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은 요리다. 다양한 식재료를 씻고, 볶고, 끓이고, 부치는 일련의 과정들이 나에겐 너무 벅차다. 지금껏 주부 생활 19년을 버티고 있는 게 용하다.
그래도 19년 동안 무언가를 해 먹었다니! 돌아보면 감개무량하네!
세 아이들의 이유식부터 시작해 매일 삼 시 두 끼를 먹이는 지금까지 무엇을 먹여야 하는지 고민투성이다. 그나마 점심 한 끼를 학교에서 먹고 오는 학기중은 좀 낫다.
방학 특히 기나긴 겨울방학은 나에겐 너무 힘든 인고의 시간이다. 견디고 견뎌 개학이 오면 그날은 정말 혼자서 춤이라도 추고 싶다.(개학날 모두 가버리면 정말 춤을 추는 건 아무도 모르겠지?)
드디어 점심에서 해방이구나!!!
결혼 전 요리를 전혀 해보지 않았다. 음식 하는 건 힘들다고 엄마도 시키지 않으셨다. 그땐 결혼하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다.
"에이 잘 안되면 네이버의 힘을 빌리면 되지"
"인터넷에 다 나와 있잖아!"
"우리 엄마의 요리 솜씨를 물려받지 않았을까?"
막연히 잘할 거라 생각했다.
뭘 믿고 그랬을까?
다행히도 남편의 입맛은 까다롭지 않았다. 뭐든 잘 먹는 타입이었다. 아무거나 해주어도 싹싹 먹어치우는 먹성 덕분인지 나의 요리 실력은 늘 제자리였다. 잘 먹으니 오히려 발전이 더디게 된 것이다.
그리고 먹고 나면 '맛있다', '배부르게 잘 먹었네'라는 말을 꼭 붙여주었다. 진짜 맛있어서?? 아니면 그냥 빈말로?? 진실은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늘 해주었고 들으면 기분은 좋았다. (진심이냐고 물어보면 남편은 늘 진심이라고 한다. 흠.. 그래도 반만 믿어봐야겠다)
그렇지만 다음날 부엌에 들어가는 나의 발걸음은 다시 무거웠다.
요리에 관심이 없으니 주방살림 또한 관심이 없다. 예쁜 그릇이나 컵, 편리한 주방용품들은 거의 사지 않는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식기의 대부분은 신혼 때 처음 구매한 식기들이다. 나와 같이 결혼생활을 한 20년 된 식기들... 왜 그런지 밥그릇들만 깨져버려 새로 구매했다. 어디선가 돌잔치 답례품으로 받아온 그릇들, 아이들이 학교에서 그림 그려온 컵들도 유용하게 사용중 이다.
요리를 싫어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치우는 것은 즐겁다. 아니 좋아한다.
맛있는 음식이 입안에 들어갔을 때 행복해진다. 거품이 나는 세제로 그릇을 깨끗이 씻다 보면 그 뽀드득한 느낌이 좋다.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식세기'가 아직 우리 집엔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모님'이라면서 잘 사용 중인데 난 유독 식세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저분한 그릇들을 내손으로 박박 문질러서 헹구어야 기분이 개운해진다.
하나의 브런치북을 마무리하고서 다른 무언가에 대해 써볼까 고민이 많았다. 문득, 생각이난게 바로 요리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요리.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할 말은 정말 많다.
그래도 나름 주부다.
싫지만 부엌에 수시로 들락거려야 한다. 그리고 요리를 하고 있다. 내 머릿속엔 별로 보잘것없는 레시피들이 들어있다.
맛은 보장할 수 없다. 사람마다 입맛은 다 다르기에. 내가 같은 레시피로 해도 그날그날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만족하는 날도 있고, 걱정스러운 날도 있다.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이렇게 먹자'
그동안 내가 했던, 그래도 할 수 있었던 요리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려고 한다.
글을 쓰면서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이 필요한 게 바로 남편이다.
남편은 나와 반대다.
성격도, 외모도, 그리고 요리에 대한 마음가짐도.
주말저녁 뚝딱뚝딱 요리를 해서 나를 감동시키고, 난 '맛있었어!!!!'를 외치며 설거지를 한다. 물론 그럴 때마다 '궁디팡팡'칭찬도 잊지 않는다. 유튜브나 인스타로 보는 것도 대부분 요리 관련 영상들이다. 가끔은 나를 보여주며 '한번 해 먹어 봐야 겠어'하고는 저장해두기도 한다.
그다지 실전요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레시피와 이야기들이지만 첫 번째 브런치북보다 더 맛깔나게 써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