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에서 사는 나이 마흔에 접어든 직장인이다.
나의 식물키우기는 사실, 가드닝이라고까지 말할 것은 못 되고, 좁고 길다란 아파트 베란다에서의 단조로운 일상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국민체조처럼 반복되는 것이라도 식물들은 내게 즐거움과 감탄을 선사한다. 극적이거나 화려한 모습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정말 그러하다. 게다가 이따금씩 내게 선물처럼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마치 매직아이에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거짓말처럼 뽀로롱 튀어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식물들의 생명과 성장과 또 저마다의 모습과 특성들, 그 식물들과 함께하는 나의 일상들, 삶과 사회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행복에 대한 화두들,
이러한 것들의 접점과 연결고리에 대해서 나는 식물생각이라는 제목하에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나로 하여금 집중하고 골몰하게 하는 일이 점차로 사라지고 있는데, 글쓰기는 아직 내게 집중과 골몰의 즐거움을 준다. 또, 글을 써나가는 와중에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하고 김칫국도 조금 마시고 있기는 하다. 사실 이건 뒤집어보면 그런 사람이 없을 경우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어쨌든.
여기서 또 조금 더 욕심을 내어, 도시사람들의 실내가드닝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려고 한다. 내가 키우는 거의 대부분의 식물들은, 폭이 1미터가 겨우 넘는 좁고 길다란 아파트의 베란다나, 그 베란다를 통해 빛이 스며드는 거실 혹은 안방 창가에서 사는 아이들이므로, 나와 같이 도시의 아파트에서 식물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드닝전문가로서가 아닌 식물을 키워본 일반인으로써의 팁도 조금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식물키우기에 대해서 정리해놓은 부분은, 내가 전문가가 아닌 탓에 조금은 틀릴 수도 있겠지만, 키워본 경험으로 쓰는 것이기에 단순히 남의 글을 갖다 붙여놓은 것보다는 진정성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의 식물생각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써볼 생각이다. 에세이 한 덩어리와 키우기 핸드북 한덩어리. 그러다가도 예정된 카테고리에 낄 수 없는 번외편이 있을 수도 있겠고.
브런치가 준 작가라는 말이 생각했던 것보다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