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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un 05. 2018

리더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왜 난데없이 리더십 글을 쓰게 되었는가

어느 날 강연 요청이 하나 들어왔다. 브런치 글을 보고 어느 스타트업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렇게 이십 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담당자와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팀장을 코엑스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원하는 강연 내용이 좀 특이했다. 보통은 조직문화에 대한 강연을 요청하는데, 이번엔 특이하게 ‘대기업에서는 어떻게 일을 하는지' 강의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직원 평균 연령 28세, 팀장들도 평균 연령이 삼십 대 초반에 불과한 이 회사는 설립한 지 3년 만에 매출이 수백억대로 급성장했다. 그런데 아직 ‘돈 버는 동아리' 같은 분위기로 일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팀장들도 마찬가지여서, 리더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직원들을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문득 내가 처음 부서장이 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2014년 4월, 나는 중국 이랜드의 인하우스 컨설팅(이자 인재 파이프라인*) 부서의 장을 맡게 되었다. 원래는 컨설팅 1팀의 팀장이었으나 전임 부서장이 천억 대 브랜드를 책임지는 브랜드장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80여 명 되는 부서 전체를 맡게 된 것이다. 


* 일반 공채보다 좀 더 높은 스펙의 직원들을 뽑아서 회사에 적응시킨 후 타 부서로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부서를 뜻한다. 목적상 채용도 별도 채널로 이루어지며, 보상/복지도 다른 직원들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그때의 당황스러움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해왔던 대로 팀원들의 컨설팅 프로젝트들을 잘 리드해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도 잠시, 내 일정은 곧 회사 내 리더들을 만나서 무슨 프로젝트가 필요한지 듣는 것으로 채워지게 되었고, 나머지 시간들은 전부 안 되는 중국어로 직원들을 면담하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 생각대로 팀원들의 프로젝트를 리뷰해줄 시간은 정작 거의 나질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서장이 되자마자 회사의 필요와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거의 절반 가까운 직원들을 다른 부서로 전출시키거나 (파이프라인 부서의 운명이다) 회사에서 내보냈어야 했다. 처음 경험해보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정말 멘붕에 빠졌다. 어느 주말엔 커피숍에서 책을 읽다 퇴사하겠다는 메일을 받기도 하고, 하루는 꿈에서 누가 퇴사를 신청해 이걸 상무님께 어떻게 설명드리지 고민하다가 잠에서 깬 적도 있다. 


그 시기가 지나자 이번엔 40여 명의 신입사원이 새로 입사했다. 중국인들의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얼굴 사진과 이름 병음이 쓰여있는 바인더를 들고 다니며 매일 외우고, 어느 지역 출신인지, 누구와 사는지, 무엇에 관심 있는지 파악하려 허덕거렸다. 그 이후로도 리더로 있는 동안 누굴 뽑아야 하는지, 누굴 리더로 세워야 하는지, 어떤 제도와 조직문화를 만들어갈지 고민이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었다. 


갑작스러운 강연 요청 덕분에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처음 리더가 되어 당황하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책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의무교육 시스템을 착실하게 따르다 얼떨결에 ‘직장인'이라는 존재가 된다. 신입사원 시절엔 다들 긴장해서 사수가 부를 때마다 딸꾹질이 날 지경이지만, 그렇게 또 몇 년을 지내다 보면 ‘아, 사회생활이 이런 거구나'하며 그럭저럭 적응한다. 아직도 연차에 따라서 승진하는 곳이 많기에 ‘존버' 하다 보면 대리, 과장, 차장 승진을 하게 되고, 조직마다 시점은 다르겠지만 어느 순간 ‘부하직원’이 생기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남이 시키는 일을 하던 존재에서 이제는 누군가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 리더가 되어야 할 순간을 맞닥뜨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신입사원 시절이 혹시 생각나는가? ‘회사 일’을 처음 배우며, 복잡한 엑셀 함수를 외우며, 발표가 아닌 ‘보고’를 위한 ppt 문서를 처음 만들며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기억하는가? 내가 기억하는 느낌은 ‘왜 학교에서 이런 것을 안 가르쳐줬지?’였다. 


나는 직장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학생 시절에야 어쨌든 내가 돈을 내고 다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직장인이 되는 순간 남의 돈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니, 도대체 얼마나 완벽하고 수준 높게 일을 해야 월급이란 것을 받아볼 수 있을까 두려웠다.* 막연하게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면 직장생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대학 때 공부한 것 상당수는 써먹을 데가 없었다. 물론 내가 전공과 상관없는 곳에 취업한 탓이지만 어쨌든… 


* 나의 이 두려움을 깨준 곳은 의외로 군대였는데, 거기서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월급은 꼬박꼬박 잘 받아가던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직장인이 된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는 채로, 한편으론 직장인이 될 준비가 되었다는 착각 속에 직장인이 된다. 문제는 이 상황이 당신이 리더가 될 때 똑같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리더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특정 나이가 되거나, 직장 생활 몇 년이 지나면 갑자기 마법 같이 당신 안의 리더십 봉인이 풀려 모두가 존경하는 리더의 덕목을 갖추게 되는 그런 일은 없다. 다만 리더십을 배울 수는 있다. 좋은 리더를 모시며 겪는 경험, 그리고 스스로가 리더가 되어 겪는 경험은 리더십을 기르기 위한 소중한 경험들이다. 리더십에 대한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서점에 꽂혀있는 리더십 책들을 보다 보면 솔직히 나이가 지긋이 든 어떤 대기업 임원 분이 은퇴할 때쯤 노후 준비의 일환으로 쓰신 것처럼 보이는 책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내용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독자로써 왠지 우리 세대를 위한 책이 아닌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리더십이라는 주제 자체가 왠지 딱딱하고 심오하며, 젊은 사람이 이야기하기엔 무겁기 때문에 그런지 싶다.  


반면 이 책은 이제 갓 팀원과 팀장의 경계를 넘으려 하는 젊은 리더들을 위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작가가 쓰는 책이다. 우선 나부터 만으로 서른넷에 이 책을 쓰고 있다. 물론 서른넷도 누군가에겐 꼰대스러울 수 있는 나이지만 상대적으로 받아들이자. 운 좋게도 한 때 80여 명의 직원들을 뽑아보고 관리하고 내보내 본 경험을 밑천 삼아 책을 쓰는 것뿐이다. 나 자신도 아직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단계의 사람들을 위해 같이 고민해보자는 의미에서 이 책을 쓴다.  


이 책은 크게 조직문화, 사람, 그리고 관리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첫 장에서는 리더로서 어떤 분위기의 팀을 만들 것인지 생각해 보려 한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미투 운동과 갑질에 대한 뉴스가 한창이다. 그나마 나아진 거라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는 여전히 너무 수직적이다. 이제 리더로서 어떻게 팀원들과 소통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해보자. 


두 번째 장은 사람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리더가 팀원과 가장 다른 점은 남을 통해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인사팀이 아닌 이상 팀원일 때부터 사람 고민을 해본 경우는 많지 않고, 리더가 되고 나서야 우왕좌왕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채용, 배치, 평가, 그리고 피드백에 대해 살펴보는 동안, 팀원 한 명 한 명을 떠올려보고 읽은 내용을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장은 일과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지에 대한 내용이다. 리더는 결국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다. 우리나라는 근무시간이 길기로, 그리고 생산성이 낮기로 유명하다. 다들 정신없이 바쁜데, 성과는 지지부진한 조직이 넘쳐난다. 이제 부하 직원들을 관리해야 할 텐데, 어떻게 일을 맡길 것인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일을 잘 하는 것과 일을 잘 시키는 것은 다르다. 남을 통해 효과적으로 일하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지 그동안 고민했던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았다. 


중간중간 본문 내용과 관련된 전문가와의 ‘상상 인터뷰'를 담았다. 주로 인용했던 논문이나 책의 저자들이다. 실제 인터뷰가 아니라 여러 출처에 나온 것을 편집한 것이므로 저자의 의견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양해 바란다. 인터뷰 대상이 쓴 책, 언론 인터뷰, YouTube나 TED 등에 올라온 강연 동영상을 주로 참고했다. 대략 5~60% 정도는 문장 그대로 인용했고, 30%는 대상이 한 말을 맥락에 맞게 조합하여 편집했으며, 나머지 10%는 저자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으로 미루어 가상 답변을 추가했다. 출처를 밝혀 놓았으니 더 깊은 내용이 궁금하다면 원문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아, 그리고 이 책은 시니컬한 나의 또라이 다른 자아와 같이 썼다. 보라색 글씨가 또라이 다른 녀석이 쓴 것인데, 주로 시니컬한 멘트나 아재 개그를 담당한다. 주제 자체가 무겁다 보니 녀석을 등장시켰는데, 교정 교열 과정에서 대부분 박멸당했다. 브런치에서 만이라도 녀석이 떠들 기회를 주려고 하니 혹시 거슬리더라도 양해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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