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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안 Aug 21. 2016

07 인도 최북단 작은 마을 '뚜르뚝'

Ladakh - India 7월 한 달의 기록 2016



담담하게


잘 자고 일어났으니, 이제 말로만 듣던 뚜르뚝 Turtuk에 가야겠지 !

이름도 생소한 뚜르뚝은 파키스탄 접경 지역에 있는 인도 가장 북쪽 마을이다.


지금도 영토분쟁이 있어 지도에서 점선으로 표시된 곳, 아슬아슬 경계에 선 작은 마을, 이 곳 사람들 대부분은 힌두교가 아닌 이슬람이라고 한다. 인도이나 인도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인도와 파키스탄 그 어디쯤 묘하게 자리한 뚜르뚝.


자 이제 출발해 볼까.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양치를 끝내고 보니 쏟아지는 빛이 아까웠다.

뚜르뚝 갔다오는 동안 햇빛샤워 하라고 칫솔을 창가에 매달아 두었다.

어제 저녁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면서 슥슥 그려둔 스케치가 그대로 탁자에 놓여있었다.

펜이랑 물붓이랑 수채용크레파스도 어지러져 있길래 다 치우고 갈까하다가... 그냥 두었다.

여행자의 방이 아니라 내 방 같았다.


잠깐이지만, 여행과 생활의 경계가 불분명해 진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뚜르뚝 가는 길은 절경 그 자체였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수시로 바뀌면서 눈 앞에서 펼쳐졌다. 모습들이 어찌나 다이나믹한지, 대여섯 시간 걸리는 길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드라이브 할 맛이 났다. 열 시간 쯤 걸린대도 '기꺼이' 괜찮을 것 같았다. 아주 오랫만에 느껴보는 느긋함이었다.



중앙선 하나 그어져 있지 않은 좁은 길을, 오고 가는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빗겨갔다.

찰나의 순간들에 움찔움찔했지만, 창 밖을 쳐다보고 있으면 또 금세 풍경 속으로 빠져들었다.

날아갈 듯 빨리 달리는 차에 몸을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의자를 뒤로 살짝 물리고, 다리를 쭉 뻗어 세상 제일 편안한 자세로 파묻혔다.

거대한 자연과 나 사이에 아무런 걸림이 없도록,  이 순간을 온전히 !

이 속도라면 그대로 날아서 하늘을 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우리는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세계로,

미끄러지듯 더욱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I just want to spend the rest of my life laughing.



여행가기 몇 달 전, 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다행히 회복이 빨라서 꾸준히 관리하는 것만이 숙제로 남았을 때, 아직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나를 보았다. 생각이 많아졌었다.


바로 전 날도 마찬가지였다. 카르둥라 Khardungla 를 넘던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여전히 무방비 상태인 모습을 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매일매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나 지금 뭐하고 있지?!


돌아와서 가만히 여행의 나날들을 떠올려 보는데 일분일초가 아까운 거다.

주위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할 시간이 길어야 30년, 젊음을 유지한 채로 10년이다.

그냥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번뿐인 삶, 아까울 게 뭐가 있다고.


지금 여기서 한 번 더 웃고,

지금 여기서 한 번 더 아껴주고,

조금 더 표현하고,



마음껏 사랑해주리라.



담담하게,  

그러나



온통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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