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akh - India 7월 한 달의 기록 2016
라다크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마르카 밸리 MARKHA Valley 트레킹을 위해서다.
요가를 하는 사람으로서, 나의 싸부는 충분히 걸어주는 것의 필요성을 아주 오래 전부터 역설해왔다.
자연의 힘과 에너지를 오롯이 느끼면서 걷고, 동시에 온 몸으로 호흡하는 것의 중요함!
그것의 결핍으로 인한 삶의 불균형의 바로잡는 일, 그 과정 자체가 요가인 것이다.
산과 함께 호흡하는 일-
소통이란,
솔직히 쉬운 듯 어려운 이 말을 도통 감을 못 잡겠더라. 희미하게 아는 척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아는 건 아님을 내가 알지 않는가. 어쩌면 나는 산에 갈 때마다 내내 커다란 물음표 하나를 품고 간 셈이다.
어쨌든 나를 마주할 것, 피하지 말 것.
8년 전, 그 때부터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1-2년에 한 번씩 꾸준히 다니기 시작했다.
깔라파따르, 마나슬루, 마나슬루-안나푸르나... 이름도 생소했던 곳들을 제 집 드나들듯이 한 달씩 꼬박 채워지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롯지나 텐트에서 몸을 뉘이고, 깔끔떠는데 1등인 내가 고양이 세수도 겨우 하고, 며칠에 한 번 물을 아껴 빨래를 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바람에 땀을 말리며 티셔츠 한 장 바지 한 장만 주구장창 입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모든 게 부족했지만 또 그닥 부족한 점도 없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주위에선 왜 자꾸 굳이 그 멀리 산에 가서 고생을 하냐며 나를 외계인 보듯 했지만, 나는 그곳에서 처음 알았다. 수없이 나를 내려놓는 법을, 내 안에 들어찬 얼마나 내려놔야할지 가늠도 못 할 정도로 슬픔에 가득찬 나를 내려놓는 법 말이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울면서 걸었다.
몸이 힘들어서, 걷기 힘들어서 운다고 말은 했지만 안으로 나를 만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
그 때는 알았을까?
그 때가 있어 지금 이렇게 오지 중의 오지에서 고산 적응을 하며 심장을 느끼고 숨쉴 수 있다는 것을.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입을 모아 한 말이 있다. 라다크는 인도가 아니다. 라다크는 라다크다.
지정학적으로 붙어 있을 뿐,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로 묶을 수 있는 곳이 절대 아니다. 척박한 해발 3,500m의 고산공중도시, 어떤 변수가 생길 지 모를 일이었다. 싸부는 그것을 가장 염려했다. 이 큰 프로젝트 속에 숨은 의미도 모르고 나는 그저 입으로만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나불댔지만... 아, 부끄럽다.
이번에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각기 원하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길 1위 2위 3위, 세 곳을 트레킹 코스 pass포함 모두 열 한번 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열한 번, 열한 번이었다. 상상이 가는지?
뉘앙스로 표현하자면 이런 거다.
The highest road in the world !
The 2nd highest road in the world
The 3rd highest road in the world
이 길을 자동차로 오며가며 급격하게 넘나들고, 트레킹 코스는 코스대로 걸어서 해발 4,900m~5300m 꼭지점을 어쨌든 넘어야 했다. 사실 나눠 준 일정표를 봤을 때만해도 이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꼼꼼히 본다고 봤지만 우리말도 아닌 지명에, 작게 써 있는 숫자 몇 개 쯤이야 쉽게 흘려보내도 되었으니까.
그래서 크게 덩어리로만 이해했다.
내 특기인 모든 것을 단순화하기다.
'아, 마르카밸리 트레킹하기 전에 충분히 고도 적응을 해야하니까 도착해서 하루이틀은 레 시내 관광 겸 오래된 곰빠들을 순례하고, 온 김에 인도 최고 북쪽마을 뚜르뚝에 갔다 올 거니까 그 길에 있는 훈드르 ; 누브라 밸리에서 낙타를 타면서 몸을 푸는구먼. 아하 요건 워밍업이구나! 그렇게 갔다오면 바로 트레킹 시작. 트레킹 끝나고 판공초랑 초모리리 갔다가, 다시 델리에서부터 남인도 찍고 오면 한 달 금방 가겠네. 우와...'
이보다 더 간단할 수 없게 정리해버린 나의 여행 일정.
속사정이야 어쨌든 그런 건 모르는 게 낫지, 암 그렇고 말고.
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돌이켜보며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장미빛 황홀한 라다크 여행을 상상하며 초반 관광객 모드일 때의 사진들은 왠지 더 뽀얀 것 같다.
트레킹에서 우리의 식사를 책임진 네팔리 쿡 '빠쌍'이 싸 준 도시락을 까먹으며, 나무그늘 아래 바람을 느끼며 평온했다. 조곤조곤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고 구름이 흘러가고 하늘은 파랗고, 여기가 천국이지 싶었다. 결국 나중에 지옥 끝까지 가보고 나서야 천국도 지옥도 사실은 내가 만들어내는 거라는 걸 온몸으로 경험했지만, 어쨌든 그 때만큼은 내 마음이 천국이라고 믿고 싶었다.
운동을 하기 전에 몸을 풀 듯이, 워밍업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줄 알았지만 우리의 여행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었다. 워밍업이 생사를 넘나드는 일일 줄은, 워밍업이 그대로 본게임이었음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
한국 여행객은 1%만 간다는 훈드르Hunder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이 짧은 한 줄에 담긴, 다이나믹한 여정은 또 그렇게 내 삶에 훅 들어와 버렸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