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는 뭘 먹어야 하지?"
남편과 함께 인터넷과 인별그램를 뒤적거리며 식단을 짠다.
하지만 찾아봐야 별거 없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항상 똑같고,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나의 요리솜씨로는 한계가 있다.
식단을 짜는 건 어렵다.
식단을 짠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그전엔 장을 보며 필요할 것 같은걸 몇 가지 사고는 그걸로 해 먹을 수 있는 걸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버려지는 식재료들이 생겼다. 아깝기도 하고, 매일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도 힘들었다.
결국 수첩에 일주일치 식단을 간단히 적었다. 그리고 식단에 맞추어서 재료를 사 왔다. 장 볼 때 식단에서 필요한 재료만 사 오니 한결 편하다. 뭐 먹지 고민하던 것도 식단을 보고 요리만 하면 된다.
냉장고에 붙여놓은 식단은 아이들도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 음식이 적혀있는 날은 저녁을 먹기 전부터 한껏 기대를 한다. 마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처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 거야"
하지만 매번 아이들의 입맛을 맞추는 건 어렵다. 아이들 셋은 입맛이 다 다르다. 매일 같은 음식을 함께 먹고살면서도 어찌나 다른지 그 각각의 입맛을 맞추는 건 때론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다.
식단을 작성하다 보면 주 2-3회 정도는 찌개나 국을 넣는다. 흔한 김치찌개부터 된장찌개, 부대찌개, 비지찌개, 청국장 등등.. 그중 특히 김치찌개는 나에겐 어려운 숙제다.
분명 인터넷에서 알려둔 대로 잘 볶고, 비슷한 양의 물을 넣고, 양념을 넣어준다. 하지만 맛은 이상하게도 시큼하면서 애매모호하다.
수습을 해야 한다!!!!!!!!비상이닷!!!!!!!!!!
고춧가루 살짝 추가!
소금도 한꼬집 넣고,
양파를 넣어도 되겠지?.
액젓도 필요할거야!
"어라! 이건 무슨 맛??'
"하하!! 김치찌개의 맛은 김치가 좌우하는 거야! 아직 우리 집 김치가 덜 익은 거야"
엄한 김치 탓을 해본다.
김치찌개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추가로 들어간다. 남편은 참치캔이 들어가면 NO! 아이들은 돼지고기만 딸랑! 거기에 잘 풀리지 않는 나의 요리솜씨까지 더해져 김치찌개는 우리 집 천덕꾸러기 음식이다.
인터넷에 나온 김치찌개의 레시피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 집 김치의 맛은 일정하지 않다.
그러니 이건 나 때문이 아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맛이 없는 것이다.
(내 탓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나 보다 후후~)
그렇지만 세 아이들과 남편까지 입맛을 사로잡은 김치요리가 있다. 바로 '등갈비 김치찜'
분명 찌개 할 때가 같은 김치이다.
고기만 등갈비가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등갈비 김치찜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이날은 다른반찬도 필요없다
등갈비를 사서 핏물을 빼고 한번 삶은다음 씻어서 다시 냄비에 담아준다.
김치와 양념, 등갈비를 듬뿍 넣고 한 냄비 가득 끓인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보면서 생각한다.
'너무 많이 했나 봐!'
하지만 다 먹고 나서 텅빈 냄비를 보면 아주 뿌듯해지기까지 하다.
내가 먹어본 김치찜의 김치는 김치찌개의 김치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여느 때와 다르게 김치도 척척 먹고, 등갈비 고기를 쏙쏙 먹는다.
쓱쓱 국물에 밥도 비벼 먹는다.
이날은 밥도 잘먹어 넉넉하게 하지 않으면 내 밥은 없다.
뭐가 다른걸까?
등갈비가 마법의 고기인가?
찜과 찌개의 차이가 있는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마법의 등갈비 김치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