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04
1. Work & Life Balance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직장계 신조어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단어는 바로 '워라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직장 내에서 업무 생활을 뜻하는 Work와 퇴근 후 직장 외 생활을 뜻하는 Life의 균형을 의미하는 이 문장은 신세대들의 축약 트렌드에 걸맞게 앞글자를 사용하여 '워라밸'이라는 단어로 재탄생하였다. 상기 신조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사실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들 수밖에 없다. 일과 삶의 균형이 얼마나 불균형 상태이기에 이 '워라밸이 만족스러운 회사'라는 타이틀이 채용시장까지 진출하게 되었을까?
2. 노동시간 2위의 한국
전 세계적인 기준 지표를 세울 때 항상 등장하는 기준점은 OECD 국가들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2위(2016년 기준 2069시간)로 알려져 있다. 1등이 왠지 좋은 타이틀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1위인 멕시코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회원국 평균 1700여 시간 대비 무려 300시간이나 더 많이 일하고 있는 것이며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을 감안했을 때 OECD 평균 노동자 보다 38일을 더 일한 셈이다.
정말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만 일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8시간만 일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혹은 업무가 너무 많아서 퇴근 못하는 경우가 다반수인 것이다. 외향적 근로시간만 정해놓았을 뿐 극히 일부에서만 지켜지고 있는 것이 이 시대의 현실이다.
3. 본인의 워라밸을 지켜라
높은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임금 수준은 OECD에서 중하위권 수준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평균 노동시간은 길면서 임금은 턱없이 적게 준다는 말이 된다. 사실 개인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많이 주는 임금이 현재의 많은 노동시간을 대체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똑같이 일할 때 많은 돈을 수령할 수 있다면 삶의 생기가 미약하게 돌 수 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돈도 쓸 시간 조차 없어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여 워라밸이 더더욱 강조되는 현재의 트렌드가 정말 빈 껍데기 신조어는 아니라는 말이 된다.
얼마 전 옆에서 일하시던 부장님 한 분이 쓰러지셨다.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이라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중요하고 이 자본을 위해 우리는 관료제 사회로 뛰어들어 임금노동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수많은 경쟁과 사회 현실 속에서 피치 못할 노동을 강행해야 할 때가 많다. 이 부장님 역시 승진을 위한 노력과 여러 스트레스를 몸으로 받아내시다 쓰러지게 된 것이다. 워라밸이 심각하게 깨져버렸다고 밖에 대체할 말이 없다. 자신의 워라밸은 자신만이 지킬 수 있지만 부모라는 이름과 본인의 명예라는 명목 하에 Work 쪽에 심한 편중을 싣고 있는 우리인 것이다. 특급 승진? 좋은 평가? 높은 연봉? 다 좋지만 내일 당장 죽는다고 가정했을 때 당신에게 꼭 필요한 요소들인가? 숱한 불면증과 우울증, 대인관계 기피 등의 현상을 동반하게 될 미래 모습이 명백한데 아직도 저울의 Work 쪽에 어쩔 수 없는 1kg을 올리고 있는가?
4. 편파적인 해결책
사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에 임금노동자에게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있으면 더더욱 바랄 게 없겠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빠른 퇴근을 원한다고 빨리 갈 수 없고 다양한 자기 계발을 원하지만 의욕과는 다르게 피곤한 몸을 소파에 뉘이기 바쁘게 된다. 본인도 모르게 그 삶에 적응이란 것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마인드를 살짝 리프레쉬 해보는 쪽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내일 만약 죽는다면 오늘의 난? (진부하지만)
회사-집을 반복하려 나는 태어났는가?
좋은 고과를 위해 라이프를 반납하면 다음은? (더한 업무 독촉과 타인들의 기대감에 멘탈 붕괴)
궁극적으로 지금의 난 행복한가?
Work 쪽에 추를 올리는 자신을 질책하라. 어쩔 수 없지 않냐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올리면 올릴수록 내 수명을 깎아먹고 있다는 사실에도 어쩔 수없다는 말로 일관할 것인가? 조금씩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1시간 더 늦게 갈 일이라면 30분 내에 최선을 다해 마치고 남은 30분 빠른 퇴근을 통해 나를 위한 휴식시간을 제공해보자. 모두가 그렇지 않냐라는 생각 속에 언제 어떻게 떠날지 모르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각자의 개인 가치관은 존중하지만 본인의 워라밸은 자기 자신이 지켜야만 하는 내면의 공주/왕자님이 아닐까?
양팔저울이 Work 쪽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특정 무게 이후로 어느 정도의 무게를 반대편에 올려야 할지 알 수 없어지는 때가 온다. 우리가 지금 그렇다면 라이프 쪽에 조금씩 무게를 투자해보자. 균형을 이룰수록 우리의 삶은 미약하지만 조금 더 행복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