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절임배추를 2박스 사고, 알타리김치를 3단을 사서 김장을 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배추김치는 같은 양을 하고, 알타리김치는 한단을 더 사서 한 것이다. 배추김치는 그 정도면 적당했다고 생각해서 올해도 작년과 같은 양으로 했다. 하지만 작년에 알타리 김치를 담그고 나서, 그리고 먹고 나서 후회를 많이 했다. "더 담글걸~~~ 너무 맛있잖아!!"
작년엔 알타리김치와 배추김치의 양념을 한 번에 만들어두었다. "에이~ 분명히 남을 거야!!"
하지만 완전히 오산이었다.
배추김치를 다 담근 뒤에 양념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재료도 없어 가까운 마트에 재료를 사러 뛰어가야 했다. 제대로 준비를 못한 것 같아 왠지 마음이 상해버렸다. 분명히 내 실수인데도 말이다. 속상한 마음에 제대로 계량도 없이 고춧가루며, 새우젓을 마구 넣고 내 마음대로 양념을 만들어 알타리에 버무려 버렸다. 뒷일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 알타리 김치가 왜 그리 맛이 좋던지.. 먹는 내내 감탄만 하면서 먹었다. 그리고 먹으면서 아쉬움도 생겼다. "더 많이 할걸!!"
올해 김장을 준비하면서 알타리는 더 담그기로 계획했다. 큰마음을 먹고 한단을 더 사서 다듬어두었다. 다행히 올해 양념은 알타리김치에 넣을 것들을 미리 한쪽에 빼두고 시작해서 부족함 없이 넉넉하게 양념을 무쳐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냉장고 속으로 일부는 익히기 위해 부엌에 두었다.
"역시 가을무의 맛은 최고야"
"이것만 있으면 밥 두 그릇은 먹겠는데.. 다른 반찬이 필요 없어!!"
올해도 알타리김치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이 맛있는 김치를 아이들은 먹지 않는다.
"얼마나 꿀맛인데!! 내가 다 먹어야지. 내가 두고두고 아껴두고 겨울 내내 먹을 거야"
무는 평소에도 자주 사는 채소다. 고등어조림을 할 때, 무생채를 만들 때, 어묵탕을 끓일 때도 들어간다. 이런저런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해 먹지만 내가 먹고 싶은 건 따로 있다.
바로 겨울에 무를 이용해 만든 시원한 동치미이다. 어릴 적 엄마는 겨울이 되면 꼭 동치미를 담그셨다.
하얀 무를 작게 썰어 넣고 동치미를 만들어두면 겨울 내내 맛있게 먹었다. 매콤한 반찬을 먹을 때에도, 퍽퍽한 고구마를 먹을 때에도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먹으면 마치 소화제처럼 쑤욱 내려가면서 더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 동치미의 맛이 생각나서 반찬가게에서 동치미를 사 먹어본 적이 있지만 맛은 달랐다.
무언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맛이 없다는 게 아닌 맛은 있지만 엄마의 맛과는 무언가 차이가 있었다.
물론 내가 해보려고 시도해 본 적도 있었다. 나름 똥손이기에 네이버의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면서 해보았지만, 결과는 완전히 실패.
맛있게 먹기만 할게 하니라 뭐가 들어가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좀 배워둘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장을 다 마치고 마무리하고 쉬면서 또 다시 엄마의 동치미가 생각이 났다. 단맛이 살짝 나는듯하면서도 새콤하고, 시원함이 가득한. 나의 짧은 글솜씨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 알싸하고 산뜻한 맛의 동치미. 시원하게 한그릇 마시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동치미가 먹고싶다. 아무리 먹고 싶어도 다시는 먹을수 없는 엄마의 음식들....자꾸만 엄마의 음식들이 생각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