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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힐러 루이 Sep 19. 2017

02. 신입사원은 Why 패기 넘쳐야 하는가?

젊은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02


02. 어쩌면 당연한 하지만 당연하지 못한 신입사



시켜만 주십쇼!

뭐든지 해내겠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나서 들어간 첫 직장. 말 그대로 신입사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명찰을 왼쪽가슴에 고이 달고서 연수원에 첫 발을 들였다. 그 해에 합격한 신입사원들과 일부 지역으로 나뉜 특정 연수원에서 기수별로 연수를 받게 된다 (사실 이 시스템은 어디 기업이든 동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가진 미래상보단 맞춤형 인재(적절히 타의지에 의해 주입되어진 사원이란 표현이 적합 할 수도 있겠다)로 탈바꿈하는 첫 사회생활에서 나를 포함한 신입사원들은 이 세상에 도전과 열정으로 못 하는 일은 없다는 특이한 사실을 머릿속에 주입하게 된다. 배분받는 일도 납득이 잘 안되는 일로 수두룩한 지금의 나와는 반대로 모든 일을 먼저 시켜달라고 얘길하는 것이 신입사원의 의무이자 덕목이란다. 그런 자발적 의식이 배치받는 부서에서 예쁨과 귀여움을 독차지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자라난다고 배웠다.


군대 훈련병이 자대배치 받을 때와 다를 바 없는 이런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는 대체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시켜만 주십쇼라고 말 할 수 있는 직책은 왜 굳이 신입사원이여야 하는지가 도저히 이해는 되지 않으나 실전에 투입해보기로 했다.



신입계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나는 부르주아도 프롤레타리아도 아닌 노브랜드 사원이었다. 굳이 말하라면 부르주아 쪽에 가까웠다고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신입사원 집단 내에서도 계급이 존재한다. 선배들의 사랑을 황송하게 받고 있는 부르주아와 선배들의 미움을 독차지 하고 있는 프롤레타리아 (이런 극단적인 비교를 하고 싶진 않지만 현실이 그럴 때가 있다)가 있는데 흔히 'A급사원'과 '폐급사원'이란 비하적인 발언으로 분류를 하기도 한다(아마 남성들의 군대문화의 연장선이 아닐까 하는 사견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영화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 기숙사 배정을 해주는 마법모자처럼 배치받은 부서에서 모든 신입사원들은 순식간에 주변 선배들의 평판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의 노동으로 이익을 쟁취하는 부르주아처럼 프롤레타리아 사원 동기의 미운짓이 늘어날 때 마다 부르주아 사원 동기를 향한 예쁨이 증폭되는 반사현상이 생성되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입각한 의견을 지지하는 쪽이지만 한국 관료제 사회는 아직까지 남성 우월의 분위기 형성이 강하다보니 부서 분위기도 짙은 남성적이었다. 소위 말하는 'Kick하라면 Kick' 해야하는 상명하복 문화였고 군대 문화가 깊숙히 침투해 있는 그런 부서도 만연했다. 그리하여 이런 신입 계급을 결정짓는 작은 요소 중 하나가 단지 '제가 하겠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같은 Yes맨적 멘트에 따라 사람 됨됨이를 판정하는 것이다. 그 인상이 그 사람을 오랫동안 대변 할 것이라고.... 그 말은 신입때 정해진 계급이 한 동안의 회사 생활 속에서는 지속 될 것이라는 아주 잔인한 말이자 위험할 수 있는 착각이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누가 만들었을까?


원론적으로 접근해보자. 세상에 당연하다 말하는 수 없이 많은 이론들이 있다. 대체 그 당연한 것들은 누가 만들었을까? 왜 신입은 다 패기 넘치고 열정 가득해야하며 항상 웃음을 머금은 밝은 오로라를 전파해야하나? 해마다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을 바라보니 왜 그런지 아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것 같았다. 내 자신부터 그런 Positive 한 에너지를 머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신입들의 에너지를 갈취하고 싶을 뿐이다. 대리만족을 통해 나 역시 저랬었지 하며 취해버린 루틴한 부서 분위기에 잠시나마 변화와 활력을 느끼고 또 다시 1년의 반복적인 생활을 살아갈 힘을 얻으려고 노력해본다. 신통기한 (신입의 유통기한)은 그래서 1년내외로 한정되어 있다. 그런 상사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똑똑한 신입사원들은 폐급이라는 비하속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상한 악순환이 생긴다. 이 모든 영향은 사회폐습에서 또는 똑같은 프로세스를 거친 상사들로부터 녹아져 내려온 부조리와 같은 것이다. 특정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만든 당연하지 않은 당연함. 부장님이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라고 과장님이 '제게 시켜만 주십쇼'라고 말 할 수 있는 세상은 올 수는 있는걸까? 당연하다는 인식의 해결부터 새로운 세대들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당신의 오늘도 당연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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