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akh - India 7월 한 달의 기록 2016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훈드르 Hunder.
베테랑 드라이버들이 쉬지 않고 종일 달렸는데도 숙소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로써 방을 배정받고 짐 좀 내려놓고 샤워 한 판 하고 일단은 숨 좀 돌릴... 줄 알았다면, 아직도 모르시는 거지! 우리가 하드 트레이닝 그룹이었다는 것을.
각자 방에 들어가서 가방 놓고 다시 모일 것-!
잠깐 앉았다 일어나서 보조 가방 챙길 정도의 짧은 시간만 주어졌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사람이 이렇다. 이래서 사람의 기억이란 영 믿을 게 못 된다니까. 아마 한 시간을 줬어도, 느낌상 십 분이었다니까요! 우기면 도리가 없다.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낙타 타러 갑시다.
"괜찮죠? 내려오니까."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내게 건넨 말이었다. 싸부였다.
민망할 정도로 괜찮았다.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배시시 웃었다. 숙소가 참 예뻤다. 위안이 되었다.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인 앙증맞은 집들이 조로롱 모여있는 숲 속 작은 마을이었다.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해가 지면 추울 줄 알고, 털모자까지 쓰고 나갔는데 여름 날씨였다.
낙타는 처음이었다.
아아... 여기가 누브라 밸리구나 !
눈 앞에 펼쳐진 황홀한 광경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이게 뭐야, 꿈이야 생시야.
앞을 보면 이 풍경
옆을 보면 저 풍경
뒤를 보면 그 풍경
이쪽 저쪽 할 거 없이 눈 가는 곳마다 전부 다 달랐다.
누군가 거대한 열두 폭 병풍을 그려 빙- 둘러놓지 않고서야 지금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눈도 마음도 휙휙 돌아갔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유유히 낙타를 탔다.
이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혹이 두 개인, 쌍봉낙타였다. 드문 일이라고 했다.
작고 다부져보였다. 내가 탔던 엄마낙타를 따라 아기 낙타도 내내 함께 걸었다.
- 엄마 일하러 갔다 올테니 넌 여기 있어
- 안 돼, 싫어. 같이 가, 엄마!
이런 대화가 막 들리는 것 같았다. 아기낙타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
엄마낙타가, 아기낙타가 종종거리며 잘 따라오는지 살뜰히 챙기는 게 보였다.
엄마낙타의 흐름에 맞추어 나도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까딱까딱,
삼십여 분 모래언덕을 한 바퀴 도는 동안에도, 내가 이 신비한 곳에서 낙타를 타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믿기지 않았다. 바로 몇 시간 전만 해도 눈물 속에 카르둥라를 넘으며 고통에 신음하지 않았던가!
정말이지 몇 년의 시간을 소급해서 하루에 다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 그래도 괜찮다.
아무렴 괜찮고, 말고.
이렇게나 재미있는 걸 !
단순한 나는 낙타 삼십 분 타고는 좋-다고 이렇게 또 활짝 웃는다.
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하는거야?
아니... 그러니까... 그게 다 까먹었는데...
산에 드리운 구름 그림자
본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처음이었다.
저리 선명하게 보이는 산 구름 그림자라니-
앞으로 또 어디서 볼 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
그거면 되었지
그거면 충분하지.
' 내가 여기 온 이유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