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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안 Aug 14. 2016

04 Oh, my Ladakh 그림 노트Ⅰ

Ladakh - India 7월 한 달의 기록 2016



여행 직전, 드로잉북을 일일이 뜯어서 손바닥에 들어올 만한 크기로 만든 노트를 선물받았다.

그걸 다 채워오는 게 약속이었다.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었지만 최선을 다하자! 이 마음만은 진짜였다.

몸이 정말 정말 힘든 날을 빼고는 아침에 두 시간쯤 먼저 일어나 조용히 정리했다.

처음엔 그냥 눈이 일찍 떠져서 새벽에 쓰기 시작한 건데, 점점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사위가 적막한데 혼자 일어나 작은 불빛에 기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가만히 적어내려가다보면

또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누구한테 보여줄 게 아니니 더 맘껏 즐겼던 것 같다.



여행 총사령관이었던 싸부가 고산에 적응 잘 하라고 일정 내내

틈날 때마다 한국에서부터 챙겨간 고수보이생차를 뜨겁게 내려주셨다.

난 마냥 아이처럼 앉아서 홀짝홀짝 잘도 받아 마셨다.



실은 레 Leh에 도착한 첫날 밤, 아주 늦은 시간에 나의 부주의로 손을 다쳤다.

피도 무지하게 많이 났다.


너무너무 깜짝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다음 날 안 사실인데,


라다크는 고산이라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기에 상처를 싸매지 않고 드러내는 게 좋단다.

칭칭 두르고 있던 밴드를 바로 뜯어냈다.

보송보송한 바람이 통하니 하루 사이에 상처가 금방 아무는게 보였다.

그래도 완전히 아무는데까지는 한 달이 꼬박 걸렸다.


지금은 영광의 상처가 되어 흔적만 남았지만,

예쁘게 아물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구하기 힘들다는 미니밴'을 타고 곰빠를 순례하던 날.


하얀 붕붕이 세 대가, 그 사이로 싸부의 오토바이 한 대를 엄호하며 줄지어 나란히

달리는 모습은 듬직한 호위무사들이 우리를 안내하는 것 같아 내내 마음이 좋았다.


...


그림을 더 많이 그렸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림을 그릴 때 집중을 많이 해야 하는 편이라, 조금이라도 무리가 될 것 같으면

전부 글로 남겼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글만 남았지만... ㅎ




늘 기록하면서도


너무 소소한 것만 적는 거 아닐까 문득 주저하기도 했는데

삶은 더 없이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 내는 힘같은 거니까

뭐, 조금 더 사소해져 보는 것도 좋겠지 !


힛-


조용한 자기 암시같은 거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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