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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안 Aug 08. 2016

01 한달이 내내 꿈길이었어라

다시 가자면 그 고통 다 잊고 또 가겠어요


내가 2016년 7월 1일부터 31일까지 꽉 채운 한달을 오로지 라다크 트레킹과 인도여행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3년 전 그 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인과가 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선후관계가 희미해 보일지라도 아직도 내 머릿 속에는 이보다 더 선명할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한 장면이다.


토요일이었다. 그 날 나는 운영하던 카페 Muy bien을 접고는 거의 만들지 않던 샌드위치를 모두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거의 처음으로 풀셋팅해서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 우리집이 아니었던지라 깨알에 깨알같이, 준비에 준비를 거듭해서 후식까지 다 싸들고 가서 펼쳐냈다. 힘든 줄 몰랐다.


자동차가 없어서 그걸 다 양손에 들고 파주에서 전철을 탔다. 그래도 힘든 줄 몰랐다. 이 많은 짐을 내가 거뜬하게 어깨 균형잡힌 상태로 들 수 있는 몸상태가 되었다는 것이 더 기뻤다.


제일 좋은 유기농 배가 들어간 치킨샌드위치,

직접 구운 썬드라이드 토마토가 들어간 그릴 치즈 샌드위치,

체다치즈를 갈아넣은 채소 가득한 샐러드,

껍질콩을 비롯해 네 가지 콩이 들어간 새콤달콤 콩샐러드,

비장의 무기 크루통과 레몬껍질을 살포시 올린 단호박 스프,

마무리 입가심 초코무스 한 종지.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것 같다.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었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한 기운을 담아 정성껏 행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약간 신기했었다.


긴 식사를 마치자 상을 물리고 두런두런 담소가 시작되었다.

몽글몽글 부드러운 그 분위기가 좋았다.

잠이 살짝 올 것도 같은 나른한 오후쯤이었다.


그 때였다. 예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렸다.

싸부였다.


"인도 갑시다."


"한 달"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일초의 주저도 없이 받았다.



"좋지요."



그게 처음이었다, 이 모든 여행의 시작은.

나는 한 달, 길고도 짧고 짧고도 긴 일정을 에누리없이 꽉꽉 채워 보냈다.

무슨 일이 있었던가 나 조차도 헤아리며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여행을 다녀오고도 시간이 꽤 지났다.

이제서야 한 뼘,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살 풀어볼 공간이 생긴 기분이다.





고맙다. 다 고맙다.


그 말 외에는 아무것도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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