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03
주입식 교육이라는 인큐베이터 속에서 자란 우리에게 회사란 곳은 능력이 있으면 출세할 수 있는 기회의 제공처였다. 어느 정도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100% True라고 하기엔 수많은 모순이 존재하는 곳이 회사, 바로 직장생활되시겠다.
주위에 귀를 기울여보면 이런 말 꼭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저 사람은 나보다 일도 못하는데 평가는 좋게 받는 것 같아'
'업무시간에 놀다가 저녁시간부터 일하며 야근하는 저 사람 정말 밉상이야'
남들의 얘기 같지만 어디 회사 어디 부서건 흔하게 볼 수 있는 예가 될 수 있다. 물론 표현 자체도 개개인의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 주관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똑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게 되면 당신은 바로 회사 내 정치꾼과 대면하게 된 것이다. 정치꾼이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올 수 있으나 필자는 '권력이 있는 자에게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을 위해 하루를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직장계 은어로는 '사바사바'를 일삼는 족이라 할 수 있다.
회사 입사도 정치계 입문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승진을 거듭할수록 정치 없는 추가 승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업에 대한 Identity가 확실한 유능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소수분들에겐 비해당되는 말이다) 도대체 어떤 해프닝들이 존재하기에 여러 사람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 정치꾼들이 탄생하게 된 것일까?
적은 업무를 과장시켜 바쁜 척하는 정치꾼
주업 시간보단 저녁시간부터 일을 시작하는 정치꾼 (야근을 통한 보여주기 식 업무)
부하 직원의 성과를 가로채 포장하여 표현하는 정치꾼
평가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에 무한 아첨을 일삼는 정치꾼
화려한 언변으로만 일하는 마우스 파이터형 정치꾼
다 써 내려가기엔 어마하게 많은 분류의 정치꾼들이 본인의 미래를 위한 설계를 하고 있다. 직장생활에서 이들의 목적은 바로 권력자의 품에서 이득을 챙기기 위한 소위 '라인 타기'를 위함이라 할 수 있다. 흔히들 동아줄(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상사)에 비교를 하기도 하는데 튼튼한 동아줄은 나를 저 높은 곳(돈, 평가, 명예 등)까지 끌고 올라가 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어느 정도 줄을 잡게 된 정치꾼들은 실력과는 무관하게 좋은 평가 혹은 보이지 않는 권력을 얻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발생하고 있다. 권력자를 떠받치는 만큼 내게도 얻게되는 초고속 승진과 자본의 달콤함에 심취한 그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지속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정치도 과히 능력이라 일컫는 시대다. 아무리 회사가 능력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고 해도 그 업무능력은 지극히 평가자 주관적이고 어떤 외부 압박, 환경 등 추가 인자가 첨가되었는지 피평가자 입장에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측근이라 여겨지는 정치꾼들은 좋은 평가결과를 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권력자와 자신의 Win-Win 관계라는 포장 속에 그들의 24시간 삶은 회사에 철저하게 종속되고 충성 관계를 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불평불만들은 대체 왜 생겨난단 말인가?
(필자는 항상 편파적인 입장을 취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을 내포한다.)
부서 내 신랄한 정치꾼 비판과 시기, 질투 등은 일반적으로 욕심이 많은 비 정치꾼들에게서 시작된다. 혹은 그냥 그런 아첨꾼이나 능력 없는 자들이 선천적인 성격적으로 싫은 사람들이다. (후자의 경우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욕심이 많은 비 정치꾼이라 하면 본인이 더 업무능력과 효율이 좋고 업적상 높은 결과물을 제시했지만 평가적 결과보다는 구두로 잘했다는 평을 듣기가 다반 수다. 말 그대로 2% 부족한 직장인으로 전락되는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평가자 혹은 권력자도 사람이다 보니 그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얼굴을 더욱 인지하고 있는 사람 (술자리, 업무 등)
좀 더 긍정적인 말(아첨 등)을 하는 사람
업무적 지시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사람 (권력자의 일을 1순위로 처리하는 사람)
미래 가능성이 촉망되는 사람 (화려한 언변이나 재빠른 행동으로 환심 사기 바쁜 사람)
뒤에서 욕하지만 앞에서 과한 충성도를 보여주는 사람
이 역시 정의 내리기에는 다양한 분류로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상기 항목을 어느 정도 골고루 행하는 사람이라면 정치꾼에 해당한다. 이런 성격을 지니지 못한 비 정치꾼들이 자신보다 업무적으로 무능하고 근태 및 태도가 불량한 정치꾼들의 좋은 결과에 불만을 품게 되는 것이다. 비판 속에 조금은 분함과 부러움도 녹아들어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내가 더 고생하면서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작은 아쉬움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필자는 현재 개인적으로 비 정치꾼에 속한다. 아니 어쩌면 정치꾼에서 전향한 케이스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낮은 직급에 이미 상위 고과부터 하위 고과까지 파도타기 식의 평가 경험을 거쳐봤고 어설프게 진행했던 정치가 여러 시기와 질투가 섞인 이간질로 돌아오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 뒤로 숱한 정신적 고통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노력한 세월들도 있었다 (이는 차 후 글로 써 내려갈 예정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비 정치꾼으로 사는 것보단 정치꾼으로 사는 것이 어찌 보면 편할 순 있으나 앞서 얘기했지만 능력이 돼야한다. 철저한 성격 개조와 자존심 따위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가능할 위치일 수도 있다. 안된다고 비 정치꾼으로 살려면 철저히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뒤돌아보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안된다 생각이 들면 과감히 욕심을 버려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 측면에서 좋을 수도 있다. 이 세상 모든 직장인분들이 개개인별 능력이 뛰어나고 똑똑하다고 과히 확신한다. 평생직장이란 단어가 무색해지는 이 시대에 비생산적인 일에 머리 싸매며 고생할 필요는 없다.
정치꾼들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그들이 옳은 동아줄을 잡았는지 어쨌는지 관심도 가지지 말자. 언젠간 그들도 한낱 볼품없는 일반인으로 전락할 때가 올 것이다.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르려 하는 만큼 가족사, 개인사 등 포기해야 할 요소들도 많다는 점을 인정해주자. 우리의 가치관이 그런 삶을 원한다면 지금부터 정치를 시작해보자.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과감히 버리는 것이 맞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인생은 길고 살날은 많다. 이 일을 평생 할지도 모르고 내 옆의 사람과 언제까지 함께 할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겉으로만 정 있는 척하는 회사생활에 지쳐버린 영혼들이 많을 것이다. 힘내자 우리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