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주 1회 쓰고 있다. 글은 벌써 17회를 넘겨 18번째 글이다.
지난번 나의 글쓰기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는 17회에서 멈추었는데 18번째 글이라니!
놀랍고도 신기하고 다행이다
아무래도 두 번째 브런치북이니 좀 더 발전되고, 성장된 글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데... 큰일이다.
벌써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게 뭘 써야 할지 시간 날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게 된다. 처음엔 미리 써둔 목차에 의지해서 쓸 수 있었는데, 생각했던 목차들은 이제 끝나버렸다.
맨땅에 헤딩!! 다시 머릿속의 무언가를 끄집어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힘든 창작의 고통과 싸우고 있을 때, 막내는 옆에서 열심히 텔레비전 만화에 빠져있다.
'그래 한창 그럴 때이지~' 에혀!
요즘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는 '뚜식이'.
만화에서는 겨울철 간식으로 '붕어빵과 호떡'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어떤 간식이 더 맛있는지, 더 인기가 많은지... 오호! 난 둘 다 좋은걸!
이 두 가지 말고도 겨울을 대표하는 간식들은 너무너무 많다.
따끈따끈하면서 달짝지근한 군고구마부터 시작해서, 폭신폭신한 찐빵.
한입 베어 물면 꿀이 떨어지는 호떡과 차가운 속을 달래주는 어묵꼬치, 그리고 머리부터 먹을지, 꼬리부터 먹을지 즐거운 고민하게 만드는 붕어빵까지... 맛있는 간식들이 있기에 긴 겨울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겨울 간식들은 달라지고 또 달라졌다.
팥만 들어있던 찐빵은 야채를 시작으로 피자, 고구마, 등등의 다양한 속을 품고 발전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예전과 달리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골라먹는 재미가 생긴 것이다. 하얀 빵에서 색깔이 들어간 빵까지, 속과 함께 빵도 맛있게 바뀌고 있다. 돌고 돌아 이것저것 먹어보았지만 결국에 내가 다시 선택하는 것은 팥이 들어간 찐빵이다. 팥죽은 안 먹어도, 찐빵에 들어간 빵은 잘도 먹는 참! 신기한 입맛이다.
붕어빵도 어느 순간 잉어빵이라는 이름을 달면서 변신을 하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사다 놓으면 족족 먹느라 바쁜지라 두 가지를 딱 놓고 비교해보지 못했지만, 맛이나 내용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 같다. 흔한 '붕어빵'이라는 이름보다 '잉어빵'이라고 하면 더 고급져 보이는 걸까? 새로워 보이는 걸까? 이것도 마케팅의 일종인 걸까?
왜인지 더 고급스럽고 맛있어 보이는 이름일 수도 있겠다. 요즘은 붕어빵의 속도 팥이 아닌 다른 재료가 들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슈크림이 들어가기도 하고, 크림치즈, 초코, 민트초코가 들어가기도 한다. 그중 우리 집의 인기 속재료는 슈크림이다. 봉지 속 붕어빵을 뒤적거리면서 기어이 슈크림을 찾아내고야 만다. 매의 눈으로 붕어빵을 노려보면서 말이다.
추운 겨울 붕어빵 아저씨를 만나야 먹을 수 있는 붕어빵도 이제는 쉽게 냉동식품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마트의 냉동실에서 미니 냉동 붕어빵을 보았을 때! 반갑기도 하지만 '여기에도 대기업의 손길이 닿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원하는 맛의 붕어빵을 냉동실에 쟁여두었다가 먹고 싶을 때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서 따뜻하게 데워 먹을 수 있다.
좋다 좋다 좋은 세상이야! 뭐든 더 쉬워지는 세상이 되는구나!
손이 조금 더 가지만 직접 붕어빵을 만들어먹는 프라이팬도 인터넷으로 쉽게 만날 수 있다. 무엇이든 없는 게 없는 인터넷세상 속에서 구매해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집에서 더 건강하고 깔끔하게 해 먹을 수 있다.
어릴 적 겨울에 밖으로 나가면 커다란 드럼통을 가진 군고구마 아저씨들이 계셨다. 동그란 드럼통의 한쪽은 작은 동그라미들과 나무를 넣는 곳이 있었다. 동그라미를 쭈욱 당기면 그 안에 노릇노릇 연기가 나는 고구마들이 누워있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고였다. 겨울에 퇴근하는 아빠의 손에 그 노란 고구마가 들려있는 날엔 세상을 다 얻은 듯이 행복했었다.
뜨끈한 고구마를 먹을 때는 '생목 오르면 안 된다'라고 엄마가 김치를 주셨고, 마지막으로 동치미까지 쭈욱 들이키고 나면 그날은 세상 어떤 음식도 부럽지 않았던 것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런 드럼통도, 고구마도 보이지 않는다. 간혹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파는 고구마는 깔끔하고 작은 기계 안에서 익혀서 나오는 고구마이다. 물론 고구마는 언제나 늘 맛있지만 그때의 감성과 추억이 빠져서 조금은 덜한 맛인 듯 느껴진다.
여러 간식 중에서 내가 제일 제일 좋아한 간식!! 바로 호떡이다.
아쉽게도 요즘은 호떡을 만들어파는 장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서야 우리 동네에 호떡차가 등장을 했는데, 추운 겨울 그 호떡을 먹기 위해서 가보면 대기 10명은 기본이다. 발을 동동거리면서 '담에 먹어야지'라고 다짐만 하고 그냥 들어오게 된다.
어느 날은 정말로 호떡이 먹고 싶었다. 그 노란 설탕이 줄줄 흐르는 호떡, 쫀득한 그 맛이 생각이 나서 한동안 잊히지 않을 때, 내손으로 기어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호떡 만들기 밀키트를 구매했다. 작은 상자 안에는 호떡 만들기에 필요한 가루와 설탕, 이스트가 들어있었고, 설명도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열심히 읽고, 시간에 맞추어서 발효도 시켜보았다. 그런 다음 제일 중요한 호떡 모양 만들기. 손에 기름을 바르고 반죽을 조물 거리면서 모양을 내어 설탕을 넣어둔다. 그리고 잘 오므려서 프라이팬에 구워준다.
한쪽이 익으면 뒤집어서 꾹 눌러주어야 호떡의 동그란 모양이 나오는데 왜인지 누르고 나면 구멍이 생겨 설탕물이 흐르는 대 참사가 벌어져 버린다. 몇 개를 그렇게 만들다가는 프라이팬이 설탕으로 범벅이 되어버리고는 어찌어찌 호떡이 완성되었다. 호떡 속에 들어가야햐는 설탕들은 겉에서 그 모습을 반짝이고 있었고, 모양은 비슷해졌지만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어릴 때 엄마는 정말 호떡의 달인이었다. 우리 집엔 호떡 누름틀도 구비되어 있었다. 엄마에게 계량되어 있는 밀키트 따위는 필요 없었다. 알아서 척척 반죽을 만들고, 발효를 하고, 속을 넣고, 잘 익혀서 호떡을 주셨다. 성급하게 하나 집어 들었다가는 입을 데기 일쑤였다. 한입 물고는 다시 내려놓고는 두꺼운 종이를 접어 다시 호떡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맛은~~
안 되겠다. 이러다가 내일 다시 장바구니에 호떡 만들기 밀키트를 넣게 생겼다.
다시 실패하고 싶지 않지만 그 맛이 너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