래픽스 그룹(픽사의 전신) 인수 계약서에 서명했지요. 우리는 잡스가 인수자로 나타나기 전, 여러 달 동안 인수자를 찾아 헤매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였습니다. 잡스는 계약 직후 저에게 ‘앞으로 계속 함께 해나갈 텐데, 내가 간곡하게 부탁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서로 배신하지 않고 의리를 지킵시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픽사와 스티브 잡스는 수십 년간 여러 변화와 역경을 거쳤고 극히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잡스는 픽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요구한 의리를 그 자신도 지켰지요. 


잡스와 가깝게 지냈던 다른 동료들은 그를 ‘픽사의 창의성을 지켜주는 방화벽'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우리의 창의적 근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했을 겁니다. 잡스는 직원들의 열정과 작품의 질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긴 것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이 남았지요. 저는 늘 픽사가 창업자(스티브 잡스, 존 래스터, 에드 캣멀)보다 오래 살아남도록 지탱해줄 기업문화를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여겼습니다. 이제 창업자 중 한 명이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난 탓에, 그런 기업문화가 계속 유지되게끔 공고하게 다질 책무는 존 래스터와 저에게 남았습니다.




상상 인터뷰는 말 그대로 인터뷰 대상이 쓴 책, 언론 인터뷰, YouTube나 TED 등에 올라온 강연 동영상들을 바탕으로 쓴 가상의 대화입니다. 대략 5~60% 정도는 문장 그대로 인용했고, 30%는 대상이 한 말을 맥락에 맞게 조합하여 편집했으며, 나머지 10%는 저자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으로 미루어 가상 답변을 추가했습니다. 여러 출처에 나온 것을 편집한 것이므로 저자의 의견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 상상 인터뷰는 아래 자료들을 참고하였습니다.


에드 캣멀 · 에이미 월러스, 『창의성을 지휘하라』, 와이즈베리 

HBR How Pixar Fosters Collective Creativity 

HBR IdeaCast 109: Pixar and Collective Crea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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