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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안 Aug 19. 2016

06 누브라 밸리에서 낙타를 타자

Ladakh - India 7월 한 달의 기록 2016

Nubra Valley, July 2016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훈드르 Hunder.

베테랑 드라이버들이 쉬지 않고 종일 달렸는데도 숙소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로써 방을 배정받고 짐 좀 내려놓고 샤워 한 판 하고 일단은 숨 좀 돌릴... 줄 알았다면, 아직도 모르시는 거지! 우리가 하드 트레이닝 그룹이었다는 것을.


각자 방에 들어가서 가방 놓고 다시 모일 것-!


잠깐 앉았다 일어나서 보조 가방 챙길 정도의 짧은 시간만 주어졌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사람이 이렇다. 이래서 사람의 기억이란 영 믿을 게 못 된다니까. 아마 한 시간을 줬어도, 느낌상 십 분이었다니까요! 우기면 도리가 없다.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Nubra Valley, July 2016
Nubra Valley, July 2016



낙타 타러 갑시다.

"괜찮죠? 내려오니까."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내게 건넨 말이었다. 싸부였다.

민망할 정도로 괜찮았다.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배시시 웃었다. 숙소가 참 예뻤다. 위안이 되었다.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인 앙증맞은 집들이 조로롱 모여있는 숲 속 작은 마을이었다.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음 날 새벽, 일찍 일어나 한 시간 쯤 혼자 산책을 했다.
공기가 얼마나 맑았는지 모른다.
다람쥐가 살 것 같이, 작고 예쁜 집
한참을 앉아 있었다. 아침바람이 좋았다.





해가 지면 추울 줄 알고, 털모자까지 쓰고 나갔는데 여름 날씨였다.

낙타는 처음이었다.


아아... 여기가 누브라 밸리구나 !


눈 앞에 펼쳐진 황홀한 광경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이게 뭐야, 꿈이야 생시야.


앞을 보면 이 풍경

옆을 보면 저 풍경

뒤를 보면 그 풍경


이쪽 저쪽 할 거 없이 눈 가는 곳마다 전부 다 달랐다.

누군가 거대한 열두 폭 병풍을 그려 빙- 둘러놓지 않고서야 지금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눈도 마음도 휙휙 돌아갔다.



사진찍어 줄게! 했더니 알았다는 듯 기다려 준 낙타가족. 심지어 표정도 있다.
나를 태워줬던 엄마 낙타, 사진을 찍으려니 카메라를 응시한다. 피곤했는지 숨을 몰아쉬었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유유히 낙타를 탔다.

이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혹이 두 개인, 쌍봉낙타였다. 드문 일이라고 했다.

작고 다부져보였다. 내가 탔던 엄마낙타를 따라 아기 낙타도 내내 함께 걸었다.


- 엄마 일하러 갔다 올테니 넌 여기 있어

- 안 돼, 싫어. 같이 가, 엄마!


이런 대화가 막 들리는 것 같았다. 아기낙타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

엄마낙타가, 아기낙타가 종종거리며 잘 따라오는지 살뜰히 챙기는 게 보였다.

엄마낙타의 흐름에 맞추어 나도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까딱까딱,


삼십여 분 모래언덕을 한 바퀴 도는 동안에도, 내가 이 신비한 곳에서 낙타를 타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믿기지 않았다. 바로 몇 시간 전만 해도 눈물 속에 카르둥라를 넘으며 고통에 신음하지 않았던가!

정말이지 몇 년의 시간을 소급해서 하루에 다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 그래도 괜찮다.

아무렴 괜찮고, 말고.

이렇게나 재미있는 걸 !



ways of seeing



단순한 나는 낙타 삼십 분 타고는 좋-다고 이렇게 또 활짝 웃는다.



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하는거야?

아니... 그러니까... 그게 다 까먹었는데...



부은 눈이 많이 가라 앉았다. 다행이다.



산에 드리운 구름 그림자




본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처음이었다.

저리 선명하게 보이는 산 구름 그림자라니-

앞으로 또 어디서 볼 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


그거면 되었지

그거면 충분하지.



' 내가 여기 온 이유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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