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싫지만 먹는 건 좋다.
맛있게 먹는 것. 다른 것보다도 나에게는 무척이나 큰 낙인 것 같다.
그런데 이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식구들 모두 비슷하다. 시간이 없으면 그냥 대충대충 다른 무언가로 때우거나 좀 기다렸다가 먹으면 되는데 이게 안된다. 삼시 세 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챙겨 먹는다. 그 간격이 한두 시간이어도 말이다.
서로 입맛도 다른 다섯 가족의 외식은 무엇을 먹으러 나갈지 메뉴를 정하는 것도 난관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큰아이와 일식을 좋아하는 아빠, 마라탕을 좋아하는 둘째와 맵고 짠 건 못 먹는 막내. 수학문제만큼 어렵고 험한 메뉴정하기에서 누군가는 조금의 양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양보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가 있었는데 바로 샤부샤부다.
**샤부샤부 -얇게 저민 쇠고기와 갖가지 채소를 끓는 육수에 즉석에서 데쳐서 양념장에 찍어먹는 요리(출처:네이버 나무위키)
마침 집 근처 가까운 곳엔 샤부샤부 맛집도 있다.
잘 되었다.
우리 식구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샤부샤부로 출동이닷!
우리가 가는 샤부샤부 음식점에 가면 여러 가지 신선한 채소와 그 밖의 다양한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다. 기본찬은 나오지만 내가 먹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접시를 하나씩 들고는 재료가 있는 곳으로 출발한다. 각자가 먹고 싶은 것들을 테이블에 놓으니 금방 테이블이 가득 찬다. 가지고 온 재료들은 하나씩 퐁당퐁당 육수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입속으로 뱃속으로 들어가 우리 가족을 기분 좋게 해 준다.
나름 만족스러운 외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즐겁다.
어느 날 문득 일주일의 식단을 짜느라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 '샤부샤부'가 생각났다.
"음~~ 먹고는 싶지만 이번달 생활비로는 무리야!"
아쉬운 마음을 달래다가 생각이 났다. 집에서 해 먹어 볼까나?
아이들이 가지고 오는 야채는 늘 비슷했다.
"몇 가지 버섯종류와 야채들은 간단히 마트에서 구매하고 씻어두면 되지 않을까?"
"육수는 마트에서 팩에 들어있는 걸 본 적 있는 것 같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고기니까 고기는 넉넉하게 구매하고, 먹기 좋게 잘라서 준비해 두자!"
큰 마음을 먹고살 것들을 정했다. 내가 부엌에서 무언가를 다 해두는 것이 아니라 간단히 씻어서, 잘라서 준비만 해두면 되었다. 그리고 육수에 넣어서 맛있게 먹어보자고!
외식메뉴로만 접했던 샤부샤부가 집에서 준비되자 아이들도 좋아했다. 익숙하게 재료들을 넣고, 익기를 기다렸다가 맛있게 먹었다. 집에서 먹으니 오히려 편안하고 남편도 샤부샤부를 안주삼아 소주도 한잔 할 수 있었다. 필요한 음식은 미리 준비해 두어서 가지러 움직이지 않아도 좋았다.
다 먹고는 마지막에 계란과 밥을 넣어서 죽을 만들어 먹는데 그동안의 노하우가 있어서인지 어렵지 않게 뚝딱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이야 이거 괜찮은걸~"
이제는 아이들이 자라서 우린 어딜 가도 성인 4인에 초등학생 1명이었다. 나름 적지 않은 금액이었는데 저렴한 금액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니 나 똑똑한가 봐!
이제는 몇 번 해 먹었다고 재료의 양도 척척 알아서 구매가 가능하다. 좋아하는 버섯은 이만큼 사고, 집에 남아있는 배추도 챙겨본다. 가끔은 냉장고 털이가 필요할 때면 샤부샤부가 생각이 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육수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요리에 능숙한 분들은 무언가를 넣고 끓여서 육수를 내어 샤부샤부를 해 먹는다. 아쉽게 난 그 정도의 레벨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육수는 마트를 이용한다.
역시나 식품회사에서는 나같이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육수를 제공해주고 있다. 어설픈 이상한 맛보다는 역시나 이런 육수의 도움을 받아서 좀 더 맛있게 만들어 보기로 한다.
집에서 만드는 샤부샤부에 자신이 생겼는지 매운 샤부샤부에 도전해보기도 했었지만 아쉽게도 이건 실패였다.
실패야 늘 있는 일이니 받아들인다.
그럼 늘 고기를 이용해서 사브샤브를 해 먹었는데 다음엔 해물샤부샤부는 어떨까? 살짝 자신은 없지만 새로운 도전을 꿈꾸어보기도 한다.
식당에서 무언가를 먹을 때는 내가 먹은 음식값뿐만 아니라 그 식당을 이용한 자리값과 서비스비용이 모두 포함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분위기 좋은 그곳을 이용하고, 맛있게 먹고, 치우지 않고 일어나도 괜찮은 모든 것들이 포함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먹는 샤부샤부는 편하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집순이 집돌이 아이들은 잠옷바람에 밥을 먹으러 나온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힘든 건 먹고 나서의 치우는 부분이다. 죽을 해 먹고 남은 냄비는 물을 부어두고 벅벅 닦아야 하고, 각자의 앞접시, 밥그릇들의 개수는 꽤 많다.
"그래 맛있게 저렴하게 먹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아! 그렇지만 저 설거지들은 정말!"
"식세기가 얼른 우리 집으로 와야 할 것 같다. 기다리고 있을게 식세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